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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관, 그는 기인인가 땡초인가?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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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관, 그는 기인인가 땡초인가?
농촌 대중과 함께하는 불제자 용인 영통사 혜관 스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안동희(twinkleahn) 기자   
지난해 초파일, 쉬는 날이라 할 일 없이 놀고 있는데 아내가 옆 동네 사는 괴짜 스님이 마술쇼를 한다고 구경가자고 한다. 스님이 도술이면 도술이지 웬 마술이냐며 괴이한 마음에 따라 나섰다. 연등이 드문드문 걸려 있는 농가 철문을 들어서니 아닌 게 아니라 스님이 마술을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 마술 공연 중인 혜관 스님
ⓒ 안동희
스님인지 귀신인지 얼굴에 연지곤지를 바르고 지팡이로 꽃을 만드는 묘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답지 않게 회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높은 묘기를 펼친다. 사람 목을 통 속에 넣어 360도로 회전시키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공중부양시킨다.

스님이 맞나 하는 미심쩍은 마음이 앞서지만 단정히 앉아 법회를 주관할 때 보니 엄연한 스님이다. 알면 알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이상한 스님, 영통사(靈通寺) 혜관(38·慧觀·속명 홍남기) 스님과의 인연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 분이 요즘 무지하게 바쁘다. 자기 말로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주류급 방송사 오락 프로마다 '마술사 괴짜 스님'이란 타이틀로 한번씩은 방영이 되었고 멀리 부산방송에서까지 찍어 갔단다. 그러나 혜관 스님은 내심 방송에 나가는 것을 무척 꺼려해서 몇번이나 고사 했다. 첫 방송사의 담당 PD가 섭외 못하면 자기 죽는다고 해서 불쌍한 중생 살리자고 한번 나간 것이 이리 되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영통사는 절이라기보다는 일반 민가와 똑같다. 혜관스님 또한 스님이라기보다는 머리만 빡빡 밀었지 일반 대중과 그 겉모습이나 행동거지가 동일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그 모든 것이 그 분의 포교 철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절에서 자랐다. 자신의 말로는 절에 팔려 갔다고 하지만 천애고아를 거두어 준 것이지 절에서 사람을 돈을 주고 샀겠는가. 절밥을 먹으며 자란 스님이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자아의 고통 속에서 방황이 시작됐다.

체조부터 격투기까지 운동이란 운동은 닥치는 대로 했다. 남을 두들겨 패고 또 두들겨 맞으며 자신의 분노를 분출시켜 나갔다. 나중엔 종목을 권투로 바꿔 동양챔피언에 오르기까지 했다. 불교 용어로 아라한(阿羅漢)이 된 것이다. 그리곤 다시 절로 돌아갔다.

다시 부처님 품으로 돌아온 그는 정진을 거듭해 이른 나이에 조계종의 큰스님이 되었다. 어느 큰 절의 주지를 맡으라는 것을 뿌리치고 산을 내려와 바랑 하나 메고 고행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천하를 주유하던 혜관스님이 지금은 용인 농촌에 허름한 농가를 얻어 영통사라 이름 붙이고 들어 앉아 일반 대중들과 함께 불법을 펼치고 있다.

스님은 탱화와 단청과 같은 불교 미술과 동양화에 조예가 깊다. 98년 한국미술대전에서는 '청화백자'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명실상부한 예인이다. 요즘도 심심풀이로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화선지에 슥슥 그려내는 부엉이 그림은 눈이 부리부리한 것이 후다닥 날개를 치고 날아갈 것만 같다.

▲ 혜관 스님의 달마도
ⓒ2004 혜관 스님
그런 그가 '괴짜'라든지 '살아있는 기인'이라든지 하는 별명을 얻은 내력은 다음과 같다. 그는 마술뿐만이 아니라 침술에도 달인이다.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못하는 스포츠가 없는 팔방미인이다. 스쿠버다이빙과 승마는 지도자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고 패러글라이딩과 사륜구동 오프로드까지 한다.

