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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물놀이를 가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8. 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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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 물놀이를 가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순희(sinchoon07) 기자   
▲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옆집 아저씨가 더 신났어요)
ⓒ2004 김순희
며칠 전 이웃과 함께 피서를 다녀왔습니다. 운동을 다니면서 알게 된 이웃아줌마와 통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여자가 함께 피서를 가자고 합의했습니다. 이웃아줌마와 통장님네 가족들은 아이들과 남편도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이며, 이제는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운 여름날, 저녁을 먹고 모여 얘기를 나누던 끝에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 다 가는 피서를 못간 아쉬움과 잠깐이나마 이 무더위를 식힐 좋은 계획을 생각하다 얻어낸 것이 제 고향집 근처의 냇가였습니다.

현재 제가 사는 곳은 울산인데, 저의 고향은 언양 천전마을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다리 밑에는 조그마한 내가 흐릅니다.

아이들 물놀이하기에도 적당하고, 어른들은 그 나름대로 어릴 적 추억 속으로 물고기 잡는 재미도 있을 것 같기도 해서 만장일치로 토요일(7일)에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말 반나절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하며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까지 하였습니다. 며칠을 놀다 오는 것도 아니고 고작 반나절인데, 무슨 준비가 필요한가 싶을 테지만 그래도 어디 놀러간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떠날 날짜가 다가오자 우리는 더 자주 모이게 되었습니다. 모이면 필요한 것들에 대한 메모와 의견들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또 준비할 것들이 왜 그리 많은지요. 하루를 두고 다들 모여 장을 보러 갔습니다. 꼭 필요한 것들만 사고 그 외의 것은 각자 집에서 가져가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떠나기로 한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비가 온다, 안 온다며 말들이 많았거든요. 다행입니다. 저는 아침 일찍부터 밥을 했습니다. 밥을 가져가는 것이 제일 쉬울 것 같아 자신만만하게 밥을 준비하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작은 박스 가득 밥을 채워 넣는 것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압력솥이 작아서 무려 다섯 번이나 밥을 해야 했거든요. 밥을 많이 먹을 거라는 통장님의 말에 한 15인분 이상을 한 것같습니다.

다음 부터는 절대로 밥 담당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일이 아니었거든요. 가서 간편하게 사 먹으면 될 일을 사서 고생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다 사는 재미 아니겠냐며 입을 모았지요.

밥을 하고 나니 벌써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딸아이를 챙겨 내보내고, 집안 정리를 하고 배당된 것들을 다 챙겨놓았습니다. 아마 계단을 몇 번 더 오르락내리락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별로 준비할 것이 없어 보였는데, 막상 그것들을 꺼내놓으니 짐이 많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물놀이에 적당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미 예약해 둔 차는 와 있었고, 세 집에서 준비된 물건들을 차에 싣다보니 사람 앉을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 물놀이 가는 사람들 짐이라기에는 좀 많아 보였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 챙겨진 것들이었습니다. 출근을 한 남편이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지체 없이 출발했습니다. 대부분 휴가기간이라 길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좀 복잡한 차 안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이웃과 함께 물놀이를 떠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했습니다. 편한 사람들과 함께 한 차를 타고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듯했습니다.

차로 한 20분 정도를 달려 가니 고향집 근처 냇가에 다다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물 속에서 헤엄치고 튜브 위에서 그 엄청난(?) 더위를 잊고 있었습니다.

▲ 별 반찬 없어도 밥맛은 꿀맛입니다.
ⓒ2004 김순희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을 냇가로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점심 준비를 했습니다. 밥을 해왔기 때문에 그 수고는 덜었습니다. 칭찬을 들으니 밥 하는 동안 힘들었던 기억이 말끔히 씻겨지는 듯합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러 멱을 감던 냇가였는데 주위에 아파트가 생기고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물도 조금 오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냇가에서 물고기가 살기 시작하고,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다슬기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차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꺼내 놓으니 정작 필요한 것들은 몇 가지 밖에 안 되었습니다. 환경오염이다 뭐다해서 말이 많은 이유로 그릇은 씻지 않고 모아두었습니다. 되도록이면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나름대로 애를 썼습니다.

확실히 통장님과 같이 가니 잔소리가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삼겹살을 준비해 왔는지 냇가 여기저기서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그릇을 씻는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놀이 문화가 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과 전 가까이 있는 어머니의 고추밭에 갔습니다. 어머니는 새벽녘에 고추를 따다 가지나무 아래 숨겨 두었으니 가져가서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곳에 가보니 정말 많은 고추들이 있었습니다.

깨밭에 가 깻잎도 따고, 상추도 몇 잎 적당히 땄습니다. 흐르는 물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그것들을 대충 씻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렸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릴 것 같아 서둘러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밥을 먹고, 다시 물가로 가서 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머니가 챙겨주신 고추가 맛있다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 역시 기분이 좋았지요. 남편과 아저씨들은 아이들 있는 곳으로 물놀이를 갔습니다.

배는 부르고 마음은 편하고, 신선이 따로 없다며 세 여성은 자리에 누웠습니다. 남편 얘기며 아이들 얘기를 나누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지요.

▲ 아저씨들은 지금 추억 속으로 들어갔어요.(아마 물고기들이 놀라 도망갔지 싶습니다)
ⓒ2004 김순희
해가 서서히 지나면서 남편은 어머니한테 가서 반도와 양동이를 가져왔습니다. 본격적인 물고기 잡기 작전에 들어간 셈입니다. 몇 시간을 돌아다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녀간 흔적이 보였습니다. 물고기 잡아 저녁에는 매운탕을 해먹기로 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저녁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세 아저씨가 양동이 가득 물고기를 잡아왔습니다. 그러면서 물에 넘어지고, 돌멩이에 긁히고, 상처 난 다리를 내밀어 보였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잡았다는 증거로 말입니다.

우리는 해가 넘어가는 줄 모르게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이 나서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났지만 우리는 촛불을 켰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저녁은 먹고 가야했습니다. 그 시간쯤 집은 더위로 익어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좀 선선해지면 출발하기로 하고 집들을 미리 챙겨놓았습니다. 촛불 아래에서 남편이 있는 재료만 가지고 대충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그런데도 통장님은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모두 배불리 매운탕을 먹고 짐을 차에 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까운 슈퍼에 가서 쓰레기봉투를 샀습니다. 앉았던 자리를 말끔히 치우고 근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차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하고 돌아서니 마음까지 깔끔해지는 듯했습니다.

아이들은 피곤한지 출발과 동시에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정말 반나절, 남들 하루 이상 보낸 피서보다 더 값진 시간들을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함께 사는 동안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가끔은 모여 여유를 찾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대신 다음번에는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데 합의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섰습니다. 아마도 함께 한 사람들은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찜통 같은 집안이 어느새 시원해졌습니다. 이제껏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 그날처럼 마음이 시원한 반나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올 여름, 이 무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다 해도 이젠 더 이상 더워지지 않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내 마음과 내 몸에 딱 맞는 편안한 옷 같은 이웃이 바로 내 집 옆에 살고 있으니까요.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2004/08/12 오후 2:25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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