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하철역에서 펼쳐진 에어로빅 공연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7. 26. 00:23

본문

728x90
지하철역에서 펼쳐진 에어로빅 공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장미숙(erigeronf) 기자   
폭염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뒤척이게 되는 날도 아침 다섯 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어야 가뿐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비오는 날이나 일요일만 빼고 매일 공원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웃다 보면 어느새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날씨가 더워서 조금만 뛰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지칠 때도 있지만 매일 빠지지 않고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아침 여섯 시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에어로빅, 선생님의 힘찬 구령소리가 축 처져있던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육 년 가까이 아침마다 공원에서 운동을 해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에어로빅 선생님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주민들을 위한 생활체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아침에 공원에서 하는 에어로빅이 있습니다.

주민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올해 삼월부터 에어로빅 선생님이 새로운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전의 선생님에 비해 너무나 열성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께 흠뻑 빠지고 말았지요. 저 뿐만이 아니라 연세가 드신 분들은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십니다.

▲ 에어로빅 선생님
ⓒ2004 장미숙

나이는 대략 사십대로 짐작하고 있는데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건강미가 넘쳐흐르고,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는 목소리에, 거기다가 애교까지 만점이지요. 가끔은 웃기기까지 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는 겨? 제 배 바라보지 마세요. 제 다리통 보고 웃는 거죠?"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공원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하는데 볼수록 인간미가 넘쳐나는 선생님이 무척 좋습니다. 보통 에어로빅 선생님이라 하면 날씬한 몸매를 상상할 수 있지만 선생님은 보기 좋은(?) 몸매를 갖고 계시죠.

지난 토요일 선생님이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전철역에서 선생님의 수강생들이 펼치는 에어로빅 발표회가 있으니 시간이 있으면 관람을 해 주십사 하는 부탁이었죠. 선생님은 아침시간 말고도 몇 군데 체육관에서 지도를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3시에 시작하는 발표회를 보기 위해 연세가 많으신 분들과 함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군자역으로 향했습니다. 군자역에 도착하니 벌써 시작한 듯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지요. 무슨 일인가 하고 구경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과 신나게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 문화축제>라는 타이틀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지하철 문화공연이었죠. 에어로빅과 태권도 시범이 있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문화공원연구회 등이 주최하는 행사인 듯했습니다.

에어로빅을 하는 분들은 프로가 아니고 우리가 흔히 주위에서 보는 아줌마들이었습니다. 적당히 뱃살도 나오고, 팔뚝도 굵은 아줌마들이지만 열정 만큼은 대단했죠. 더운 여름날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음악에 몸을 내맡긴 그분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 아줌마들로 구성된 열정이 넘치는 에어로빅 팀
ⓒ2004 장미숙

삼십대에서 육십대까지 보이는 분들로 이루어진 팀이었는데 십분 가량 쉬지 않고 뛰고 나서도 지치지 않은 모습이 평소에 운동을 하면서 단련된 건강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음악만 나오면 몸이 흔들리는 저도 속으로 은근히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한번 뛰어볼 수 있기를요.

지하철역에서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건 봤지만 에어로빅을 보긴 처음이었는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들의 발이나 다름없는 지하철은 하루 이용객수가 650만이라고 하는데 지하철역에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연이 많아진다면 지하철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나 선입관도 많이 바뀌어지겠지요.

▲ 구경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2004 장미숙

에어로빅 공연이 끝나고 초등학생, 중학생들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이 있었는데 음악에 맞춰 공연을 하던 태권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답지 않게 절도 있고 현란한 격파기술에 사람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는 외국인들도 보였지요. 태권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운동이니 만큼 지하철 공연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때문에 간 곳이었지만 사실은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신나고, 즐겁고 행복했으니까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더운 여름날,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귀한 땀방울을 흘려주었던 그분들께 다시 한번 힘찬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2004/07/25 오후 4:27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