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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산도둑놈’인 약초 연구가 솔뫼씨의 산막 부근에서 뻐꾸기 우는 사연을 독자님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기 뻐꾸기가 다 자라서 둥지에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한 방송 작가에게서 온 이메일이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 연재 기사를 보고 쓴 시가 담긴 메일이였습니다. 약초 연구가인 솔뫼씨도 두 권의 시집을 낸 적이 있는 시인입니다. 시인에게 시로써 부탁한 촬영 요청을 솔뫼씨와 필자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7월 2일.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립니다. 오늘은 산중의 솔뫼씨를 촬영하는 날입니다. 아침 9시 20분 벌써 MBC의 촬영팀이 통도사 아랫마을, 우리 마을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서울에서 양산 통도사까지는 차로 한 5시간 걸립니다. 이들은 아마 서울에서 새벽 일찍부터 출발한 것 같습니다. 필자는 산행 준비를 갖추고 이들을 통도사 산문에서 맞았습니다. 솔뫼씨가 사는 산은 산중턱까지 비포장 도로만 있습니다. 그런데 촬영 팀이 타고온 봉고차로는 산 중턱은 고사하고 산 입구까지도 간신히 도착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산 입구에 차를 주차해 놓아야만 했습니다. 산속에서 밤을 지내야 하기에 텐트, 비상 식량, 촬영 도구, 또 솔뫼굴은 전기가 없는 깊은 산중이라 무거운 조명용 배터리, 그리고 야간촬영이 있기에 조명기기 등 정말로 짐이 많았습니다. 이 많은 짐을 모두 들고 걸어서 산을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봉수PD- 촬영 팀의 팀장입니다. 산 이곳 저곳 촬영거리를 찾느라 분주합니다. 무언가를 결정하면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이 눈을 번쩍거리며 재빨리 움직입니다. 신현주 감독- 산에 많은 경험이 있는지 동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봉수 PD를 말없이 몸으로 돕고 있습니다. 약초에도 관심이 많다는 인상 좋은 사나이입니다. 촬영팀 중 막내인 김영수– 유격 조교로 군대 생활을 해서 그런지 일도 군인 정신 그대로입니다. 가장 무거운 것만, 그것도 등에 지고, 목에 감고, 양손에는 짐을 들고, 그런데도 오 PD, 신 감독의 지시를 군대말로 까라면 확실히 까는 미남 청년입니다. 이 세 명과 필자까지 해서 모두가 등에는 커다란 배낭, 양손에는 짐을 가득히 든 채 산행을 시작합니다. 빗줄기가 크지는 않지만 계속 내려 산길이 미끄럽습니다. 오봉수 PD가 산 입구를 스케치해야 한다면서 카메라를 꺼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로 칭칭 감습니다. 빗속에서 이곳 저곳 열심히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산에 오릅니다. 오늘의 산행은 무거운 짐 때문에 산행이 아니라 중노동 중에서도 중노동입니다.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촬영 팀에 비해 무거운 것이라면 몸뚱어리밖에 없는 필자는 벌써부터 숨이 찹니다. 뒤를 돌아 보니 촬영 팀은 그 무거운 짐을 지고도 잘도 따라옵니다.
우리들이 오르는 길 바로 중간에 산두꺼비가 떡 버티고 있다가 천천히 기어갑니다. 그러나 이것을 촬영하고 싶어도 빗줄기가 하도 거세 카메라를 꺼낼 수도 없습니다. 필자가 두꺼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자 촬영 팀은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이며 또 출발입니다. 가파른 계곡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 계곡을 기다시피 한참을 올랐습니다. 산 입구에서부터 2시간 정도 흘렀습니다. 모두들 땀으로 목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도 내리던 빗줄기가 이제는 조용합니다. 키 작은 참나무 군락을 지나 바위숲이 보입니다. 저 바위숲만 통과하면 정상입니다. 한 30분 정도 미끄러운 바위숲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자 필자의 눈에 기암괴석이 보입니다. 기암괴석, 그 위가 바로 정상입니다.
평원에 가로지른 길을 따라 얼마쯤 걷다보니, 멀리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솔뫼씨였습니다. 솔뫼씨는 진심으로 우리들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평원을 지나 솔뫼굴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솔뫼굴에 내리자 바로 촬영 시작입니다. 비가 언제 또 내릴지 모르기에 비가 잠시 멈춘 지금이 바로 촬영 기회입니다. 이것저것 솔뫼씨에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솔뫼씨의 밥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거의 모든 생활에 대해 질문하고 솔뫼씨는 답하고 이것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한참 촬영 중입니다만, 필자는 정말 배고팠습니다. 그러나 촬영팀은 그저 촬영할 뿐입니다. 다행히 솔뫼씨의 밥하는 장면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밥은 솔뫼씨가 직접 채취한 상황버섯을 넣고 지은 밥입니다. 밥이 다 되고, 솔뫼씨의 냉장고의 김치, 산나물, 산채찌개 등 아주 진수성찬이 차려졌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기 전까지는 구경만 해야 하기에 필자는 더욱 배가 고파집니다. 진수성찬 촬영이 끝나자 이제는 정말 식사 시간입니다. 솔뫼씨가 산나물로 쌈을 싸서 촬영 팀에게 권합니다. 셋 중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르겠다며 다들 맛있게 정말 맛나게 먹습니다. 저도 먹어 보니 꿀맛 중에서도 꿀맛입니다.
잠시 후 솔뫼씨가 직접 만든 여러 산야차를 권합니다. 그런데 차를 마시던 오봉수 PD는 하늘을 보자 또 눈이 반짝입니다. 솔뫼굴에 찾아오는 밤 분위기를 촬영해야 한다며 또 바빠집니다. 오늘처럼 분주한 날에도 밤은 조용히 솔뫼굴을 찾아옵니다. 솔뫼씨는 하늘이 조금만 더 맑아지면 한밤에 반딧불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가느다란 빗줄기만 소리 없이 내립니다. 오봉수 PD는 아까 봐 두었던 평원의 밤 풍경을 담고 싶다며 평원으로 가자고 합니다. 필자는 쉬고 싶어 거짓말을 했습니다. 밤에는 평원에 독사가 많다고, 그런데 뱀을 최고 무서워 한다는 오 PD는 뱀에 물리는 것보다 ‘촬영이 우선’이라며 촬영을 독려합니다. 정말 일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맘때 산 정상에는 뱀은 없습니다. 환한 조명 빛 아래 평원은 낮에 보는 평원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입니다. 어디선가 조명 불빛으로 산나방들이 몰려들고 조명 빛에 놀란 산짐승들의 푸다닥 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안개 속의 밤이라 그런지 보고픈 반딧불은 보이지 않습니다.
산에서는 새소리에 잠을 깹니다. “뻐꾹뻐꾹” 살아있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새벽 안개 속의 솔뫼굴 정경은 아주 정겹습니다. 솔뫼씨는 벌써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우리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촬영 팀도 일어나 텐트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붓꽃이 피어 있고, 또 한쪽에는 늪에서만 자라는 난 같은 산야초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야생화들이 늪지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늪지를 부분 부분 싸고 있는 신라 때 쌓았다는 단조산성이 있고, 그 산성 옆에는 여러 특별한 나무와 산야초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솔뫼씨는 촬영 팀에게 이것저것 약초를 찾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솔뫼씨가 산 중턱까지 짐을 들어주며 배웅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을 오를 때와는 달리 편안히 산을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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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4 오후 7:50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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