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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을 들추다 그럴듯한 짱을 하나 만났다. 울짱이었다. 우지(울보) 짱인가 해서 한참이나 다시 보았으나, 엉뚱하게도 울타리란 뜻이었다. 요새 젊은이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짱의 원조가 울짱에서 시작되었나 싶어 한참이나 웃었다. 해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울타리를 세운다. 울타리 감으론 갈참나무가 좋다. 아장구(나무 가지의 강원도 사투리)가 많지 않아 바람이 잘 통하고 껍질이 꺼실하여 어린 덩굴손들이 기어올라가기가 수월해서다. 사람 키보다 좀더 자란 고만고만한 것들만 골라잡는다. 언제나 그렇듯 생나무를 베려면 송구스러워 목을 다섯 번쯤 굽실거린다. 지렛대로 땅 속을 쿵쿵 찔러 구멍을 뚫고 겹으로 꼽아 놓는다. 울 섶 꽂기가 끝나면 칡으로 허리를 질끈 동여 매준다. 잘록한 허리는 어디서 봐도 좋은 법인데 울타리의 옴폭한 부분은 늘씬한 여인의 허리 결을 보듯 시원해서 좋다. 울타리를 나누려고 겅둥겅둥 발자국 뛰기를 해 본다. 스물 한 발자국이나 되었다.
이쪽 저쪽을 휘둘러 볼 법도 하건만, 흔들림 없는 양심을 앞세우고 위로만 기어오른다. 어쩌나 보려고 바른쪽 감기를 왼쪽으로 슬쩍 옮겨 놓아도 비웃기나 하듯 어느새 바른쪽으로 되돌아온다. 울타린 오늘도 자신의 몸을 비썩 말려가며 서 있어도 외롭지 않다. 어린 손들의 올곧은 마음 씀씀이에 비하면 죽어도 한이 없을 듯싶고, 오직 튼실한 버팀목이 되리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며칠 전, 버팀목처럼 사는 친구를 따라 중증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복지원에 도착하자마자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며 우물대더니 예쁜 돼지저금통을 꺼내놓았다. 저금통을 닮아 통통한 얼굴을 한 자원봉사 아가씨께서 통장을 건네 주며 입금 내역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친구와 수십 년 간을 사귀어오면서도 저리 부끄러워하며 꽃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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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6 오전 11:16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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