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잘가거라 깔깔거리며 줄넘기를 하는 아이들의 소리가 마당에서 들려옵니다. 그 즐거운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요, 어린 시절 누님들과 줄넘기를 하던 기억이 떠오르니 저렇게 마음껏 줄넘기를 할 엄두도 나지 않는 마당도 없는 도시보다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마당이 더 커다란 행복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셋 낳길 참 잘했지?" "맞다. 둘이었어도 저건 못 했을텐데." 우리 집은 여자가 귀한 집안입니다. 결혼 3년 만에 가진 첫 아이가 딸이기를 학수고대하며 이름까지 미리 다희(多喜)라고 지어놓았습니다. 성까지 합치면 '변치 않는 많은 기쁨'입니다. 그 아이의 삶도 기쁨이 충만하고 그 기쁨을 이웃들과 나누라고 지어준 이름이죠. 그리고 둘째 진희(眞喜)는 '변치 않는 진짜 기쁨'을 간직하고 나누어주라는 뜻으로 지어주었습니다. 얼굴도 하얗고 학까지 전형적인 미인형이라 보는 사람들마다 "예쁘다"고 하니 큰 딸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딸기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을 잘 키우는 것도 벅찬 일이라 생각해 우리 식구가 이렇게 넷으로 굳어지는가 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우리보다도 간절히 아들 타령을 하기도 하고 아들 가진 친구들도 은근히 "목욕탕 가면 때 밀어 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하며 꼬드깁니다. 셋째는 사실 저와 아내에게는 부담이었습니다. 워낙 딸이 귀한 집안이라 둘째까지는 환영을 받았지만 셋째가 딸이라도 좋아할지, 그리고 또 셋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딸이면 어떠냐, 셋째가 제일 예쁘다는데 젊을 때 빨리 나서 키우는 것이 좋다"하시면서도 고추 달린 손주를 원했습니다. 기왕에 딸도 둘이 있으니 저나 아내도 마찬가지였구요. 몇 년을 망설이다가 셋째 갖기 작전에 들어가서 아들 용휘(容輝)를 낳았습니다. 딸도 좋다고 하시던 어머님이나 아내, 나까지 그 속내가 훤히 드러나더군요. 그런데 조신하던 딸만 키우다 아들을 키우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야, 만약에 용휘가 둘째였으면 셋째는 생각도 못 했겠다." 이구동성으로 아내와 한 말입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이젠 커서 큰 딸은 중학생이 되었고 둘째는 5학년, 막내는 7살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게 자라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그 마음 속에 넓은 자연을 선물로 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조금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크면 유년시절을 자연과 가까이 지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들의 삶에도 유익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자연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막내는 산책길에 졸졸 쫓아다니며 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꽃노래를 불러달라 조르기도 하고 이런 저런 풀과 곤충들도 만져보기도 합니다. 간혹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꽃 이야기를 기억해 두었다가 정말인지 아닌지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큰개불알풀꽃이 개의 거시기와 비슷하다고 했더니 하루는 개와 큰개불알풀꽃의 씨앗을 번갈아 보면서 깔깔거립니다. 둘째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다가도 화가가 되고 싶다고 하고,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다가도 엉뚱하게도 "아빠, 나 농구 선수할까? 축구 선수하면 안 될까?"하기도 합니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큰 딸의 꿈은 피아니스트입니다. 가끔씩 큰 딸이 피아노를 치고 나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때가 있습니다. 그 시간은 아주 오래 전에 꿈꾸던 꿈이었습니다. 이 다음에 결혼하면 예쁜 딸 낳아서 같이 피아노 치면서 노래도 부르겠다는 것이 어린 시절의 꿈이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연과 가까이 있었다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넓디 넓은 바다와 완벽한 곡선의 미를 보여주는 오름과 들판에 피어나는 꽃들과 지는 노을을 바라볼 때마다 지금은 아닐지라도 '아 좋다, 예쁘다!'는 느낌만 가질 수 있다면 훗날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좁다란 골목길. 제주의 돌담너머로 보이는 시골집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갈한 마당들과 골목길마다 밝혀진 가로등과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과 초승달이 우리 가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좁다란 골목길이 꽉 찹니다. "야, 역시 셋 낳길 잘했다!" 아이들은 뭔 말인가 해서 멀뚱멀뚱합니다. | ||||||||||||||||||
| ||||||||||||||||||
2004/05/24 오전 11:03 ⓒ 2004 Ohmynews | ||||||||||||||||||
| [포토에세이] 불기(佛紀) 2548년 부처님 오신 날 (0) | 2004.05.27 |
|---|---|
| 구성연 사진전 <모래> 6월 1일까지 인사동 덕원갤러리 (0) | 2004.05.25 |
| [사진에세이] 모내기철 바쁜 농촌의 일상 (0) | 2004.05.22 |
| 만화 vs 영화 : 목포는 항구다 (0) | 2004.05.21 |
| [포토에세이] 세상과 나 사이에는 창이 있다 (0) | 200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