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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도입부에는 '사람'이 있다. 이룸의 기초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가게에 있는 자원봉사자가 그곳의 도입부이며, 아름다운 것을 이루는 기초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헌신에 대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기록해 두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 할 것이다. 24일 토요일 오후, 마침 가게에는 앞치마를 두른 자원봉사자 두 분이 계셨다. 얼핏 보기에 한 분은 자원봉사 업무에 상당히 능숙한 사람으로 보였고, 다른 한 분은 왠지 약간 어색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경력이 있어 보이는 분이 어색해 하는 분에게 '금전등록기' 사용방법 등 가게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역시나 그는 오늘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오신 분이었다. 아주 맑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신참 자원봉사자 '연변총각' "오늘 처음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오신 모양이네요?" "네! 그러스음다" "어디에서 오셨나요?(사시나요?)" "연변임다." "네에? 중국 연변 말입니까? 조선족이신가요?" 그의 말투가 약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별로 의식하지 못했었는데, 알고 보니 지역의 K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변에서 유학 온 조선족이었다. 아주 특이한 자원봉사자였다. 물 설고 낯 선 곳에 와서 공부하는 와중에 자원봉사를 선택하고 헌신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 이곳은 어떻게 알고 왔나. "아름다운 가게에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자원봉사자 모집공고문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 - 자원봉사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 "학교에서 학비 및 생활지원비까지 포함한 국비장학금을 받고 있다. 내가 받고 있는 혜택을 조금이나마 이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로 자원봉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공부방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도 생각해 보았는데 언어 상의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 가족 관계는. "중국 연변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과 나와 남동생 이렇게 네 식구이다. 동생은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나는 석사과정이니 후배가 되는 셈이다." - 한국의 대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해 달라. "한국의 대학생들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소비가 너무 심하다는 말인가?'라는 짧은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정도이다. 전후세대로서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탓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술을 거의 먹지 않으며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인데,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 혹시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조선족에 대한 편견 때문에 힘들다. 조선족을 일컬어 '바나나족'이니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니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전혀 인정 못할 바도 아니지만 그들을 좀더 너그럽게 대해주었으면 한다. 내가 여기에 참여한 동기의 일정 부분도 그런 시각을 해소시키고자 하는 생각도 있다."
그는 아름다운 가게의 대구 경북본부 팀장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가게 설립 초기부터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자원봉사자로 첫 출근한 연변총각에게 교육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로부터 "아름다운 가게는 각종 매체에 많이 홍보되고 기사로 실렸는데 더 이상 뭘 쓸게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기자는, 이타심을 가지고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 즉 '자원봉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방문한 것이라고 취재의도를 설명했다. 그에게 받은 명함은 다른 명함과는 달리 이름 밑에 '강아지 똥'이라고 쓰여 있었다. - 명함에 쓰인 '강아지똥' 이라는 표기가 생소하다. 인터넷 상에서 쓰는 아이디 같은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가게에도 각기 맡은 역할에 따라 '직함'이 있는데, '직함'은 단지 역할 분담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는 바, 직함에서 느껴지는 위계 같은 것을 버리고 '수평지향성'을 담는 장치로서 '직함' 대신 이렇게 별명을 정해서 부르고 있다." - 왜 하필 '강아지똥'인가? "다른 지부에서 보면 선생님 출신이라고 '쌤'으로 정해서 부른다든지, 아름다운 세상을 탐낸다 하여 '탐'이라고 정해 부르는 것을 보았다. '강아지똥'이라는 별명은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에서 빌려온 것인데, 하잘 것 없는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의 거름이 되는 과정이 아름다운 가게가 지향하는 '나눔'과 '순환'의 취지와 유사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강아지똥'으로 정했다. 그런데 부르기가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 아름다운 가게가 사회의 불평등문제에 관하여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개량운동의 형태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름다운 가게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던 박원순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서 꾸려졌다. 사회가 보다 더 분화됨에 따라 권력비판이 주류였던 사회참여운동에서 '생활문화운동' 중심의 사회참여운동으로 관심이 나누어진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량운동'이라고 하는 지적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관심은 여타 사회참여운동과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고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열두 분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참 아름다운 분들이다. 연령층은 4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동기는 '뭔가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정도로 아주 소박하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와 오후 2시에서 오후 6시까지 주 1회 4시간 정도 봉사하고 있는데 자원봉사자가 충분하지 않다." - 월 매출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어떤 방식으로 환원하는가. "각 지부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데, 대구 북구 지부는 하루 매상이 약 17만원 정도이다. 1월~5월과 6월~11월 사이를 결산하여 나눔행사를 하고 연말에 특별나눔행사를 하게 된다. 이때 매니저와 자원봉사자 및 지역인사 등으로 조직된 '나눔행사위원회'를 통하여 당사자의 신청을 심사하거나 지역의 사회복지과 등의 자문을 얻어서 나눔대상을 선별하고 지원한다." -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아름다운 가게는 많은 사람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천사로 불린다. 물품을 기증하는 분들은 '기증천사',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분들은 '활동천사', 물품을 구매하여 나눔에 참여하는 분들은 '구매천사'라고 부른다. 많은 분들이 '천사' 대열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특히나 '활동천사'의 일손이 부족하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아름다운 가게는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직은 100원짜리 돼지 저금통이며 문방구 등을 사는 정도의 재미만이 있겠지만, 세상은 나 외에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곳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교육장이 될 것이다. 여건상 그곳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 대한 기록을 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쉬운 마음이다. 아름다운 가게의 수많은 '연변총각'과 '강아지똥'들에 대하여 깊은 존경을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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