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30년 간의 바느질 인생 누비장 김해자씨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21. 16:10

본문

728x90
"인생도 곱게 누빈 누비옷과 같지요"
30년 간의 바느질 인생 누비장 김해자씨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권미강(kangmomo) 기자   
▲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 기획전시회에서 활짝 웃고 있는 누비장 김해자 선생
ⓒ2004 권미강
"인생도 곱게 누빈 누비옷과 같지요.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만큼 그 소중함은 더 하니까요"

김해자(53)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 기능보유자로 조선시대 출토복 재현에 참여한 장인이다. 누비와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그녀의 누비 인생은 그녀의 외모와 이미지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진다.

규방문화 누비

누비는 천을 겹으로 포개 놓고, 줄 지게 박는 바느질이다. 안에는 흔히 솜을 두고 박아 보온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그 정성이야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보온성보다 더하리라.

한 땀 한 땀 뜰 때의 그 정성과 노력과 인내, 시간은 어떤 것도 따르지 못한다. 그래서 조선 여인들에게 누비는 한이며, 그 한을 담아내고 표현해낸 그릇이다. 그 그릇에는 시집살이에 대한 인내가 들어있고, 남편에 대한 애정이 들어있고, 자식들에 대한 두툼한 사랑이 들어있다. 바로 규방문화와 옛 여성문화의 상징인 것이다.

규방문화의 산증인 누비장 김해자 선생

누비장 김해자 선생은 그 규방문화를 30년 넘게 이어온 장인이다. 한 올의 흐트러짐없이 빗어 올린 머리처럼 그녀의 누비옷은 정갈하다.

그녀는 꼼꼼함과 치밀함 그리고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음으로 완고해 보이기까지 단단하다. 또한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녀를 보니 젊었을 적 "참 참했겠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 듯한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자신의 누비 작품과 흡사하다.

김해자 선생은 어린시절 할머니께서 지어주셨던 누비옷에 대한 추억이 간절해 누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황신경(65) 선생으로부터 누비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았다. 황 선생은 바로 고종 황제시절 선방나인이었던 선복 스님으로부터 누비기술을 전수 받았다. 이는 그녀가 우리나라 누비의 전통과 맥을 그대로 이어온 장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또한 조선시대 출토복들을 재현하는 역할을 맡은 김 선생은 문화재청이 제정한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 기능보유자가 됐다.

▲ 제자들이 기획전시회에서 누비 시연을 하고 있다
ⓒ2004 권미강
"누비옷은 그저 단순한 바느질이 아닙니다. 우주의 이치와 건강의 의미와 정신문화까지 담아낸 옷이지요".

한 땀씩 떠가는 정성이 혼을 담아내고, 시공의 노력이 액운을 없애준다고 믿는 그녀는 그래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이 점을 특히 강조한다.

현대의 옷들은 멋과 편안함만을 추구하지만 옛 옷에는 철학적인 깊이까지 담아내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가족의 정서적 안정까지 도모한다는 것이다. 바로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것이리라.

요즘 그녀의 행보는 바쁘다. 경주와 서울을 오가며, 누비를 알리는 일과 제자 기르는 일로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정도의 일을 해낸다. 바느질과 누비에 대한 관심들이 점점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제자 키우기에 애착을 느낀다.

<경주누비공방>과 지난해 서울에서 문을 연 <누비문화원>을 오가는 그녀가 키워낸 제자들은 1천여명에 이른다. 이 두 곳에서 그녀는 “누비정규과정을 개설하고, 누비의 맥을 잇고 나아가 누비의 대중화를 위해 바느질 인생 30년을 걸겠다”고 다짐한다.

"누비는 퀼팅보다 훨씬 예술적이고 정교합니다. 퀼팅은 조각헝겊으로 무늬를 만들어가지만 누비는 바느질만으로 삼라만상을 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퀼팅은 배우면서도 정작 우리 것인 누비를 외면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는 누비장 김해자 선생.

자신의 누비작품을 보면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만큼 그 소중함을 깨닫고, 그게 바로 인생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아름다운 조선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이 내용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 문화사랑'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임을 밝혀둡니다.

2004/04/19 오후 5:11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