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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는 나무와 풀들에 건강한 여름을 나게 합니다. 연중 나무와 풀들이 가장 왕성한 성장활동을 하는 여름에 적당한 시기를 맞춰 내려주는 소나기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사람에게도 한여름의 청량제 같은 구실을 하니 이래저래 좋은 일인가 합니다. 요즘 길가 어느 곳을 가든 낯익은 풀이 눈에 들어옵니다. 클로버란 이름으로 어릴 적 누구나 책갈피에 꽂아 행운을 빌던 기억이 배어 있는 유럽이 고향인 토끼풀입니다. 가축의 사료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의 번성을 이룬 귀화식물로 집 주위나 빈터 풀밭, 논밭에 무더기로 자라나는 토끼풀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들풀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 화이트클로버가 먼저 들어오면서 자연히 클로버라 이름하게 되었고 후에 정작 클로버가 제 이름인 레드클로버가 들어와서는 붉은토끼풀, 붉은클로버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먼 타국까지 들어와서 억울하게 자신의 이름을 뺏기게 된 셈이니 지금이라도 제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토끼풀은 어떻게 이처럼 강인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 나름대로의 생존비법은 사람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듯도 하여 다소 긴 듯도 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토끼풀의 종자는 매우 단단하여 수분의 흡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는 충분한 수분공급이 이루어져야만 싹을 틔우는 전략으로 생육에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최장 20년까지도 휴면상태로 지냅니다. 가장 최적의 상황을 기다려 싹을 내는 기다림의 철학을 토끼풀은 가지고 있습니다. 토끼풀은 종자를 이용한 번식과 뿌리를 이용한 증식의 양면작전으로 개체수를 늘려가는데 종자번식을 보면 잎에 가축이 좋아하는 단백질과 미량의 원소를 담아 유인합니다. 가축이 먹이로 잎을 뜯으면 종자도 같이 따라 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종자는 단단한 특성으로 소화가 되지 않고 배설물과 같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성공적인 번식을 이룬 것입니다.
토끼풀은 낮은 키로 인하여 일찍이 이러한 직립생장 경쟁에서 벗어나 포복형으로 변화를 하는데 군락 아래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무섭게 번져나갑니다. 남들의 생활방식을 따라가며 위태로운 삶을 살기보다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 자신의 생존을 극대화시키는 삶의 방식, 어찌 보면 시류에 부화뇌동, 따라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합니다. 들풀들의 지상, 지하부의 비율을 일컫는 용어로 T/R률(Top/Root Ratio)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공한 들풀들의 T/R률을 보면 대부분 낮은 수치를 갖고 있는데, 이는 뿌리 즉 지하부가 지상부보다 더 발달되고 성장이 왕성하다는 것으로 토끼풀도 이러한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발달된 지하부는 사람과 초식동물로 인한 잎들의 뜯김에도 끝없이 새 잎을 내며 굳건히 생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며 완전한 제거가 사실상 힘들어 생존은 보장이 됩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같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삶의 방식에 토끼풀은 충실한 것입니다. 토끼풀은 생존을 위해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테르펜(Terpene)이라 합니다. 같은 포복형으로 살아가는 풀인 잔디가 토끼풀 영역에 범접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번 터를 잡으면 테르펜을 분비하여 주위에 있는 잔디를 물리치고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한 번 침입하면 거의 영주하게 됩니다. 토끼풀밭의 잔디는 못살아도 잔디밭에 토끼풀은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토끼풀은 아주 효과적이고 기능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하면서 삶의 번성을 일구고 있습니다. 부지기수로 발에 밟힐 만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토끼풀은 그만큼 성공적인 생존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며 그 안에서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가르침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단 토끼풀만이겠습니까? 모든 식물들이 인간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성공의 삶을 이끌며 지금의 번성을 이룬 만큼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여 식물을 무시하고 지배하려는 인간들의 어리석음. 이 무성히 자라는 들풀들을 보며 생각의 되새김도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토끼풀의 꽃말은 애정, 무용, 기지입니다. 이것을 뭉뚱그려 행복이라 하는데 네 잎의 토끼풀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잎을 찾기 위해 의미 없이 밟아버린 토끼풀, 어디 있을지도 모를 행운을 찾기 위해 내 안에 가득한 행복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행운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가득 널려 있는 행복이 밟힐 수도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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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1 오전 11:32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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