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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총선를 기억하며> '지역감정' '돈' 선거는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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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후보 수건'
<13대 총선를 기억하며> '지역감정' '돈' 선거는 이제 사라지길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전진한(jin0642) 기자   
요즘 4·15 총선으로 각 당마다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국민들은 지금쯤 누구를 찍을지 마음 속으로 고민하며 막판 선택이 한참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선거운동원들도 줄었고 합동연설회도 폐지된 터라 선거분위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거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는 과거에 비해 돈 선거도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거겠죠? 새로 개정된 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포상금 제도가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역감정은 여전히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뿌리깊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표 갈림 현상은 선거를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예전 선거권이 없던 학창시절 느꼈던 총선도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돈 선거와 지역감정 자극발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인쇄소와 각종 기념품 공장은 밤낮 없이 기계를 돌려 경기가 살아날 정도였다는 얘기가 들려올 정도였습니다. 또한 동네별로 수건이며 양말을 받아 든 아주머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거운동원으로 나서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선거철이면 동네가 한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총선이 있습니다.
바로 13대 국회의원 총선거였습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야권의 분열로 대통령에 당선된 후 몇 달 지나지 않는 치러진 선거라 그 어느 때보다 선거운동은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치열해진 만큼 온갖 불법과 탈법이 난무했던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중학교 2학년 때였지만 당시 선거 분위기는 혼탁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아의식이 정립된 후 처음으로 보게 된 선거여서 더욱 기억에 남는 선거였는지 모릅니다.

친척들은 모이기만 하면 젊은 삼촌들과 어른들로 맞서 선거에 대한 토론을 격렬하게 벌이곤 했습니다. 고향이 대구다 보니 친척들간에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토론은 금방 싸움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친구들조차 지역에서의 선거분위기에 휩쓸려 말하곤 했습니다.

" 너거 동네는 누구 찍는다 카더노? "
" 당연히 **당이지. ##당이 많이 되먼 대구 다 죽는다 카더라."

인물과 정책은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오직 지역감정만이 판을 치는 선거였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조차 지역주의에 볼모가 되어 지역감정 발언들을 쏟아내는 시기였습니다.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선명하게 후보자의 이름이 찍혀 있는 생활용품은 집집마다 배달되기 바빴습니다.

선거가 한창이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동네 통장 아주머니가 저희 집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맞벌이중이라 집에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 니가 진한이제. 부모님 안 계시나?"
" 네 일하러 가고 없는데예."
" 그래? 부모님한테 이번에 우리 **당에 나오는 후보님 잘 부탁한 다 캐라. 그리고 시간 나시면 이번 합동유세 때 선거운동원 좀 하시라 하고…."

그 말과 함께 선물세트를 하나를 남기고 가셨습니다. 궁금해서 선물세트를 열어보니 양발 4짝과 수건 2장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날 쯤에는 각종 손목시계, 수건, 합성세제 등이 수북히 쌓여 집안 살림을 늘리는데 일조하곤 했습니다.

동네친구들은 자기 집에는 어떤 선물이 들어왔는지 여부를 서로들 비교하곤 했습니다. 조금 더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왠지 우쭐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부모님의 직업에 따라 그 선물의 종류는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벌써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지 16년이 지났습니다. 당시와 같은 무차별적인 금품향응 제공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역감정은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역구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서슴치 않고 공공연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그 방법이 감성정치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세련되었을 뿐입니다.

선거판세 분석 결과도 과거의 결과와 다르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지겨운 지역감정은 제가 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돈 선거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다고 깨끗한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 선거보다는 몇 배는 더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지역감정입니다. 제발 이번 선거만은 지역감정이 사라지길 착잡한 마음으로 기원해봅니다.

2004/04/12 오전 10:53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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