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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아, 우리 반 꼴찌는 누굴까?"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8.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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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아, 우리 반 꼴찌는 누굴까?"
'꼴찌'는 성숙의 계기... 올림픽 1회전 탈락 선수에 격려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전진한(jin0642) 기자   
우리나라는 순위를 매기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공부, 스포츠, 게임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습니다. 이 순위 문화에서 1등을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최하위를 한다는 것은 평생 잊혀지지 않은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습니다.

전 꼴찌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성격이 밝은 편이라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쉽게 꺼내놓지만 이 꼴찌에 대한 추억은 쉽게 얘기하지 못하겠더군요. 그만큼 내 인생에 가장 큰 충격적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전 중학교 때도 공부를 잘하지 못해 고등학교에 턱걸이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다행스럽게도 고등학교가 평준화가 되어 있는 곳이라 연합고사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커트라인에만 들어가도 모두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전 커트라인에 걸려 간신히 합격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는 이유만으로도 기분은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련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있지 않아 발생했습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한마디를 하셨습니다.

" 에… 여러분들의 학력을 평가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치르겠다.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치르는 시험이니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 선생님 배운 것이 없는 데 어떻게 시험을 쳐요? "
" 아… 그래서 국어, 영어, 수학만 친다. "

당시 기초학력을 점검하고자 모의고사를 치르는 것이었습니다. 전 암담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암기과목으로 중심으로 공부를 해 국, 영, 수에 대한 기초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시험이었습니다. 국어는 우리나라 말이라 대충 볼 수 있었지만 영어, 수학은 거의 꿈속을 헤매며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지를 보면서 불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뭔가 말하지 못할 일종의 공포감이었습니다.

드디어 시험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왔을 때 반 친구들의 공포스러운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 시험 너무 쉽지 않아? "
" 어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고생했어."

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얘기들이 들려왔습니다. 일주일 후 학교를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계시는 안방에 하얀 봉투가 열린 채 놓여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주일전에 치렀던 모의고사 성적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봉투가 열렸다는 것에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이 그 성적을 봤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봉투를 열어보았습니다.

" 국어 65점, 영어 30점, 수학 20점 "
" 반성적 56명중 56등, 전교성적 650명중 625등"

말로만 듣던 꼴찌였습니다. 중학교 때 그렇게 놀았어도 꼴찌를 해 본적은 없었는데 난생 처음 꼴찌를 기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성적표는 부모님께 모두다 노출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저에게 어떤 얘기도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냥 묵묵히 식사만 하실 뿐이었습니다.

그 뒤 제 성적이 주위 친구들에게 노출될까봐 불안감에 떨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반 친구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1등과 꼴찌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 진한아 우리 반 1등이 저 앞에 있는 쟤야 "
" 그래? 똑똑하게 생겼군 "
" 근데 진한아 우리 반 꼴찌는 누굴까? "
" (식은땀을 흘리며) 나야 모르지 "
" 운동부이겠지? "

이런 대화에 한달 가까이 시달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의 충격으로 전 영어, 수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꼴찌에 대한 공포감으로 인해 말입니다.

하지만 꼴찌에 대한 충격은 저를 성숙하게 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꼴찌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저를 가만히 봐주셨던 부모님으로 인해 더욱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더 이상 내려갈 때가 없다는 결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던 생각이 새롭습니다.

이번 올림픽 많은 선수들이 스타로 부각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도 탁구, 양궁, 유도 등에서 금메달을 따며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을 낸 선수들보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더욱 많습니다.

특히 4년을 준비해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선수들은 실망감에 밤잠을 자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어야 합니다. 이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6년만의 금메달을 안겨줬던 탁구의 유승민 선수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단식에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선수입니다. 오늘도(29일) 한국 선수가 태권도에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무쪼록 그 선수가 실망하지 말고 더욱 더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국정브리핑에도 송고했습니다

2004/08/28 오후 5:2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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