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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끌며 세상과 맞서는 중3 소년 이야기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7. 1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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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가정 이끌며 세상과 맞서는 중3 소년 이야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권성권(littlechri) 기자   
▲ 굵은 빗줄기는 처마 밑으로 쉴새 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4 권성권
장대비가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멈추지 않고 퍼붓는다면 길바닥은 삽시간에 물바다가 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장대비가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올 수 있었습니다. 교회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의 집에도 다녀왔습니다.

인천에 살고 있는 이 학생이 사는 집의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물은 좀체 쉴 기색이 없습니다. 비가 멈추었는데도 어디에 고여 있었는지 부엌문 앞으로 자꾸자꾸 떨어졌습니다.

부엌문이 현관문인 까닭에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빗물은 곧장 방안까지 위협할 태세였습니다. 부엌도 시멘트 바닥이 아닌 맨 흙바닥이라 신발은 온통 흙발이 되었습니다.

줄줄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치 눈물 방울인양 처마 밑을 쳐다보는 그 녀석의 마음은 한없이 아릴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의 아버지는 며칠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무릎 관절로 몸져 누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녀석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녀석에겐 동생이 넷씩이나 딸려 있어서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녀석은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데도 동생들 뒤치다꺼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녀석이 부모님을 대신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살림살이를 꾸려간다지만 그저 힘에 부칠 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약값으로만 매달 절반 이상은 나가고 있습니다. 녀석이 쓸 용돈도, 동생들의 용돈과 학용품 값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힘들지?"
"괜찮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방학 언제 하냐?"
"다음 주예요."
"좋겠다."
"……."
"방학하면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 집에라도 다녀 올 계획이냐?"
"…, 엄마랑 아빠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요."
"이제 중 3인데,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냐?"
"…, 다른 것은 그런 대로 따라가는데요, 영어를 너무 못해서요."
"그러냐. 그럼 방학 때 내가 짬짬이 도와 줄까."
"…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보자. 노력해 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 덤벼 보자."
"예…."


녀석의 어깨는 무척 무겁습니다. 앞으로 집안의 장래는 온통 그 녀석의 어깨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녀석의 중학교 1학년 때 꿈은 의사였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 하나가 그런 꿈을 키우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녀석의 꿈은 그저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게 꿈이 돼 버렸습니다. 학교 수업을 좀체 따라 갈 수 없는 녀석은 그게 걱정거리입니다.

그래도 녀석은 이를 악다물고 버틸 것입니다. 다만 세상이 짓눌러 오는 무게가 녀석에게는 너무 버거울 따름입니다.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이 구 만리 길이나 되는데 어떻게 헤쳐 나갈지 막막해 보입니다. 그저 녀석의 앞길에 선한 도움의 손길이 활짝 열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2004/07/16 오후 2:4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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