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하고 싶다. 자립하고 싶다. 그리고 일할 수 있다." 장애인들의 욕구 1순위는 '근로 욕구'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실시한 '2005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다. 자립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뜻이다. 또한 장애인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업 재활'을 장애인 복지의 핵심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직업을 찾고 노동하는 것은 자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는 일상생활과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의 의미도 내포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천안 장애인 수는 1만 이상, 직업재활 기관은 단 두 곳
그러나 장애인 직업 재활을 돕는 기관은 '천안시 장애인 보호작업장'과 '죽전직업재활원' 등 단 두 곳에 불과하다. 2004년에 설립된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사)한빛회가 위탁운영하는 '보호작업시설'이다. 정원은 40명이지만 지금은 17명이 일하고 있다. 근로의욕은 있지만 장애 때문에 일반사업장에 고용되기 어려운 성인장애인(18세 이상)들이다. 조화로 만든 화환, 압화, 포프리, 열쇠고리 등 장식품을 생산하고 자동차 헤드레스트 커버, 볼펜 등도 가공한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제자리에 앉아 일에 집중하는 등 무척 진지하게 근무하고 있다. 이달 7일 만난 장혜진 직업교육 교사는 "일반 회사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키워가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장애인들이 단체생활을 통해 사회성도 키우고 의사표현력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거리는 즐거움"... 장애인의 공공사업 참여 확대, 제도적 보장 필요
설립 때부터 일한 황필현(32·지체장애 3급)씨는 직장 경력이 화려한 편이다. 제약회사에서는 사슴뿔을 분류했고, 마늘 공장에서는 불량품을 솎아냈다. 맨홀 뚜껑을 만드는 회사에서도 일을 해봤다. 그러나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자꾸 넘어지는 편이어서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가 없었다. 일반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다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낙천적인 황씨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황씨는 편안한 작업장 분위기에 다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예쁜 화환 만들기가 주특기인 이재원(51·지체장애1급)씨는 오른쪽 팔만 겨우 움직일 수 있다. '몇 개월만 다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을 어느덧 1년 반째 하고 있다. 이런 이씨도 예전에는 20년 넘게 방에서만 지내며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 6년 전이다.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무기력하고 사람들을 피하려고만 했던 이씨는 이제 성취감을 느끼며 보람도 찾아가고 있다.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이씨에게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 그 자체다. 일거리가 주는 재미가 이씨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그야말로 감개무량했죠(웃음). 12만원에 불과했지만 제가 만져봤던 돈 중 가장 큰돈이었어요. 그 돈으로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께 영양주사를 놔드렸어요. 저를 아는 주변 분들도 웃으시면서 '이제 돈 버니 한턱내라'며 농담하곤 했죠." 이씨가 여전히 따뜻하게 안고 있는 추억이다. 2001년 2월 만들어진 죽전직업재활원(죽전원)은 노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일반사업장에 취업이 곤란한 중증장애인을 훈련·교육하기 위한 '작업 활동 시설'이다. 현재 일하는 이도 40명이 넘는다. 죽전원은 청원(예농작업부), 크린텍(임가공사업부), 화토(도자공예부) 등으로 나눠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상익 원장은 "장애인의 경제활동은 삶의 질을 스스로 높일 수 있다는 꿈을 키울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 '복지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 원장의 판단. 복지와 보건, 복지와 고용, 복지와 환경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 일반적인 영리기업보다는 공공성이 더 필요한 사업, 즉 보건·고용·환경 사업에 장애인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재활용쓰레기 분리작업, 공공화장실 관리사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직업 재활', 자치단체 장애인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장애인의 생활수준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열악하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의 52%에 불과하다. 또한 장애인 가구 10곳 중 1곳(전국적으로 26만 가구)의 소득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립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노동권을 인정하고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천안시 경우만 보더라도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2006년 천안시의 일반회계 예산 중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다. 금액으로는 약 917억원이다. 그 중 기초생활보장 등 빈곤·실업 관련 예산이 약 28.6%로 가장 비중이 높으며 노인복지(22.9%), 보육(20.7%) 순이다. 장애인 부문은 세 번째 규모인 11.7%로 107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물론 천안시도 장애인 복지사업을 위해 장애인 종합복지관, 장애인 실내체육관, 장애인 보호작업장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콜택시 및 이동봉사차량 운영, 전동휠체어 보급을 추진했다. 저소득층 지원 사업, 장애인 복지수당 지급, 생활시설 운영비 지원 및 지도 업무 등을 펼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실보다 외양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사회복지 전문가들도 그간 부족했던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직업 재활 및 고용 확대, 장애아동 교육권 등 실질적인 부분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5ㆍ31 지방선거 복지천안을 위한 네트워크'(복지천안 네트워크)는 최근 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직업지원개발센터'를 시급히 개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천안 네트워크는 지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 교수 11명과 19개 사회복지단체로 이뤄져 있다. 직업지원개발센터에서 ▲장애인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훈련 지원 ▲장애유형에 따른 취업 범위 다양화 ▲장애인 욕구조사를 바탕으로 한 직장소개 및 사후관리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프로그램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직업 재활을 도입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 재활'이 장애인 자립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자치단체의 장애인 정책도 이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
|
![]() | |||||
| |||||
|
|
||||||||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대전 중구 목동 목양초등학교 3학년 2반에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특별 공개수업'이 열렸다. 20일이 '장애인의 날'임을 설명한 김소영 교사는 장애를 가진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짝궁이 되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다리가 불편한 '아람'이의 소원은 친구를 갖는 것, 아람이와 짝꿍인 준호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짝꿍을 주었느냐'고 불평하지만, 결국 아람이를 도와주며 가장 소중한 친구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동영상 시청을 마친 학생들은 영상의 주인공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발표하는 등 저마다의 소감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위해 바꾸었으면 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자 김 교사는 "장애인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몸이 조금 불편한 우리의 친구"라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움보다는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함께 만드는 학교' 버튼을 짝꿍에게 서로서로 달아주면서 장애아와 친구되기를 약속했다.
한편, 전교조대전지부는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를 '장애 차별 철폐 주간'으로 정하고, 장애 인식 개선 특별수업,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서명운동, 장애 인식 개선 만화전시회 등을 개최한다. |
포장마차에서 만난 참꼬막 (0) | 2006.04.28 |
---|---|
오른손 아내와 왼손 남편, 그 아름다운 이야기 (0) | 2006.04.27 |
아름다운 사랑 '연변총각'과 '강아지똥' (0) | 2006.04.25 |
토종잡곡지킴이, 원주 김규동 조합장 (0) | 2006.04.23 |
인기몰이 '장병생활백서' (0) | 2006.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