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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있어도 얼굴에 물줄기가 생길 정도로 짜증스런 가마솥 더위. 누구라도 자극하면 금방 폭발해 버릴 것 같은 날씨인데 어느 마을을 지나다 환한 미소를 번지게 하는 두 사람과 만났다. 바지를 입지 않은 꼬마녀석과 연실 부채질을 해가며 뒤를 따르던 할머니가 그들이었다.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내가 7살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곤궁한 살림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집안으로 16살에 시집와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할머니. 작은 체구에 동네꼬마 몇을 모아놓고 한학을 가르치던 할아버지는 농사일은 물론 경제활동이라곤 전혀 하지 않으셨기에 7명의 자식과 가족의 생계는 할머니 몫이었다. 아버지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할머니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할머니는 이웃마을에 품을 팔러 갔는데 그 집 주인이 '여자가 쌀 한 가마니를 들고 센 물살의 개울을 건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농담처럼 할머니께 "오늘 고생 하셨는데 쌀 한 가마니 가져가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헌데 할머니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쌀을 머리에 이고 개울을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오다가 얼마나 넘어지셨는지 멍들고 긁히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일념이 할머니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 할머니는 여름밤 모기불을 피워놓고 들마루에 둘러앉아 옥수수며 수박을 먹은 후 할머니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으면 더위와 모기를 쫓기 위해 부채질을 해주시고, 모유를 많이 먹고 자라지 못한 나에게 빈젖을 물리면서 불쌍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모습으로 남아 있다. .
한번은 아버지께서 장에서 사온 강아지와 놀다가 지게작대기로 가볍게 내리쳤는데 강아지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아버지께 혼날 것이 두려워 점심과 저녁을 거른 채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네 입구 길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할머니께서 중풍으로 걸음도 제대도 옮기지 못하면서 그곳까지 날 찾으러 오셨다. 할머니를 보고 눈물을 쏟아내자 "걱정하지 마라 강아지 살았어" 하셨다. 또 한번은 할머니가 불편한 몸으로 소죽을 쑤고 계셨는데 내가 고구마를 구워달라며 왔다갔다 하는 사이 아궁이 속의 불씨가 옆의 콩깍지 더미에 옮겨 붙는 일이 발생했다. 불덩이는 우리들까지 덮칠 기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어린 나이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할머니를 그곳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그 일 이후 우리 막내 손자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내 볼을 어루만지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끝없는 사랑만 주시던 나의 할머니. 투박하고 갈라진 손바닥이 얼굴을 스칠 때면 따갑다며 찡그리던 막내 손자가 할머니가 그리워 이렇게 외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 ||||||||||||||||||||||||||||||||||||||||||||||||
2004/08/06 오후 2:51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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