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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역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용산동5가 주택가는 지난해 겨울부터 재개발을 위한 이주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우리의 재개발 현장이 어디나 그렇듯 이 곳 역시 세입자들과 집주인 또 재개발을 진행하는 업체간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흔적들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골목을 들어서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건물들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주인 잃은 집들이 철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골목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 다 쓰러져가는 걸 뭣 하러 찍어요?" 그리고는 아직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속내를 내게 한참동안이나 설명하듯이 털어놓으셨는데 그 주 내용은 "갈만한 곳도, 이주비용도 없으며 세상 살기가 왜 이리 힘든가?"였다. 골목길에 자라고 있는 키 큰 잡초를 뜯어 그것을 다듬어가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고단한 재개발 현장 세입자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골목골목 허물어진 담벼락과 쓰레기로 뒤덮인 폐가들 사이로 아직까지도 이사를 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으며, 도둑고양이들은 빈집의 주인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도둑고양이들은 한낮임에도 여기저기서 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놀라게 했다.
은행나무는 320여 년 이상 이곳에 서서 만주군과 일본군 그리고 오늘날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용산 주변의 변화를 지켜 봤을지도 모른다. '재개발'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고향을 등져야만 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은행나무.
이곳에서는 아직도 경제적 이유로 인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어려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폐허가 된 마을과 쓰레기의 악취는 이들의 삶을 더욱 초라하게 하고 있다. 무너진 벽면에는 세입자들의 조속한 이주를 촉구하는 험악한 표현들이 빨간 스프레이로 씌여져 있어 더욱 이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세입자야 집주인을 생각해서 빨리 이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지! 물론 무조건 재개발을 마다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되는데. 문제는 세입자의 입장도 생각해 줘야 하는데 어디들 그런가.” 아직 이주하지 못해 다 허물어진 마을 골목 끝에 늙은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한 아저씨가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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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5 오후 6:41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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