예술과 의술에 뛰어나고 만능 스포츠맨이라서 그를 괴짜라고 한다면 그것은 알려진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 혜관스님은 시주를 받지 않는다. 한번은 무슨 돈으로 절을 운영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의 대답인즉, 조계종은 운영 자금이 중앙에서 내려 온다고 한다. 다른 큰 절에서 시주한 돈이 모여 다시 재분배된다는 것이다. 다른 절이야 돈 많은 신도들이 많아 큰 돈이 모이지만 우리 신도들이야 무슨 돈이 있어 시주를 하느냐는 것이다. 어쩌다 신도들이 스님 모르게 불당에 놓고 가는 몇장 안되는 지폐들도 한달이고 두달이고 그자리 그대로다.

혜관 스님이 진정 괴짜이자 기인으로 불리우는 것은 그의 격식 파괴에 있다. 불가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곳이다. 그 틀을 과감히 깨어 버리고 일반 대중들과 친구함으로 해서 불교를 생활 종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이천에 있는 나이트클럽에까지 진출해 마술 정기 공연을 한다고 하니 그 분의 불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히 상상 초월이다.

그는 정기적인 법회 시간이나 어디 초대받아 고사를 지낼 때가 아니면 법의를 걸치지 않는다. 중생들과 먹는 것, 입는 것을 함께 한다. 한번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진 속에 물고기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을 보고 궁금하여 여쭌 적이 있다. "스님도 생선회를 드십니까?" 스님 왈, "매운탕은 살생이라 못 먹고 생선회는 합일이라 즐겨 먹습니다. 허허허" 그러면서 옆에 놀러와 있던 신도에게 "어이 이거사! 실한 놈으로 한마리 끄슬려 봐" 이렇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농을 던진다.

먹는 것 입는 것뿐만이 아니다. 무시로 줄담배를 피워 대며 토해 내는 개그맨 뺨치는 달변에 신도들이 대굴대굴 배꼽을 뺀다. 스님이 업소 준공식에 가서 굿을 할 때면 업소가 잘 굴러가라고 염불을 하며 앞으로 뒤로 대굴대굴 구른다. 자기가 이렇게 많이 굴러야 그 업소가 잘 굴러 간단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미자 노래를 불러 제끼던 걸레 스님 중광(重光)에 필적할만하지 않는가.

며칠 전 혜관 스님께서 한번 들르라고 전화를 했다. 요즘 살기 힘들어 뒤숭숭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늦은 저녁 영통사를 찾았다. 대뜸 "많이 벌 생각하지 마, 재산이 10억이 있음 뭐할 거며 100억이 있음 뭐할 거여. 먹고 살 정도로만 벌고 적당히 살어"하고 말한다.

항상 명랑 재기발랄하던 혜관스님이 오늘 조금 침울하다. 사연인즉 이렇다. 어느 형과 아우가 100억 재산을 사이에 두고 10년째 소송을 했었다. 형이 패소를 했는데 뒷산 나무에 목을 매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 뼛가루가 오늘 들어왔다고 했다.

아무 욕심 없이 대중과 함께 울고 웃는 그런 혜관 스님도 자신의 목표가 있다. 만불자(萬佛子)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절은 산세와 전경이 좋은 깊은 산속에 으리으리하게 자리 틀고 있어야 만불자가 모인다고 했던가? 그는 그런 절을 버리고 속인들과 함께 하며 일반 대중들을 만불자로 만들려 하는 것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봉축 법회가 끝나면 특별 행사로 마술과 차력뿐만 아니라 국악 한마당을 펼친다고 한다. 그동안 틈틈이 익혀 온 혜관스님의 피리 솜씨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이번 석가탄신일도 농촌 대중과 함께 봉축하는 불교 한마당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이 될 전망이다.
영통사와 혜관 스님에 대한 정보는 영통사 공식 홈페이지(http://www.heygwan.com)에서 더 얻으실 수 있습니다.

2004/05/25 오후 6:1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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