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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에 쌀밥 씹히는 맛이 있어요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4.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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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에 쌀밥 씹히는 맛이 있어요?"
김포 대명포구에서 사온 주꾸미로 맛난 회식을 하다
텍스트만보기   전갑남(jun5417) 기자   
▲ 주꾸미는 4월이 제철이라 하여 가장 맛있을 때라고 한다.
ⓒ 전갑남
육지 사이에 끼여 있는 좁고 긴 바다를 해협이라고 한다. 강화와 김포 사이를 끼고 있는 해협에는 염하강이 흐르고 있다. 염하강을 가로질러 초지대교가 놓여졌다. 길상면 초지리와 김포 대곶면 대명리 사이에 다리가 놓여지기 전에는,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를 강화대교로 돌아다녀야 했다. 이제 길상면과 대곶면은 이웃마을이 되었다.

요즘 대명포구에는 주꾸미가 제철이다

초지대교를 건너 출근하는 선생님이 점심이 임박하여 슬그머니 내게 주꾸미 이야기를 꺼낸다.

"대명포구에는 주꾸미가 한창인가 봐요. 현수막까지 내걸렸어요."
"요즘 잡히는 주꾸미는 밥이 들었어요."
"밥이요?"
"머리 부분에 알이 꽉 차, 샤브샤브로 해먹으면 밥알 씹히는 맛이 나지요."

먹통 채 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다고 하자, 그렇게도 먹느냐며 관심을 기울인다. 자기는 다리는 끓는 물에 데쳐 먹고, 머리는 먹통을 터트려 손질하여 먹었다고 한다. 언제 시간 나면 주꾸미 맛을 봐야겠다며 입맛을 다신다. 먹성 좋은 남자 선생님이 우리가 주고받는 말에 끼어든다.

"그러지 말고, 오늘 사러가죠?"
"그럴까?"
"주말이면 가격도 비싼데, 오늘은 값도 쌀 걸요."
"점심 때 구경가볼까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성질 급한 분이 점심 숟가락을 놓자마자 서두른다. 초지대교를 건너면 바로 대명포구가 있다. 학교에서 차로 10여분도 채 안 걸린다.

▲ 대명포구이다. 가까이 초지대교가 보인다.
ⓒ 전갑남
▲ 대명포구 어시장. 싱싱한 생선이 많아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 전갑남
코끝을 파고드는 비린내가 포구임을 느끼게 한다. 갈매기 떼가 날갯짓으로 우리를 반긴다. 대명포구는 소래포구나 연안부두처럼 관광객들이 크게 붐비지 않아 어촌의 호젓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어시장과 횟집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포구는 꽤 북적인다.

어시장에 들어서자 간간한 소금기가 있고, 갓 잡아 올려 펄펄 뛰는 물고기며 갖가지 생선들로 풋풋한 삶의 현장이 느껴진다.

"주꾸미에 밥 들어 있는 거 맞나요?"

▲ 주꾸미 파는 아줌마가 덤으로 몇 마리를 더 얹어주었다.
ⓒ 전갑남
우리는 주꾸미가 수북이 쌓여 있는 가게에 들렀다. 죽어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으로 나누어 장사를 하고 있었다. 나한테 주꾸미 설명을 들은 선생님이 확인이라도 하듯 묻는다.

"아주머니, 주꾸미에 쌀밥 들었어요?"
"그럼요.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고 하잖아요. 요즘이 제일 맛있을 때죠."

▲ 싱싱한 주꾸미이다. 살아 있는 것은 죽은 것에 비해 값이 훨씬 더 나갔다.
ⓒ 전갑남
가게 집 아주머니는 암놈 주꾸미 머리에 알이 잔뜩 들어 있어 요즘 먹으면 쫀득쫀득한 쌀밥 씹는 맛이 난다며 선전이 이만저만 아니다. 산 놈과 죽은 놈의 가격차가 많았다. 산 것은 1kg에 1만5000원이지만, 죽은 것은 3kg에 2만원만 달라고 한다.

나는 죽은 것으로 3kg을 주문했다. 같이 온 일행들은 산 것을 사지, 죽은 것을 사냐고 묻는다.

"여기 있는 것은 죽은 것도 싱싱해. 그리고 회로 먹지 않고 샤브샤브로 익혀먹을 때는 죽은 거나 산 거나 차이가 없어요."

아주머니는 내 이야기가 맞는다며 맞장구를 친다. 우리는 비닐봉지를 나눠들고 곧장 학교로 왔다. 돌아오는 길에 일행이 주꾸미는 사왔지만 어떻게 해먹을지 고민이라고 한다.

"그럼, 내가 사온 것으로 일과 후에 주꾸미 파티나 해볼까? 내 취미가 요리인데…."

