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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무현 지지' 안녕하십니까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2. 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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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무현 지지'는 안녕하십니까?
[함께 만드는 뉴스]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텍스트만보기   이한기(hanki) 기자   
<오마이뉴스>는 독자가 참여해 완성해나가는 '팬 픽션(fan fiction)' 형식의 '함께 만드는 뉴스'를 선보입니다. '함께 만드는 뉴스'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주제는 취임 3주년을 맞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 이야기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신화의 시작... 2002년 3월 16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후보가 노사모회원들과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이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노풍'이 불기 시작, '바보 노무현'은 결국 '대통령 노무현'까지 이르게 된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바보 노무현.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이나 묘한 감정선의 굴곡을 느낄만합니다.

적어도 2002년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 말은 하나의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소신을 지키는 뚝심있는 정치인'의 대명사였습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하는 보기드문 '이타적인 행동'의 표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은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희망 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2000년 4·13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노무현은, '금배지'를 잃은 대신 '별명'을 얻었습니다. 바보 노무현. 그것은 92년 14대 총선, 95년 부산시장 선거에 이어 세번째 부산에서 고배를 마신 그에게 붙여준 훈장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낙선 인터뷰'에서 "바보의 반대는 기회주의와 편의주의"라며 "이를 청산하기 위해 집요하게 매달려온 게 내 정치인생"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런 그가 정작 금배지보다 훨씬 큰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얻은 뒤 별명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 누구도 '대통령 노무현'을 이전의 '바보 노무현'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애증의 정도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도 복잡미묘한 감정에 빠져 '지지'와 '지지 철회' 사이를 냉·온탕 드나들 듯 합니다. 이유야 제 각각이지만, 이미 등을 돌린 지지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는 2006년 2월 현재 '바보 노무현'은 정치용어 사전에서 사문화되고 있습니다. 야당의 '대통령 조롱하기'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이전 지지층 일각에서조차 대통령 노무현을 '진짜 바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노무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던 이들이, 지금은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토로합니다.

3년 전 2월 25일... 2003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승용차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취임한 그였지만, 이날 취임식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었다.
ⓒ 오마이뉴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던 저 또한 대통령 노무현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평가 유보'라고 즉답을 피하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드는 지인들의 질문 공세에 부닥치면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도대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
"뭐든 대통령이 잘 못했다고 하는데, 설득력 있는 비판 근거를 대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저는 극단적인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할 말을 잃어버립니다. 그 평가의 극과 극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 쪽에선 냉소가, 다른 한 쪽에선 아집이 느껴집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포장마차 술자리에게 누군가 제게 '선거평'을 물었습니다. 저는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당선된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보 노무현'에게 빚을 졌던 유권자들이, 이제는 거꾸로 그에게 '시대의 빚'을 지운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너무 평가절하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주관적인 평가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빚'을 갚는 소임을 '바보 노무현'식으로 하지 못한 게 '지지 유보'나 '지지 철회'로 나타난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 개인이 아닌 공인, 더욱이 최고 권력자에 대한 평가가 '호감'과 '비호감'이라는 이분법만으로는 설명될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호감'이건 '비호감'이건 간에 그 이유 또한 100인 100색일 겁니다. 당신은 어떤 색깔인가요?

당신의 '노무현 지지'는 안녕하십니까?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지 철회나 지지 유보 상태는 아닌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당신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셨나요? 아니면, 변함없이 그를 지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래 '독자의견' 란에 여러분의 의견을 적어주십시오. 이후 여러분의 의견과 추가취재 등을 바탕으로 이 기사를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지난 1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3주년을 맞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또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 3년, 설거지는 했지만 비전이 없었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선택과 집중이 사라진 공허한 경제정책
텍스트만보기   김종배(kjbyy) 기자   
▲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야박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당장의 고통을 달게 받아들일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 3년'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모든 언론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나온 3년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평가는 좋지 않다.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2.9%로 밑바닥을 기록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야박한 평가가 다수이지만 눈에 띄는 호평도 있다.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국일보>는 기업 및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33명과 민간경제연구소 대표 5명 등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 가장 잘 선택한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로 '경기부양책 억제'를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일부학자들 사이에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훌륭한 것으로, 이전 정부와 달리 '단기 부양책'의 유혹을 떨친 것을 들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어제 정례 브리핑을 갖고 "참여정부는 … 무리한 경기부양책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 입각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고 말했다.

단기부양책 유혹 뿌리친 건 잘했지만...

▲ 지난 23일 참여정부 출범 3주년을 맞아 정례브리핑을 한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 재정경제부
자타를 막론하고 참여정부의 경기부양책 억제를 훌륭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우리 경제는 세 개의 거품 때문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부동산·벤처·카드 거품이 그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마구잡이로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걸 용인하고, 막무가내로 집값 올리는 걸 지켜본 결과 내수는 위축됐고 금융시장엔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그 뿐인가? 북핵 벽에 가로막혀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런 '대란' 상황 속에서 출범했으면서도 참여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았다. '설거지 정부'를 자임한 것이다.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해야 옳다. 거품 붕괴 여파로 10년 불황을 겪은 일본의 경우를 참조하면 참여정부는 물론 후임 정부의 지지도까지 제물로 바쳐야 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손가락으로 가야 할 곳을 가리켰을 뿐 걸음을 떼진 않았다. 이게 문제였다.

한덕수 부총리는 "중장기적인 관점에 입각해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고 자평했지만 이의를 제기할 여지는 많다. 참여정부가 부양과 성장을 포기하고 구조개선에 치중하고자 했다면 칼을 들어야 했다. 경제구조를 뒤트는 요소를 찾아 도려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몇가지 예를 들자.
국회 재정경제위는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2년간 유예기간을 줬다. 당초 개정안보다 후퇴했다는 비난을 샀던 열린우리당의 권고적 당론에서 더 후퇴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권고적 당론에는 2년 유예기간을 준다는 규정이 없었다.

금산법 후퇴시키고, 출총제 완화한다 하고... 앞으로 나아간 건?

참여정부 금융정책의 수장인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소신임을 내세워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자산총액 6조원인 적용기준을 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제의 구조를 틀지우는 금산문제, 재벌문제에 대한 최근의 동향은 이렇다. 좋게 봐야 어정쩡한 태도요, 나쁘게 보면 뒷걸음 치고 있는 형국이다. 설거지를 하기로 작정했다면 기름기를 말끔히 씻어내야 옳을 것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더 있다. '경제반 정치반' 사안 두 가지만 짚자.

검찰은 X파일에 연루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고, 회사 돈을 빼돌려 가족 생계비로 쓴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해서는 불구속 처리했다.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로 문제가 됐던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을 사실상 '좌천'해야 한다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의지가 최종 관철되긴 했지만 인사 과정에서 청와대는 이종백 현 부산고검장을 두둔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이제 정리하자. 선택을 했으면 집중했어야 한다. 경기부양을 포기하고 구조개선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내쳐 달렸어야 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택일수록 결연함이 커지는 법이거늘 참여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설거지를 하려 했지만 자세는 어정쩡했다.

선택과 집중이 병행되지 않는 포기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하다.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야박하게 평가하는 이유가, 왜 먹고 살 길을 만들어주지 않느냐는 불만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의 고통을 달게 받아들일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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