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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바라다 행복이 짓밟힐 수도 있어요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8. 22.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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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바라다 행복이 짓밟힐 수도 있어요
(들꽃편지) 토끼풀 이야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신순배(buds) 기자   
▲ 토끼풀 네잎
ⓒ2004 신순배
아침녘 굵은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더니 물기 없이 메마른 땅에 잎새를 늘어뜨려 지쳐 있던 나무와 풀들이 어느새 생기를 찾은 듯 싱그럽습니다.

소나기는 나무와 풀들에 건강한 여름을 나게 합니다. 연중 나무와 풀들이 가장 왕성한 성장활동을 하는 여름에 적당한 시기를 맞춰 내려주는 소나기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사람에게도 한여름의 청량제 같은 구실을 하니 이래저래 좋은 일인가 합니다.

요즘 길가 어느 곳을 가든 낯익은 풀이 눈에 들어옵니다. 클로버란 이름으로 어릴 적 누구나 책갈피에 꽂아 행운을 빌던 기억이 배어 있는 유럽이 고향인 토끼풀입니다.

가축의 사료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지금의 번성을 이룬 귀화식물로 집 주위나 빈터 풀밭, 논밭에 무더기로 자라나는 토끼풀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들풀 중 하나입니다.

▲ 흰토끼풀
ⓒ2004 신순배
우리가 클로버라 부르는 하얀 꽃송이를 달고 있는 토끼풀의 정확한 이름은 화이트클로버( White clover)입니다. 클로버라 이름 하는 것은 붉은 꽃송이를 피우는 토끼풀을 말하는 것인데 레드클로버(Red clover)로도 불리는 '붉은토끼풀'(Trifolium pratense)입니다.

우리나라에 화이트클로버가 먼저 들어오면서 자연히 클로버라 이름하게 되었고 후에 정작 클로버가 제 이름인 레드클로버가 들어와서는 붉은토끼풀, 붉은클로버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먼 타국까지 들어와서 억울하게 자신의 이름을 뺏기게 된 셈이니 지금이라도 제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 토끼풀(클로버)
ⓒ2004 신순배
토끼풀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왕성한 번식력으로 여러 들풀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극지방에서까지 발견될 정도니 다른 들풀들은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가 되겠지요.

토끼풀은 어떻게 이처럼 강인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 나름대로의 생존비법은 사람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줄 듯도 하여 다소 긴 듯도 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토끼풀의 종자는 매우 단단하여 수분의 흡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는 충분한 수분공급이 이루어져야만 싹을 틔우는 전략으로 생육에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최장 20년까지도 휴면상태로 지냅니다. 가장 최적의 상황을 기다려 싹을 내는 기다림의 철학을 토끼풀은 가지고 있습니다.

토끼풀은 종자를 이용한 번식과 뿌리를 이용한 증식의 양면작전으로 개체수를 늘려가는데 종자번식을 보면 잎에 가축이 좋아하는 단백질과 미량의 원소를 담아 유인합니다. 가축이 먹이로 잎을 뜯으면 종자도 같이 따라 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종자는 단단한 특성으로 소화가 되지 않고 배설물과 같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성공적인 번식을 이룬 것입니다.

▲ 토끼풀 군락
ⓒ2004 신순배
토끼풀은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비껴가는 전략도 구사합니다. 많은 풀들은 직립형으로서 위로 성장을 합니다. 이러한 풀들은 그만큼 길이성장에 온 신경을 쏟게 되고 여기에서 뒤진 풀들은 자연히 죽음을 맞게 됩니다.

토끼풀은 낮은 키로 인하여 일찍이 이러한 직립생장 경쟁에서 벗어나 포복형으로 변화를 하는데 군락 아래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무섭게 번져나갑니다. 남들의 생활방식을 따라가며 위태로운 삶을 살기보다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 자신의 생존을 극대화시키는 삶의 방식, 어찌 보면 시류에 부화뇌동, 따라가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합니다.

들풀들의 지상, 지하부의 비율을 일컫는 용어로 T/R률(Top/Root Ratio)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공한 들풀들의 T/R률을 보면 대부분 낮은 수치를 갖고 있는데, 이는 뿌리 즉 지하부가 지상부보다 더 발달되고 성장이 왕성하다는 것으로 토끼풀도 이러한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발달된 지하부는 사람과 초식동물로 인한 잎들의 뜯김에도 끝없이 새 잎을 내며 굳건히 생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며 완전한 제거가 사실상 힘들어 생존은 보장이 됩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같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삶의 방식에 토끼풀은 충실한 것입니다.

토끼풀은 생존을 위해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를 테르펜(Terpene)이라 합니다. 같은 포복형으로 살아가는 풀인 잔디가 토끼풀 영역에 범접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번 터를 잡으면 테르펜을 분비하여 주위에 있는 잔디를 물리치고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한 번 침입하면 거의 영주하게 됩니다. 토끼풀밭의 잔디는 못살아도 잔디밭에 토끼풀은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입니다.

▲ 흰토끼풀(화이트클로버)
ⓒ2004 신순배
사람들은 이러한 토끼풀의 특성을 이용하여 과수원에 일부러 심고 다른 풀들의 발생을 억제하기도 하는데, 토끼풀 뿌리에 나 있는 혹이 질소를 고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토양의 비옥도까지 높여주니 농부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든든한 일꾼을 둔 셈이 되겠습니다.

이처럼 토끼풀은 아주 효과적이고 기능적인 생존전략을 구사하면서 삶의 번성을 일구고 있습니다. 부지기수로 발에 밟힐 만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토끼풀은 그만큼 성공적인 생존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며 그 안에서 사람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가르침도 얻을 수 있습니다.

비단 토끼풀만이겠습니까? 모든 식물들이 인간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나와 성공의 삶을 이끌며 지금의 번성을 이룬 만큼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궁합니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여 식물을 무시하고 지배하려는 인간들의 어리석음. 이 무성히 자라는 들풀들을 보며 생각의 되새김도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 토끼풀 세잎
ⓒ2004 신순배
토끼풀을 보면 어김없이 두 눈 크게 뜨고 쪼그려 앉게 됩니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이지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토끼풀의 네잎은 가축들이 뜯거나 밟아 생장점이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네장의 토끼풀잎은 가축이나 사람으로 인한 훼손이 심한 곳에 많이 나타납니다.

토끼풀의 꽃말은 애정, 무용, 기지입니다. 이것을 뭉뚱그려 행복이라 하는데 네 잎의 토끼풀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잎을 찾기 위해 의미 없이 밟아버린 토끼풀, 어디 있을지도 모를 행운을 찾기 위해 내 안에 가득한 행복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행운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가득 널려 있는 행복이 밟힐 수도 있습니다.
서귀포시청의 자연해설가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현재 서귀포시자연해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서귀포시청 생태게시판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2004/08/21 오전 11:3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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