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직 야학은 살아있다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4. 11. 00:17

본문

728x90
아직 야학은 살아있습니다
그들만의 경쟁...검정고시 현장스케치
텍스트만보기   김철호(musa0980) 기자   
'야학'하면 1970~1980년대의 아련한 청년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옛날 야학은 가난 때문에, 또는 손위·아래 형제자매를 위한 희생으로 학교에 다닐 시기를 놓치고 공부에 한이 맺힌 사람들이 뒤늦게 찾아오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야학교사는 풋내기 대학생인데 비하여 공부할 학생들은 같은 또래이거나, 또는 형 누나이거나, 아니면 나이 많은 어른이 대다수였습니다.

따라서 야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학교 역할에 머무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 옛날 야학은 검정고시 준비뿐만 아니라 노동과 일상에서 절실하게 요청되는 지식과 상식들을 배우고 나누는 생활교육마당이었습니다. 풋내기 대학생 선생님들에게는 인생과 세상을 배우는 곳이었고 나이든 학생들에게는 현실의 절망을 딛고 미래의 희망을 키우는 곳이었습니다. 야학은 그렇게 서로의 것을 주고받는 삶의 공동체였습니다.

이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우리사회의 관심은 여러 가지 이유로 탈학교화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와 지역 아동센터 또는 방과 후 학습지도센터에 쏠려있습니다. 따라서 야학은 있는 듯 없는 듯 그 옛날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 BBS 대전야학 수업 모습
ⓒ 김철호
그러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야학은 살아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풋내기 대학생 선생님의 지도아래 형, 누나, 나이 어린 동생, 또는 부모님연배의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록 번듯한 졸업장은 없을지라도 제도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교육과 서로 함께 나누는 사회활동이 이루어지는 멋있는 학교입니다.

▲ 대전지역 검정고시장 삼천중학교 모습
ⓒ 김철호
매년 정규학교 학생들이 치르는 수능고사가 다가오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오늘, 야학생들에게 정규학교학생들의 수능고사 못지않게 중요한 검정고시가 전국에서 조용하게 치러졌습니다. BBS대전야학(교감 홍윤기 충남대학 사학과 2년)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치르고 있는 대전 삼천중학교를 찾아 갔습니다.

후배들의 성취를 기원하는 선배들의 격려 깃발, 여러 검정고시 학원들의 선전 부스들이 어지러이 운동장을 메우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초라하지만 당당한 야학들의 천막이 보였습니다.

요즈음 야학들도 옛날처럼 풋내기 대학생 선생님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도 야학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사이의 만남과 소통의 마당입니다. 그렇다 해도 요즈음 야학의 가장 큰 목표는 검정고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정고시는 야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학력을 평가받고 더 높은 학문의 길로 나가는 징검다리입니다. 물론 검정고시는 야학생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풋내기 선생님들에게도 학생들의 성취를 통하여 자신들의 열정과 노력의 결과를 보람으로 수확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 시험이 끝날 때 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가채점을 하는 수험생모습
ⓒ 김철호
아무리 그들만의 경쟁일지라도 야학생들에게 검정고시는 떨리고 두려운 일입니다. 막 1교시 시험을 본 학생들이 삼삼오오 선생님께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의 정답풀이를 들은 학생들의 탄식과 선생님들의 격려가 오가고 있습니다.

▲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 김철호
마침내 검정고시가 모두 끝났습니다. 젊은 야학생에게는 게을렀던 자신이 부끄럽고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나이든 야학생에게는 조금은 절망스럽기도 하고 한스럽기도 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희망의 끈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직, 풋내기 선생님들의 섬김과 나눔의 열정이 식지 않은 이상 아직, 나이든 학생들의 용기와 끈기 남아있는 이상 그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새로운 희망일 뿐입니다.

 

교육부의 예산지원 번복에 전국 야학 '발끈'
예산 축소로 16억원 야학 지원 무산
텍스트만보기   박석철(sisa) 기자   
▲ 교육부 홍보와 달리 예산지원이 불투명하자 야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비문해자들이 야학에서 컴퓨터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 박석철
전국의 수백여 야학들이 발끈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야학에 16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 예산 삭감을 이유로 이를 취소하자 야학들이 교육부를 항의방문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 것.

지난해 교육부는 소외계층 청소년·비문해 성인층에 한글 등을 가르치는 전국 160개 야학에 교육부 사상 처음으로 한 야학당 1천만 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모두 16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같은 교육부의 홍보에 각 신문과 방송은 한 달여간 '예산편성'이 아닌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또 정부 국정뉴스도 2005년 11월 25일 보도에서 "교육인적자원부는 내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관 등이 운영하는 야학 160곳에 각각 1천만 원씩 지원하기로 하고 예산 16억 원을 편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매년 청소년교육을 하고 있는 야학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위원회도 "교육부의 지원이 있어 2007년부터 예산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각 시도에 보내 야학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야학지원금을 포함해 편성한 전체 비문해 교육기관 지원 예산 54억 원이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16억 원으로 삭감되자 당초 야학에 지원하기로 한 예산을 전체 '성인 문해교육 활성화'에 쓰기로 하고 이를 최근 공표했다. 교육부와 야학에 따르면 올해 교육부의 예산 16억 원은 전국 38개 평생학습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보도를 통해 예산지원 소식을 접한 야학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근 교육부로부터 이같은 야학 예산지원 백지화 소식을 듣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야학협의회, 야학21 등 야학단체를 비롯한 전국 야학들은 "군사정권시절 의식개혁을 이유로 야학을 탄압한 이래 야학이 몰살 직전에 놓였다"고 성토하고 있다.

전국야학협의회 이하형 기획관리이사는 "교육부가 지난해 야학에 1천만 원씩 지원하고, 지자체에서 대응 지원하면 2천만 원씩 돌아간다고 모든 언론에 정책홍보를 해놓고 이제 와서 이를 오보라고 한다"며 "그동안 소외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오는 등 제도권 밖의 역할을 해왔던 100년 역사 야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하형 이사는 또 "교육부가 당초 야학에 지원하기로 한 예산을 전체 230여 개 지방자치단체 중 38개 평생학습도시를 중심으로 집행한다는 것은 비문해자들이 교육을 위해 평생학습도시로 이사를 가라는 말과 같다"고 밝혔다.

야학들은 지난 2월 17일과 3월 14일, 3월 24일 차례로 교육부를 항의 방문한데 이어 3월 27일 방문 때는 교육부에 '야학지원금의 본래 목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야학들은 건의문에서 "교육부가 160개 야학에 각 1천만 원씩 지원한다고 언론에 정책 홍보를 하고서도 갑자기 야학 지원 보도가 오보라고 한다"며 "당초 목적대로 예산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건의문에는 ▲ 예산을 전국 야학기관에 학급운영비와 상근자 급여로 지원할 것 ▲ 야학을 소중한 사회적 교육공급의 또다른 주체로 보고 장기적 안정적으로 육성할 것 ▲ 야학현장이 중심이 된 학력인정 시스템 구축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신정철 과장은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야학지원에 예산 16억 원을 편성했지만 국회에서 전체 예산이 삭감되는 통에 확정된 16억 원의 예산으로 전체 비문해 교육 예산을 짤 수밖에 없다"며 "예산 배정은 앞으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야학에 예산 16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예산을 편성했다고 했을 뿐 확정됐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국내에는 교육부 추산 240만여 명의 비문해자가 있고 전국에 450개의 야학이 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