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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불기(佛紀) 2548년 부처님 오신 날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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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섬광' 꺼지고 '평화 등불' 켜지길
[포토에세이] 불기(佛紀) 2548년 부처님 오신 날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조호진(mindle21) 기자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불기(佛紀) 2548년 부처님 오신 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형형색색의 등(燈)이 걸려 있습니다. 수많은 이름들이 등에 새겨져 오월의 하늘을 푸르게 하고 있습니다.

저 많은 등에 담긴 소원과 소망은 무엇일까? 등(燈)은 석가모니 생존 당시 '아사세' 왕이 기원정사에서 법문을 청해 들을 때 동참한 불제자들이 기름등불을 켜서 법회자리를 밝힌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 연등 접수처에 모여든 사람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이때 '난타'라는 한 가난한 여인은 많은 사람들이 기름등불 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고 자신도 복을 쌓고 싶었으나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기름 한 되를 구해 등불을 밝혔습니다.

아침이 돼 모든 불은 거의 꺼졌으나 '난타'라는 여인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고 밝게 타고 있었습니다. '아난'과 '목견련' 존자(尊者)가 이를 보고 석가모니께 여쭈니 "이 등불은 지극한 성심과 큰 원력을 가진 사람이 밝힌 등불이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다"고 말씀 하셨다고 합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가난한 여인의 등불만이 꺼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온갖 소원과 소망의 등을 켜기보다 참회의 등을 먼저 켜야 할 것 같습니다. 탐욕의 칼을 든 채 밟고 밟히지 않기 위해 싸우는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여기가 연옥(煉獄)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가난한 자의 밥을 뺐기 위해 눈을 부라린 적은 혹시 없었습니까?

등(燈)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화엄경에 "믿음을 심지 삼고, 자비를 기름으로 삼으며 생각을 그릇으로 하고 공독을 빛으로 하여 삼독(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없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남의 것을 탐내고, 남의 말에 성내는 어리석음을 없애라고 했는데 과연 그러하였습니까? 자비의 등을 켜들고, 가난한 이웃의 눈물을 씻겨주어야 합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조계종 종정 법전(法傳) 스님께서는 불기 254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밝힌 법어(法語)에서 "모든 생명의 근원은 깊고 고요하며 평화스런 법신(法身)을 갖추고 있다"며 "모든 대립을 원융(圓融)케 했으며 밖으로 구세(救世) 자비를 넓혀 중생은 평화와 자유를 누리게"한 부처의 뜻에 따라 살아가기를 부탁했습니다.

전쟁은 전쟁터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도적질은 흉악한 범죄자의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쟁에 환호하는 파괴의 심성, 남의 것을 빼앗는 도적의 행실이 우리 마음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탐욕이 아니라 자비의 마음일 것입니다. 평화와 자유를 누리라는 게 부처님의 뜻이라는 것을….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께서는 봉축사에서 "부처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비와 사랑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자기 헌신과 자기 부정 없이 자비와 사랑의 실천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씀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또한 "우리들의 삶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우리는 소중한 존재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너무도 쉽게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너무도 빈번히 인간을 해하였고, 아무런 자책도 없이 자연을 파괴했다"고 반성을 촉구하였습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스님께서는 특히 "이라크에서는 전쟁의 고통 속에 대량의 인명 살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은 이역만리 이라크만의 고통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통"이라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세계의 평화와 우리들 삶의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찾아나설 때 지구촌 평화의 길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일러줍니다.

스님께서는 이와 함께 "상생과 화합도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하며 사회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흐름 속에 그 대상이 되어버린 사람들까지도 포용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적 아량이 필요하다"며 "부처님 오신 날, 서로를 살리는 상생과 나눔의 실천으로 모두가 진정한 해탈의 기쁨을 맛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부탁했습니다.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남북 불교도들이 증오와 대립의 땅에 평화의 날이 오기를 간구하며 다음과 같은 공동발원문을 발표했습니다. 다음은 공동발원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민족의 대결과 분열을 조장하는 여러 요인들과 난관과 위기가 있었으나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 나라의 자주통일을 이루는 실천행에 불퇴전의 신심과 원력으로 정진해왔습니다.

지금 북녘땅은 룡천역 사고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남북 모든 민족 대중의 일치된 동포애로 아픈 상처가 치유되어 가고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 복구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룡천지역이 정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족 대중의 협력과 합심, 동체대비의 실천행이 요구됩니다.

우리 불교도들과 7천만 겨레는 아직도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발고여락의 이념이 실현된 통일세상, 다시는 고통과 재난, 분단과 전쟁이 없는 불국정토를 내 나라, 내 조국 땅에서 일으켜 세우려는 우리들의 간절한 소망이 하루 빨리 성취되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나아가 인류의 평화를 실현하여 불국정토를 이룩하는데 우리 불교도들이 앞장서도록 용기를 주십시오."


▲ 조계사 대웅전에 차려진 룡천역 사고 피해자의 극락왕생 기도처.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조계종은 이날 발표한 발원문(發願文)에서 조국통일과 인류평화를 기원했습니다. 다음은 발원문 요약입니다.

"중생의 진실한 행복의 등불로써 오신 부처님!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가르침을 받들어
분단 조국에는 통일을,
대립의 마당에는 화합을,
침체의 구렁에는 용기와 활기를,
속박과 전쟁에는 자유와 평화를,
두려움과 무지에는 지혜의 광명을 밝히겠습니다."


▲ 관불의식.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가난한 이웃들과 밥을 나누고, 파괴되어 가는 생명을 지키고, 원수에게 겨누어진 칼을 거두어 자비의 마음으로 용서하고 화해하겠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봉축 메시지에서 "대화로써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감정을 가지고 적대와 불신을 키우거나, 말로는 화해와 상생을 얘기하면서도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공정과 투명을 바탕으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고 보살피는 자비의 마음으로 따뜻한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 사람이 등이 되게 하소소.
ⓒ2004 오마이뉴스 조호진
감로수를 부처님의 정수리에 붓습니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신 석가모니의 몸을 씻겨 드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도 실천하지 못한 죄를 참회합니다. 죽음과 파괴의 전쟁을 보고도, 내 전쟁이 아니므로 외면한 죄를 뉘우칩니다. 이웃의 고통을 내 행복이라고 여긴 철면피한 삶의 태도를 자복합니다.

이라크 전쟁의 참혹함을 보고도 아메리카의 힘에 굴복해 군대를 보내기로 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참회하기를, 몰락의 길로 가면서도 전쟁을 고집하는 부시 미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깨닫기를 기원합니다. 전쟁을 부추기며 국민을 전쟁광으로 만들려는 수구 언론의 행패가 단절되기를 원합니다.

평화와 자유의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 그리하여 전쟁의 섬광은 사라지고 온 세상 사람들이 평등, 평화, 자유의 연등이 되어 세상 천지를 밝게하기를 부처님 오신 날에 기원합니다.

2004/05/26 오후 5:4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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