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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더 흥겨웠던 어린이집 가을 운동회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0. 2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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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더 흥겨웠던 어린이집 가을 운동회
내년 운동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성호(shyoo) 기자   
▲ 체육대회를 알리는 포스터.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 삐뚤빼뚤한 글, 그림이 정겹다.
ⓒ2004 유성호
얼마전 아이들이 다니는 중계4동 어린이집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지난해처럼 산길 걷기대회를 할지 아니면 운동회가 좋을지 선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대회에서 우리 가족이 MVP를 수상했던 터라 이번에도 지난해와 같은 것으로 하자는 의견을 표시해 보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운동회로 결정됐다.

▲ 운동회를 축복하듯 가을 하늘이 맑고 높다.
ⓒ2004 유성호
많은 부모들이 지난해와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또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운동회를 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해 모아진 결정인 듯싶다. 이런 사연으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가을 운동회가 지난 23일 집 근처 중계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백팀과 홍팀으로 나눠서 치러진 운동회에서 우리 집은 두 아이 모두가 백팀이었기 때문에 나와 아내도 당연히 백팀에 속했다. 태극기와 오륜기를 앞세워 양팀 선수단이 입장했다. 애국가 제창에 이어 선수대표 선서 시간도 있었다. 제대로 된 운동회를 열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작정을 한 모양이다.

▲ 아이들의 달리기 경기. 표정이 결연하다.
ⓒ2004 유성호
몸풀기 체조로 굳어있던 어른들의 근육을 풀고 곧이어 50m 달리기 경기가 열렸다. 가장 어린 세 살 반부터 시작했다. 아직 '경기'의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은 아장거리는 모습으로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개중에는 출발도 안 하고 울며 서 있는 아이도 있었고 엉뚱한 곳으로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승부욕을 보이는 아이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1등에게는 작은 부상이 있기 때문이다. 출발 전, 우리 집 아이들은 결연한 눈빛을 보이는가 하면, 준비 자세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큰 아이는 꼴찌, 작은 아이는 3등에 머물렀다. 부모를 닮아 뜀박질에는 소질이 없나보다.

▲ 젖먹이던 힘으로! 엄마들의 달리 경주. 상품 하나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2004 유성호
아이들의 달리기가 끝나자 엄마들의 차례가 됐다. 결승선에 빨래집게로 상품을 매달아 놓고 먼저 떼어 가는 방식이다. 다섯 명이 출발하는 데 상품은 세 개 밖에 없으니, 경기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젖 먹이던(?) 힘까지 다해 이를 악물고 달리는 엄마들. 개중에는 너무 열심히 달린 나머지 가장 먼저 들어 왔지만, 상품을 낚아채지 못하고 지나간 엄마도 있었다.

아빠들의 달리기를 끝으로 한 경기가 끝나자 이어 공 굴리기, 가마타기, 미끄럼 타기, 풍선 터트리기, 이어달리기, 허들 넘기, 터널 통과, 줄다리기 등 4시간 동안 무려 20여개 종목을 소화했다. 거의 쉴 틈없이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때로는 교대로 돌아가며 경기를 치렀다.

▲ "아차! 상품을 지나쳤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표정.
ⓒ2004 유성호
이번 운동회는 집안에서 참가할 수 있는 모든 가족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래서인지 한 집에서 10명이 참가한 가족이 두 집이나 됐다. 최다 참가 가족상이 걸려 있기 때문에 두 집안 대표들이 나와 가위 바위 보로 순위를 결정할 정도로 아이들 운동회에 어른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짧아진 가을 햇살이 학교 건물 뒤로 넘어가자 운동장에는 길고 거대한 그림자가 생겼다. 폐회시간이 가까이 온 것이다. 이는 운동회의 클라이맥스인 경품 추첨 시간이 임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어른과 아이들의 이어달리기를 끝으로 경기가 폐막했고, 이어달리기에서 승리한 것을 보태자 결과는 백팀의 승리로 끝났다.

▲ 삐에로 복장 덕에 별도로 상품 하나를 받았다.
ⓒ2004 유성호
각종 추첨권, 행운권 등과 거리가 멀었던 터라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행운의 여신이 올해는 우리 집에도 미소를 한 번 보냈다. 거기다 응원단장으로 뽑혀 삐에로 아저씨가 된 나는 그 덕에 별도의 상품도 탔다. 또 백팀이 종합 우승을 해 기념품이 하나 더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내는 달리기와 이어달리기에서 운 좋게(?) 상품을 타서 우리 가족은 한아름이나 되는 상품을 집으로 가져 왔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흥겨웠던 운동회가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냐고 물어 보면 이번엔 서슴없이 운동회에 동그라미를 쳐야겠다.

2004/10/24 오후 11:0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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