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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창(窓)으로 세상 바라보기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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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쓰던 안경을 교체하고 나니...
맑은 창(窓)으로 세상 바라보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령희(kim02) 기자   
▲ 7년만에 안경렌즈를 새로 맞췄습니다.
ⓒ2004 윤태
저는 15년째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열다섯 살인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착용을 했으니 정확히 15년이 되었군요. 결혼식 때 잠깐 동안 콘택트렌즈를 낀 것 이외는 항시 안경을 끼고 있습니다.

안경을 달고 산 15년 동안 몇 번을 교체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깨트리는 경우가 많아 안경을 자주 바꿨던 기억은 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안경을 깨트릴 일도 없었고, 책을 봐야 할 일도 그다지 많지 않아 안경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력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재보진 않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시력이 떨어짐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안경 렌즈는 더 긁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물체를 보는 눈은 더 흐려졌습니다. 떨어지는 시력과 더 깊은 상처가 생기는 렌즈.

어떤 사람은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시력검사하고 이에 맞는 안경 렌즈로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시력에 크게 나빠지지 않으면 굳이 자주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계속 쓰다가 안경이 깨지거나 분실했을 때 교체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아 인상을 잔뜩 쓰며 눈을 찡그리고 식당 간판을 찾을지언정 안경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은 선뜻 하지 못했습니다.

잘 안보여 불편하긴 했지만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외형상 멀쩡한 안경을 교체한다는 게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당장 시급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쉽게 안경을 못 바꾸는 것입니다.

▲ 안경가게에 비치된 거울에 바깥 풍경이 보입니다.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인데도 너무나 맑아 보입니다. 새로 맞춘 안경으로 바라본 바깥 세상 풍경입니다.
ⓒ2004 김령희

그동안 남편이 몇 번이나 안경을 바꾸라고 했지만 저는 아직 멀쩡하다는 이유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이 상황을 가스보일러에 빗대어 안경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즉 10년 넘은 가스보일러를 교체하지 않고 계속 쓰는 집이 많은데, 멀쩡하게 잘 작동된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노후한 옛날 방식의 보일러는 언제 작동을 멈출지 모르는 일이며, 특히 보일러가 멈추는 순간 가스누출 및 폐 가스 역류 등의 위험이 있습니다. 남편은 노후 보일러 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쓰고 다니는 안경에 큰 불편이 없다고 해서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훗날 시력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고, 결국 시력장애 등 위험이 올 수 있다고 남편은 경고합니다. 무슨 근거로 시력장애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일리 없는 말은 아닌 듯하여 안경을 교체하게 되었답니다. 정확히 말해 렌즈만 교체한 것입니다.

어제까지 쓰고 다니던 안경은 7년 동안 사용했던 것입니다. 안경 가게에서는 지금 사용하는 안경과 시력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하였습니다. 7년 동안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는 얘깁니다.

또한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렌즈를 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제 눈에 맞는 새로운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닦여진 안경가게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길가의 연푸른 나뭇가지가 선명하게 펼쳐졌고, 가물가물 하던 건물 간판들의 글씨가 한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맑아졌습니다. 이렇게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게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고도 물체를 뚜렷이 볼 수 있었던 어린 시절? 아니면 안경을 처음 썼던 중학교 2학년 그 때였을까?

처음 드는 생각은 진작 눈에 맞는 안경을 쓰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였습니다. 지난 7년, 아니 안경을 쓰기 시작한 그때부터 놓쳐버린 ‘맑은 풍경’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 안경을 통한 '시각 생활의 편리'라는 지극히 도구적인 측면에서 그동안 맑은 풍경을 만끽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맑은 창(窓)’을 갖지 못했던 제 자신이 안타까웠던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 여러분의 안경을 한번 살펴보세요. 많이 긁히고 상하지 않았는지요? 새로운 눈을 한번 맞이해 보십시오. 그리고 예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맑음’을 새 창(窓)을 통해 느껴보세요.

신록의 계절인 5월을 더욱 더 짙푸른 색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김령희 기자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새내기 주부입니다. 투철한 절약정신으로 그동안 서너 차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짠순이 아내’ 로 잘 알려진 그녀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남편의 독려로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글 올리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글들을 ‘사연나라’ 로 불리는 그들만의 홈페이지(www.yun.speedbook.net)에 가득 채울 생각이라고 합니다.

2004/05/03 오후 2:3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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