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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짬뽕'을 좋아한다. 중국 음식점에서 파는 짬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음식의 재료를 이것저것 섞어서 먹기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양념 문화라고 할 수 있고, 쌈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생선회를
먹을 때도 무침이나 쌈을 싸서 먹는 민족이다. 그런데 유독, 원 재료의 맛만 즐기는 게 있으니 그게 바로 대게! 뜨거운 김에 쪄서 아무 조미 없이 먹어도 맛있는 게 대게다. 그만큼 완전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완전한 맛! 먹고 싶은 대게! 대게 잡는 사람들과 10시간 동행 취재했다. 2부로 나눠서 게재합니다.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봤다. 우와~. 대자연이 연출하는 광경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 경이로움! 바닷물은 육지에서 바라보는 가볍고 사나운 파도와는 격이 달랐다. 바다 전체가 움직이는 듯, 무겁게 일렁거리는 모습은 무뚝뚝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아버지처럼 무엇인가 진중함이 느껴졌다. 저 멀리 저것은 육지인가? 산인가?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에서 한 시간여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어장이 나온다.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 드르륵! 드르륵! 선장은 벌써부터 그물을 열심히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선원 두 명이 숙달된 손놀림으로 그물에서 대게를 분리하고 있다. 어찌나 빠른지 얽히고설킨 그물에서 대게를 빼내는 시간이 10초도 안 걸린다.
순간순간 화염에 덮인 듯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곧 해오름이 시작될 듯싶다. 아직 선실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정덕수 시인에게 말했다. "해 떠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나온다. 다음 지역정보시티N 강원도 리포터인 정덕수(오색령) 시인은, 양희은이 불러 유명해진 노래 한계령의 원작시를 지은 분이기도 하다. 검푸른 바닷속에서 시뻘건 쇠가 아니, 해가 솟아오른다.
어떠한 소리도 절정의 순간에는 침묵보다 나은 건 없다. 해가 드디어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차갑고 검푸른 바다도 태양빛으로 인해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저리 멋진 해오름을 우리만 보는 게 아깝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연신 디카에 담았다. 갑판에 나온 지 10여분, 어지럽다. 바다가 일렁거리듯 내 속은 울렁거린다. 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다시 선실로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다. 경험상 누워 있으면 그나마 멀미가 덜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 육지가 그립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바다에 나온 지 2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육지가 그리워져? 역시 뱃사람은 타고나야 하나보다. 돌아가려면 앞으로도 8시간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견디지? 어지럼증과 배 멀미가 느껴져 괴롭다! 어제 오후에 부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우리를 안내해 주신 죽변면 심정섭 청년회장님도 멀미 때문에 고생했던 일을 묻지도 않았는데 꺼내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서 멀미 멀미 이야기를 해대니 서서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호기를 부렸다. "뭐... 멀미 정도가 무서우면 배 탈 자격도 없겠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술 더 떴다. "선장님 내일 출항 때 선원들 없어도 될 겁니다. 제가 일하죠 뭐." 사람들 표정이 "내일 배 타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봐라" 하는 식이다. 배는 새벽 3시에 출항하기 때문에 오후 11시경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잠이 들었다가 다시 확인하면 1시 15분! 2시 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대여섯 번은 자다가 깨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서둘러 세수를 하다가 귀를 건드리는 바람에 귀걸이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 세면대로 떨어져서 물구멍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이게 불길한 징조는 아닐까?" 내심 불안한 마음을 짓누르고 숙소를 나섰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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