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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가면 내가 제일 먼저 들러보는 곳이 텃밭이다. 그곳엔 늘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뒤에도 텃밭을 일구었다. 100평 남짓한 텃밭엔 일 년 먹거리가 언제나 정성스레 자라고 있었다. 철에 따라 종류는 달랐지만 어머니의
손길만큼이나 작고 신선한 것들이 자라고 있었다.
“엄마, 상추가 탐스럽게 자랐네. 계속 여기 있었던 거예요?” “회관에 있다 조금 전에 왔지. 뽑아줄 텡게 이따 갈 때 가져가거라.” “그거 밥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게다.” 맛있겠다는 말에 어머니는 상추 속잎을 한 잎 따 먹어보라며 주신다. “그냥 먹어도 되는 거예요? 씻지도 않았는데.” “괜찮어야. 이거 농약도 안 하고 목초액 조금 뿌려서 키운 겅게. 먹어봐. 쌔콤하니 괜찮을텡게.”
“좋은 일은. 그냥 엄마랑 상추 먹고 있었지. 당신도 한 번 먹어볼래?” “아니 무슨 상추를 씻지도 않고 그냥 먹어. 암튼 못 말리는 모자지간이네요. 난 안 먹을 테니 두 분이나 많이많이 드세요.”
아내와 어머니가 상추를 솎는 동안 난 작은 텃밭 여기저기를 세심히 둘러본다. 무너진 담벼락 아래에 있는 수선화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이 수선화는 심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자라더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수선화가 피면 작은 텃밭은 환해진다. 모든 게 푸른빛인데 수선화만이 노란 꽃봉오리의 얼굴을 하고 밝게 웃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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