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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사람들6 - 촬영조수 윤성원씨의 삶2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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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이면 입 다물라굽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6 - 촬영조수 윤성원씨의 삶2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대홍(bugulbugul) 기자   
▲ 지난 5월 3일 세방현상소에서 한국촬영조수협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2004 김대홍
충정로에 있는 세방현상소 3층 사무실에서는 지난 3일 촬영조수 30여 명이 모여 한국 촬영조수협회 정기총회를 벌였다. 지난해부터 매달 한 번씩 열리고 있는 행사다. 이제 막 영화계에 입문한 신참 촬영조수부터, 촬영감독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고참 촬영조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노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노조를 원하는지, 단지 처우개선을 원하는지…."

이 날 영화노조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는 올해로 영화계에 몸을 담근 지 3년째 되는 윤성원씨(32). 최근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촬영(B 카메라)을 끝내고 긴 휴식기에 들어간 상태다. 요즘 영화 제작진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그 대안으로 '영화인노조' 문제를 그가 적극 제기하고 있다.

촬영조수협회란

영화인 제작진모임은 조감독협회, 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회, 조명조수협회 등 네 개로 나눠져 있다. 영화인 현장 제작진의 한 분과인 한국영화촬영조수협회는 지난해 9월 6일 발대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해 현재 210여명의 회원들이 가입된 상태. 영화인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마련과 기술향상을 위한 재교육 부분을 주로 다루고 있다.
/ 김대홍
영화제작진들 중에서는 처우개선에 무관심한 이도 있고, 처우개선에 관심이 있더라도 나서지 않는 이들도 많다. 또 조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들 사이에서도 협회를 지지하는 사람과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사람 등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 중 윤성원씨는 '노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법적인 보호라는 측면에서 '노조'가 가장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민주노총에 근무하는 노무사에게 법적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 친한 세무공무원에게 세무상담을 받기도 했다. TV에서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기라도 하면 혹시 영화 제작진에 관한 내용이 나오지나 않나 눈독을 들이게 된 것도 최근의 현상이다.

"지난해 이맘때 노조설립 추진에 관한 의견이 나왔는데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설립도 추진하고, 재교육 등 힘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은 힘을 키우자는 신중론이 많았다. 처우개선 문제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고, 제작진들의 조직화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재교육'이라는 것이다. 또 상근자에 대한 대우 등 노조의 이점에 대해 사용자측이 합의해준다면 '협회'도 가능하지 않냐는 절충론도 나왔다.

이런 신중론은 처우 개선 문제가 나온 지 오래 됐는데도 제대로 진척이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듯했다. 구두계약이 관행이던 시절 표준계약서 문제를 쟁점으로 만들어 시행했지만, 단지 어느 정도의 임금 상승으로 끝났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처우개선 문제가 뜨겁게 타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기를 반복하던 과거와 다른 생산직 노동자와는 다르다는 불안감도 한 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화물연대같은 경우 파업을 하더라도 노조가 가진 자금으로 어느 정도 생계유지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습니까? 타 업종과 우리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윤성원씨도 신중론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노조 등 구체적인 조직체계에 대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뚜렷한 목적이나 방향없이 막연하게 처우개선만을 원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제작진과 노동조합

지난해 7월 26일 제1차 4부연합 회의자리에서 노조연구가 안건으로 다뤄졌지만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된 것은 올해 3월 27일 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 '영화 현장 스태프의 근로조건 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발표 및 공청회' 자리였다. 공청회를 주최한 곳이 바로 4부 조수연합(한국영화조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회, 조명조수협의회).

이날 공청회에서는 작품당 평균 연봉 640만원, 하루 평균 13시간 근무가 전체의 75%, 근로기준법 미적용자 74%, 보험 미혜택자 54.8%라는 충격적인 자료가 발표됐다. 또한 연구원으로 참여한 변호사와 노무사의 발제를 통해 스태프들이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노조법상에서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생활자이거나 임금에 준하는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자를 뜻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결과와는 상관없이 '노조 설립'이 '처우개선'의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많은 영화인들의 생각이었다. / 김대홍
윤씨는 이날 '정책팀'의 필요성을 요구해 회의에서 통과되게 만들었고 스스로 정책팀 팀원에 자원했다. 그와 함께 정책팀원이 된 이는 친하게 지내는 이모씨.

윤씨는 앞으로 정책팀에서 할 일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처우개선에 대한 의견 청취, 국·내외 관련 자료 수집, 법적 근거와 관련 행동 프로그램 정리 등을 추진할 방안이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정책팀을 만드는 것이 회의에서 통과되자 조직체계를 어떻게 하는지가 논란이 됐다. 기존 집행부가 있는 상태에서 정책팀을 집행부 산하로 넣을 것인지, 집행부를 임원진과 집행부로 분리할 것인지가 제기된 것이다.

오로지 영화가 좋아서 들어온 이들에게 조직문제는 너무도 생소한 듯했다. 한참이나 그림을 그려가면서 체계를 논의하던 이들은 결국 구체적인 체계를 정하기보다 일단 일을 먼저 시작하자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 이날 윤성원씨는 정책연구팀 팀원에 선출됐다. 뒤쪽으로 보이는 이가 윤성원씨.
ⓒ2004 김대홍
조직에 관한 문제가 정리되자 여름에 시작될 재교육사업에 대한 소개와 교수진을 도와줄 조수 선임문제가 나왔다. 조수 월급이 150만원이란 말에 회원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윤씨는 구미가 당기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비록 한 달 이상 쉬어야 하지만 언제 다른 영화가 잡힐지 알 수 없는 대기상태기 때문이다.

또 짧은 기간이지만 도와줄 단편영화가 한 편 있어 넉 달 동안 조수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상황. 150만 원이 아쉬운 윤씨는 계속 옆자리의 이씨를 쿡쿡 찌른다.

"형, 형이 해, 내가 도와줄게. 월급 타면 밥만 사주면 돼."

이날 총회가 끝난 뒤 회원들은 인근 순대집에서 저녁겸 반주를 마셨다. 이제 갓 충무로에 들어온 사람부터 촬영감독을 넘보는 제1촬영조수까지 다양한 경력자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자리에 함께 한 7년차 촬영조수는 제작진들의 처우개선 문제를 한국영화의 경쟁력 문제와 연결시켰다. 한국 영화의 선전 속에 감춰진 그들의 솔직한 말들이 내내 가슴에 남는다.

"우리들은 어차피 영화가 좋아서 들어온 사람들이니까, 가능하다면 평생 영화하면서 살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가 하고 싶어도 기본적인 생활이 되지 않으면 저희들이 버틸 수가 없죠. 우수한 인력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영화계에 머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생활보장이 필요합니다."

한편, 지난 6~7일 윤성원씨는 촬영조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기술학교인 '코닥 워크샵'에 다녀왔다. 이 곳에서 정책팀의 명칭을 '정책연구팀'으로 하기로 확정했다고. 35mm단편 영화 촬영도 7월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여러모로 바빠질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2004/05/10 오전 2:25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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