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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대전1호점' 개점이 주는 작은 씁쓸함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9. 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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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게 대전1호점' 개점이 주는 작은 씁쓸함
[기자수첩]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왜이리 씁쓸할까?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장재완(jjang153) 기자   
▲ 아름다운 가게 대전1호점이 3일 문을 열었다.
ⓒ2004 오마이뉴스장재완

나눔과 재사용문화의 확산을 표방하는 '아름다운 가게 대전1호점'이 3일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일반시민이 기증한 헌 물건을 판매하여 수익금으로 공익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27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대전점은 광주, 대구, 부산에 이은 4번째 지역 점포다.

대전점 개소에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우선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대표이사 연원영)가 60여 평의 매장과 인테리어 비용을 기증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서울의 양재점에도 장소를 제공한 바 있다. 또한 관세청(청장 김용덕)은 임직원들이 정성껏 모은 1만4천여점의 물품을 기증했다. 그 중에는 서울세관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복사기, 프린트 등 고가의 사무용품도 포함되어 있다. 관세청 여직원회에서는 물품분류와 정리활동, 개소당일 판매 자원봉사도 함께 펼쳤다.

이 밖에도 충청하나은행(대표 최성호)은 1.4톤 특장차를 기증했고 (주)유니레버(대표이사 이재희)대전 물류공장과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물품을, 대전 지역 국회의원들은 명사 애장품을, 대한통운 택배에서는 무료 수·배송을 지원했다.

방송인 김승현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소식에는 연극인 손숙,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대표를 비롯해 연원영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용덕 관세청장, 최성호 충청하나은행 대표, 대전지역 박병석·이상민·구논회 국회의원 등 많은 인사들과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기자수첩]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왜이리 씁쓸할까

▲ 아름다운 가게 대전점 개소식에 참석한 많은 인사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그동안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노력을 해왔으나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해온 마당에 사회 저명인사와 관공서, 대기업 등이 나눔에 동참하는 일은 박수를 받을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가게의 화려한 개소를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미 대전에는 3~4개의 녹색가게, 또는 다른 이름의 재활용가게가 문을 열고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와 같이 헌 물건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쓴다는 취지를 가진 단체의 탄생은 대전에서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 단체는 길게는 10년 가까이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곳에 기부를 하는 기업 또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관공서, 정치인, 대기업 등의 기부는 거의 전무하다고 할 만큼 소외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마치 구멍가게 옆에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듯 유명인사, 연예인,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큰 덩치의 '아름다운 가게'가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대량의 기부물량과 이동차량과 자원봉사 손길도 쏟아졌다.

지역에서 재활용문화에 정열을 쏟아왔던 어떤 이는 애써 태연하게 "좋은 일을 하겠다는 취지에 동의하고, 더 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어쩐지 말에 기운이 없었다. 특히 수년 동안 녹색소비운동을 표방하며 풀뿌리 지역운동으로서 자리매김 해오던 한 단체의 재활용가게가 얼마 전 문을 닫은 일을 돌이켜 보면 더욱 맥이 풀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단체 관계자는 "아름다운 가게의 취지에도 동의하고 왕성한 활동과 성과에도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풀뿌리 지역운동으로서 무보수 자원활동가들의 지난 노력이 무의미 한 것처럼 느껴져 안타깝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그동안 각 관공서나 기업에 수차례의 참여를 독려했으나 전혀 관심도 없다가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단체에 갑자기 몰리는 현실을 보니 기부에도 유명세와 규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씁쓸함의 압권이었던 것은 이 날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가 "관세청은 지난번에도 도움을 주셨었는데, 이제 대전에도 아름다운가게가 생겼으니 서울까지 오시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라고 말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관세청은 대전직원들의 물품을 모아 서울 아름다운가게에 물품을 수송, 기증했던 것이다. 대전 지역 재활용가게는 문을 닫는 형편인데도 말이다.

물론 아름다운 가게의 화려한 개소에 박수를 보낸다. 관심밖에 있던 기부와 재사용문화를 새롭게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성황을 이룬 출발에 걸맞게 관공서, 대기업, 유명인사들의 많은 기부가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는 마음도 여전하다.

다만 이 기회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년째 구멍가게 수준의 녹색가게나 재활용가게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애쓰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의 노력에도 관심의 눈길을 돌려보길 기대해본다.

2004/09/03 오후 6:28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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