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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지붕 위에 올라와 보세요. 안 무서워요"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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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지붕 위에 올라와 보세요. 안 무서워요"
아버지와 아들(1) 집 수리에 나선 부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송진숙(dulggot) 기자   
지난해 여름, 아이들 방에 있는데 어디선가 '똑똑똑' 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불을 켜고 둘러 봤더니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는 김치 냉장고 위로 빗물이 주룩주룩 떨어졌다.

결국 고무대야를 대놓고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은 퇴근하고 돌아왔더니 빗물이 고무대야에 가득 담겨 있어 넘칠뻔한 적도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하면 함부로 집을 비울 수도 없었다.

▲ 지붕을 걷어내는 장면
ⓒ2004 송진숙
그렇다고 비에 젖은 지붕에 함부로 올라갈 수도 없었다. 젖은 스레트 위에 함부로 올라갔다가는 큰일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다.

일기예보에서 비만 온다고 하면 출근할 때 김치 냉장고 위에 세숫대야나 큰 고무대야를 놓고 나가야 했다. 그러다가 단양에 있는 샛별이네에 큰 천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낡은 집인지라 수리 비용도 적잖이 들 것이었기에 단양에 가서 천막을 얻어왔다.

날씨가 좋은 날 남편은 지붕 위에 올라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붕의 일부를 걷어내기도 했다. 함석과 함석 밑에 댄 나무들도 뜯어냈다. 많이 삭아 있었다. 함석을 박아 놓고도 날라가지 말라고 기와들을 얹어 놓았던 모양이다.

남편과 아들이 지붕 위에 올라가서 걷어낸 것들을 난 밑에서 받아내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팔이 뻐근했다. 함석과 기와들을 받아서 한쪽에 차곡차곡 세워놓았다.

▲ 천막을 지붕 위로 끌어 올리는 장면
ⓒ2004 송진숙
이제 중학교 2학년인 아들녀석은 아빠를 따라 지붕 위에 올라가 심부름을 하며 자기도 남자로서 자부심을 느꼈는지 망치로 못을 박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대패를 꺼내 각목을 깎아보기도 했다.

녀석은 내게 사다리를 밟고 지붕 위로 올라와 보라고 권했다. 지붕 위에서 보는 동네 모습은 색다르다나? 그러나 나는 낡은 지붕이 무서웠다. 지붕 위에 두 사람이 있는 것도 불안한데, 육중한 몸으로 나까지 올라가면 어떤 비상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며 사양했다.

그래도 아들녀석은 "엄마 올라와 보세요, 안 무서워요. 지붕 위에서 보는 하늘은 달라보여요. 동네 모습도 색다르고요”라며 설득했지만, 올라가지 않았다.

▲ 천막을 다 씌워놓은 모습
ⓒ2004 송진숙
빗물이 새는 부분을 다 걷어낸 후 파란 천막을 반으로 접어 씌우고는 네 귀퉁이와 중간중간에 있는 고리에 손가락 굵기 만한 끈을 연결했다. 다시 이 끈을 지붕 밑에 있는 각목이나 창틀 또는 바로 집 주변에 있는 큰 나뭇가지에 묶어두어 돌풍 같은 것에 날아가지 않도록 했다.

천막이 워낙 커서 반듯하게 펴서 지붕에 덮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부자는 지붕을 누비고, 나는 그들이 부르는대로 아래에서 뛰어다니며 천막고리에 밧줄을 끼웠다.

천막을 다 씌우고는 아들과 아버지가 사다리를 타고 차례로 내려왔다. 아버지와 아들은 이렇게 집안일을 같이 하며 서로 친해지고 남자로 나아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커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2004/05/27 오후 11:53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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