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나비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7. 28. 00:02

본문

728x90
'더불어 삶'을 살아가는 나비
<포토에세이>나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 청띠제비나비
ⓒ2004 김민수
가만히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착하게 살아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의 만남은 어우러짐의 미학을 만들어 내고, 그렇게 서로서로 도와주고, 돋보이게 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깨우침을 줍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서로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만나기보다는 미워하고, 경쟁하는 관계로 만나게 되는 인간, 그것을 우리는 비인간화된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비인간화된 삶에서는 '더불어'라는 개념은 있으되' 더불어 삶'이라는 실천은 없습니다. 그러니 삶이 공허해 집니다. 남들이 다 그렇게 사는데 나만 이렇게 산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살아가다가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시골생활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왔습니다.그 많은 변화 중에서 하나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에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늘 달고 살았었는데 이 곳에서는 그것이 아주 낯선 단어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출퇴근을 하면서 길에 뿌리고 다니던 시간들도 고스란히 소중한 시간으로 돌아왔기에 어떤 날은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도 있구나' 깜짝 놀랄 때도 있습니다. 천천히 살면서도 오히려 지름길로 숨차지 않게 걸어가는 것 같아서 내게 주어진 삶의 속도가 고맙기도 합니다.

날씨가 더우니 먹는 것도 귀찮아집니다.

맨밥에 냉수를 부어 텃밭에서 따온 고추를 반찬으로 아내와 점심을 먹습니다. 밥을 먹으며 마당을 바라보니 청띠제비나비 한 마리가 마당에 뿌려놓은 물기의 냄새를 맡았는지 한참을 땅에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나가지 않으니 나비가 찾아 왔나보다."

날씨가 더워서 마당에 종종 물을 뿌리는데 그 때마다 나비들이 놀러옵니다. 그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나비가 아니라 주로 제비나비종류가 많이 날아듭니다. 그만큼 제가 살고 있는 환경이 깨끗하다는 뜻이겠지요.

▲ 억새와 범부전나비
ⓒ2004 김민수
뜰을 서성이다보면 많은 나비들이 놀러와 쉬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때론 꿀을 따기도 하지만 때론 쉬기도 합니다. 나비의 유충들 덕분에 채소는 그 모양새가 못생긴 경우도 많지만 벌레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것을 우리 식구가 먹는 것이니 마음놓고 먹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선호하는 채소들은 벌레들도 먹지 못하는 불량품(?)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요즘 돈 많으신 분들은 일부러 벌레 먹은 채소를 사먹기도 한다고 하니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나비는 참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 앉아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풀이었는데 나비가 찾아와 쉬면 아주 특별한 풀이되고, 꽃이 됩니다.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지만 잠시 동안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누군가에게 다가갔을 때 함께 있음으로 인해 더욱 아름다운 사람, 그런 관계의 만남이 참으로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홀로 있을 때에는 그리워하다가도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적인 삶입니다.

▲ 방동사니와 범부전나비
ⓒ2004 김민수
잔디밭에서 저와 씨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방동사니입니다.씨로 퍼지고 뿌리로 퍼지는데다가 씨앗을 뿌리고 나면 뿌리가 썩어가면서 잔디도 죽이고, 결국 자신들의 영역을 점점 넓혀 가는 무서운 놈들입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잘하는 일이겠지만 잔디를 가꾸는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런 방동사니에도 나비가 앉아있으니 참 예쁩니다. 나비만 예쁜 것이 아니라 나비에게 쉼터를 제공해주고, 꽃 같지도 않은 그 꽃에도 나비의 먹거리가 들어있구나 생각하니 다르게 보입니다.

'원수를 사랑하게 하는 힘'을 나비가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방동사니에 앉은 나비는 거꾸로 매달려서 꿀을 빨고 있습니다. 그만의 특별한 모습인가 했더니,그렇게 방동사니처럼 작은 꽃들의 꿀을 먹는 나비들은 대체로 그렇게 거꾸로 매달려서 꿀을 먹더군요. '거꾸로'라는 말을 '발상의 전환'이라고 바꾸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겠지요.

어린 시절 다리를 벌리고 등을 굽혀 가랑이 사이로 하늘과 나무와 산을 바라보신 적이 있으시죠. 같은 풍경인데 거꾸로 보면 왜 또 그리 신기하게 보이던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동심을 잃어버렸다는 증거겠지요. 내일은 한번 뜰에 나가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집 뒤편에 있는 지미봉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 애기범부채와 배추흰나비
ⓒ2004 김민수
배추흰나비는 아마 배추잎사귀를 갉아먹고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그렇다면 우리 집 화단에 유난히 많이 찾아드는 저 배추흰나비가 지난번 텃밭에 심었던 배추를 갉아먹던 그 주범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밉지 않은 것은 나비가 있으니 더 아름다워지는 화단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비가 있음으로 화단만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들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사색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의 마음도 정화를 시켜주니 고마운 존재죠.

뜰에서 만난 나비들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그들의 존재이유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디든 다가가서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듯한 그 모습에서 많은 의미들을 부여받습니다.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주는 그런 삶들을 살아간다면 우리도 충분히 나비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가 사람임을 확인하면서 '그래, 사람이 꽃보다, 나비보다 아름다워!'하고 감격스러운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비같이 살라고 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나비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힘써야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누추한 우리집까지 찾아와 예쁜 포즈를 취해 준 나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07/23 오전 10:11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