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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지역 독거 노인들의 작은 천사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8.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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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지역 독거 노인들의 작은 천사들
창원 독거 노인 재가 방문 자원봉사자 김순자·홍순선씨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연옥(redalert) 기자   
독거 노인을 방문하여 말벗이 되고 손과 발도 되어 드리는 '사랑의 징검다리' 자원봉사자 김순자(55)씨와 홍순선(58)씨.

푹푹 찌는 듯한 폭염 속에서도 가족과 떠나는 여름 휴가도 제쳐놓고 매주 월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독거 노인 재가방문 봉사활동을 하러 집을 나선다.

사단법인 경남복지정책연구소(이사장 권영상)의 '사랑의 징검다리' 재가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된 지 어느덧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김순자씨는 "젊은 새댁들은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고서는 독거 노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고 끈기가 없어요. 그래서 중도 탈락자가 많아 자원봉사자들의 나이가 대체로 50~60대죠"라고 말한다.

자원봉사자 9명이 2~3조로 나누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독거 노인 23명을 대상으로 거의 매주 월요일 재가봉사 활동을 하는데, 개인별로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나게 되는 셈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맛있게 드시는 게 좋아서 사탕이니 과일이니 요구르트니 해서 작은 거라도 꼭 먹을 것을 들고 가고 싶어요"라고 홍순선씨는 웃으며 말한다.

기실 매달 연구소 경남 자원봉사자실에서 받는 16만원으로 9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여기 저기 봉사활동을 하러 다니기에는 살림이 빠듯해 자기 주머니 돈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밖에 없지만 싫은 내색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그들은 외로운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좋은 말벗이 되어 드리고 고민도 들어 드리고 빨래가 있으면 빨래도 하고 병원 진료시 함께 가기도 하고 대신해서 약도 사 드리고 매달 한 번씩 목욕 봉사도 한다.

▲ 철거 지역에 사는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자
ⓒ2004  
창원시 가음정동 철거지역에 아직도 살고 계신다는 오정수 할아버지와 김정금 할머니, 김갑례 할머니를 방문하러 나서면서 홍순선씨는 "꾸준하게 차량봉사를 해 주는 분이 적어요. 운전을 배울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 봉사는 뒷전이고 놀러 다니고 싶을까봐 일부러 배우지 않아요"라고 애로점을 말하기도 한다.

오정수(83) 할아버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기도 했다는데 무릎 관절과 허리 쪽이 부쩍 안 좋아져서 집안에만 계시고 거동을 거의 안 하신다고 한다.

▲ 부쩍 거동이 불편하다는 오정수 할아버지
ⓒ2004  
달세로 3만원을 준다는 오 할아버지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경남지회 부설 재가노인복지센터(창원시 중앙동 소재)에서 자원봉사자가 배달해 주는 점심 도시락을 드시고 그 반찬을 아껴 두었다가 아침, 저녁으로도 드신다 한다. 빨래가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홍순선씨가 금방 빨아 널어놓았다.

평소 병도 줍고 종이 박스도 주워서 팔기도 했다는 김정금(78) 할머니를 찾아갔더니 방에는 자질구레한 것들이 나둥그러져 있고 가구가 치워져 있는 것이 마치 황급히 이사를 간 듯했다.

수소문해서 알아보니 김정금 할머니가 얼마 전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갑자기 돌아가셨다 해서 몹시 당황했다.

▲ 음식을 자꾸 권하는 정 많은 김갑례 할머니
ⓒ2004  
늘 한복만 입고 젊었을 때 손재주도 좋았다는 김갑례(97) 할머니가 그 소식에 "왜 나를 먼저 안 데리고 가고…"하며 눈물을 지었다.

달세 10만원을 주고 있다는 김갑례 할머니는 창원 성산복지관에서 배달해 주는 점심 도시락을 받아 드시는데 김순자씨와 홍순선씨에게 자꾸 먹으라고 권하신다.

▲ 김갑례 할머니와 자원봉사자 분들
ⓒ2004  

▲ 자원봉사자 김순자씨와 홍순선씨
ⓒ2004  
김정금 할머니 몫까지 냉장고에 챙겨 넣어 드리는 김순자씨는 "만나고 돌아오면 늘 안타까운 마음에 또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크게 해 드리는 일은 없지만 그냥 말벗이 되어 드리는 거죠. 그동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아픈 데는 좀 나았는지 여쭈어 보고, 또 가족 이야기 등 마음 아픈 이야기도 많지만 되도록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리려고 해요"라고 했다.

그들이 "할머니, 포도 사 왔으니 나중에 냉장고에서 꺼내 하나씩 까서 드세요"하며 방을 나서자 김갑례 할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몇 번이나 잘 가라고 하신다.

2004/08/09 오후 11:3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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