의외의 내 제안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좋다고 박수를 친다. 오늘 따라 비도 오고 우중충한 날씨에 맛난 주꾸미 요리로 단합대회를 열면 무척 좋겠다고 한다.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주꾸미 요리

주꾸미 요리는 다양하다. 살아 있어 싱싱한 것은 회로, 또 볶음이나 양념구이로 식성에 따라 해먹는 방법이 많다. 그런데 간단하면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로는 주꾸미 샤브샤브가 있다.

나는 며칠 전 어떤 친구 집에 초대받았다. 친구는 갯가에서 오래 살아 주꾸미를 색다르게 요리하였다. 그 때 눈여겨 둔 주꾸미 요리를 오늘 보여줄 셈이다.

▲ 먹통과 다리를 분리하였다.
ⓒ 전갑남
우리는 가사실로 이동하여 주꾸미를 깨끗이 손질하였다. 일을 도와주는 선생님은 직접 손질하여 먹어보지 않아 주꾸미 맛이 어떤 맛일까 궁금한 표정이다.

"와! 상당히 많네요.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요."
"그렇죠? 주꾸미 요리에서 남들이 모르는 비법을 배웠는데…."
"샤브샤브로 먹는다면서요. 또 다른 게 있나요?"
"칼국수 한 봉지만 있으면,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죠."

눈치 빠른 선생님이 칼국수 한 봉지를 사왔다. 일과가 끝난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가사실로 모여든다. 저마다 젓가락을 들고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들이다.

▲ 끓는 물에 다리부터 데쳐 건져 먹었다.
ⓒ 전갑남
주꾸미 샤브샤브는 해먹는 순서가 있다. 우선 깨끗이 손질한 주꾸미 다리와 머리를 분리한다. 그리고 펄펄 끓는 물에 다리부터 집어넣는다. 끓는 물에 넣었을 때 입 부분이 위로 뒤집어지면 건져 먹는다.

"와! 되게 쫄깃쫄깃하고, 진짜 맛있네! 술 한잔 해야지. 어디 숨겨놓은 술 없나?"

한 분이 슬그머니 나가며, 오가피술 2병을 가져온다. 쌉쌀한 술과 주꾸미 안주가 예술이라며 건져내기가 무섭게 없어진다. 다리를 다 먹으니 이제는 먹물이 든 머리를 데쳐 먹을 차례다. 처음부터 머리를 넣으면 먹물이 우러나와 지저분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다리를 먹고 머리를 먹는다.

팔팔 끓는 물에 머리를 죄다 집어넣고 먹통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땡글땡글 익은 머리를 건져내자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내키지 않은 표정이다.

▲ 머리 속에는 알이 들어 있어 밥알 씹히는 맛이 아주 좋았다.
ⓒ 전갑남
"어! 진짜 밥 들었네! 무슨 맛이 이렇대요. 밥 같은 것이 씹혀요. 색다른 맛이네요."

한 분이 너스레를 떨자 젓가락질을 멈칫거리던 분들도 집어 든다. 맛보는 표정이 달라진다. 처음 맛보는데 씹히는 게 아주 좋다며 금세 또 손이 간다. 먹물을 터트리고, 밥알 같은 하얀 알이 주꾸미 살과 함께 한입 가득 들어온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이제 칼국수로 저녁까지 때웁시다."
"또 칼국수를 넣고 먹어요?"
"하여튼 먹어보고 맛없으면 그냥 가세요."

시꺼먼 먹물이 풀어진 국물에 칼국수를 풀어 넣었다. 요즘은 칼국수도 포장된 것이 있어 아주 간편하다.

▲ 먹통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는 맛도 그만이었다.
ⓒ 전갑남
소금을 넣지 않았는데도 간간한 칼국수 맛이 그만이다. 여태까지 먹물은 버리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칼국수까지 해먹으니 색다른 맛이 난다며 모두들 맛나게 먹는다.

오징어나 주꾸미 먹물에 특별한 영양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먹물 속엔 항종양 활성이 강한 일렉신 등의 뮤코다당류가 포함돼 있어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외에 방부작용 및 위액분비의 촉진작용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있고부터 먹물주머니를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끓는 물에 데쳐 먹는 게 유행하고 있다.

열 명 남짓이 저마다 포만감이 느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늦게 들어온 분이 이렇게 맛난 음식을 해먹는데 얼마나 들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금방 대답했다.

"간단하잖아요. 주꾸미 2만원에 칼국수 5000원. 도합 2만5000원!"

세상에 그 정도로 이렇게 맛나게 먹을 수 있냐며 주꾸미 철이 가기 전에 자기도 한 턱 내야겠다고 하자 모두 한 바탕 웃었다.
2006-04-05 17:19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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