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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하대했지만 자부심으로 견뎠어요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7. 3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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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하대했지만 자부심으로 견뎠어요”
조리사 지창현씨의 조리 인생 40년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권윤영(hooko) 기자   
▲ 조리사 지창현씨
ⓒ2004 권윤영

“가끔씩은 '태어나면서부터 조리사가 아니었나?' 하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답니다.”

한적한 동네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길상레스토랑(대전 전민동). 이곳에는 특별한 조리사 지창현(65)씨가 있다. 다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깊게 패인 주름살이 그의 나이를 짐작케 해주지만 그는 여전히 일선에서 조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요리사가 아니라 조리사입니다. 단순히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생이나 보건 등 조리에 관한 다양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조리사라 하죠.”

그에게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물씬 묻어난다. 약관에 미군부대에 들어가 요리를 배운 후 반도호텔(현 서울조선호텔) 등에서 조리사 생활을 했다. 그 밑에서 요리를 배운 사람만도 수백명이다.

10년 전 퇴직한 그는 여유있는 삶을 택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일을 하며 살아간다. 지금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지도 벌써 6년째.

“일을 그만두고 쉬고 싶지 않느냐고요? 휴가라면 좋아도 사람이 일을 하지 않고 매일 쉰다는 것은 고역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떳떳하답니다.”

조리 인생 40년

지난 63년 지독히도 가난하던 시절, 그는 23살의 최연소 나이로 미군부대에 취업했다. 청소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요리를 배웠고 조리사로 근무하다 69년,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컸던 서울조선호텔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규모 있는 호텔이 조선호텔과 워커힐호텔밖에 없는데다가 외국인이 총지배인과 총주방장을 맡던 시절이었다.

“미군부대 출신이라 영어에도 유리했을 뿐 아니라 외국요리에도 자신이 있었지요. 조선호텔에 69년 10월에 입사해 70년 3월 1일에 정사원이 됐습니다. 제가 한창 근무를 할 때 신라, 롯데, 하이야트 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조리사로서는 다양한 경력을 소유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난 79년에는 울산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기술진들 300여명의 식사를 비롯한 문화생활 책임자로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가 된 적이 있었다. 또한 82년부터 87년까지는 또다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울진원자력발전소 프랑스 기술진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경주 도쿄호텔(현 콩코드호텔) 일급 요리사와 대전 삼부프라자 570평 식당 책임자를 겸하다가 55세 때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현재 길상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23살. 처음 요리를 시작할 때 저 역시 겁도 나고 걱정도 했습니다. 지금은 후배들이 유학도 가고 조리사가 인기 직종이 되는 등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제가 조리를 시작했던 시절에는 요리사를 하대했지요. 그래도 제 가슴속에 자리한 자부심으로 견뎌냈습니다.”

지난 63년부터 86년까지 양식 분야에서 외국인하고만 일을 하면서 음식 냄새 때문에 마음대로 김치와 된장을 먹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에야 외국인들도 김치를 잘 먹지만 그때만 해도 냄새만 맡아도 큰일나는 줄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 아니었던가. 그는 한국에 살면서도 몰래몰래 김치를 먹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 했다.

“그래도 냄새는 귀신같이 알더라니까요.”

“내 정년은 70세”

초창기에는 남들처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던 그는 40여년을 조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 “청결함은 첫째고, 항상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어왔습니다”라는 그. 지금껏 그의 음식 맛 비결은 다름 아닌 정성이었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밤 10시가 돼서야 퇴근을 하지만 아직까지 체력적으로 끄덕 없다. 장시간 근무도, 더운 주방에 서서 요리를 하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일이기에 즐거움 그 자체.

“선생님이나 박사든지 어느 한 길을 택했을 때 힘닿는 데까지 할 수 있는 것을 직업의식이고 장인정신으로 봅니다. 저는 지금껏 단 한번도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지요. 그게 장인정신 아니겠어요? 저는 정년을 70세로 잡고 일하고 있답니다.”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2004/07/30 오전 10:5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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