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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아이들 방에 있는데 어디선가 '똑똑똑' 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불을 켜고 둘러 봤더니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는 김치 냉장고 위로 빗물이 주룩주룩 떨어졌다. 결국 고무대야를 대놓고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은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빗물이 고무대야에 가득 담겨 있어 넘칠뻔한 적도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하면 함부로 집을 비울 수도 없었다.
일기예보에서 비만 온다고 하면 출근할 때 김치 냉장고 위에 세숫대야나 큰 고무대야를 놓고 나가야 했다. 그러다가 단양에 있는 샛별이네에 큰 천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낡은 집인지라 수리 비용도 적잖이 들 것이었기에 단양에 가서 천막을 얻어왔다. 날씨가 좋은 날 남편은 지붕 위에 올라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붕의 일부를 걷어내기도 했다. 함석과 함석 밑에 댄 나무들도 뜯어냈다. 많이 삭아 있었다. 함석을 박아 놓고도 날라가지 말라고 기와들을 얹어 놓았던 모양이다. 남편과 아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서 걷어낸 것들을 난 밑에서 받아내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팔이 뻐근했다. 함석과 기와들을 받아서 한쪽에 차곡차곡 세워놓았다.
녀석은 내게 사다리를 밟고 지붕 위로 올라와 보라고 권했다. 지붕 위에서 보는 동네 모습은 색다르다나? 그러나 나는 낡은 지붕이 무서웠다. 지붕 위에 두 사람이 있는 것도 불안한데, 육중한 몸으로 나까지 올라가면 어떤 비상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사양했다. 그래도 아들녀석은 "엄마 올라와 보세요, 안 무서워요. 지붕 위에서 보는 하늘은 달라보여요. 동네 모습도 색다르고요”라며 설득했지만, 올라가지 않았다.
천막이 워낙 커서 반듯하게 펴서 지붕에 덮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부자는 지붕을 누비고, 나는 그들이 부르는대로 아래에서 뛰어다니며 천막고리에 밧줄을 끼웠다. 천막을 다 씌우고는 아들과 아버지가 사다리를 타고 차례로 내려왔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렇게 집안일을 같이 하며 서로 친해지고 남자로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커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 ||||||||||||||||||
2004/05/27 오후 11:53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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