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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가을걷이를 끝낸 논에서 겨우내 소에게 먹일 짚을 실어 나르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에서 '와 달라'라고 표현은 했지만, 사실은 '왔으면 좋겠다'는 부모님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저마다 직장 생활로 피곤한데 농사일 있을 때마다 매번 휴일에 내려오라고 말씀하신다는 게 부모님 입장에서도 미안하셨던 것입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라곤 40대 후반, 50대 중반의 아저씨, 즉 '젊은이' 두 명이 전부인데 일손을 빌리고 말 것도 없는 그런 처지이기 때문에 농번기가 되면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총 동원돼 농사일을 돕는 형편입니다. 물론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등 6남매가 모두 모여 일을 돕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회사 사정이나 개인적인 일로 부득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0월 20일께 추수할 때 일요일 날 출장 때문에 저만 부득이 빠져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 자원해서 시골에 내려가게 된 것입니다.
일요일 아침, '달달달달' 밖에서 경운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 6시였습니다. 아버지는 벌써 짚을 실으러 논에 나가시는 참이었습니다. 이 때 어머니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아이구, 영감은 참. 이슬이라도 마르면 실어오지."
아침을 급하게 먹은 저와 막내 동생은 1톤 트럭을 몰고 논으로 향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두 대의 1톤 트럭이 있는데, 그 차로 생계를 유지하던 50대의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났기 때문에 동네사람 누구든지 기름만 채워 넣고는 거의 공용으로 사용하다시피합니다. 그러나 연세 많은 어른들은 모두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저희처럼 젊은 사람이 와야 그나마 사용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많은 짚더미를 차 한 대, 경운기 한 대로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경운기 한 대를 더 빌려올까 생각을 하셨지만 경운기만 있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정작 짚더미를 올려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머니와 아내가 이 무거운 짚더미를 올려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처럼 일을 하는 동안 아버지의 모습은 예전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제가 짚더미를 올리면 그것을 잡아 끌어올리며 쟁이시는 아버지께서는 여러 번 왼쪽 손목을 꾹꾹 쥐며 주무르셨습니다. 시큰한 통증이 계속됐던 것입니다. 이럴수록 제 마음은 더 급해졌습니다. 비가 오기 전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습니다.
여하튼 열심히 했던 탓일까요? 저녁 7시, 깜깜해진 후에야 높게 쌓인 마당 짚더미에 비닐 포장을 치고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짚 더미 때문에 온 몸은 생채기 투성이었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남에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교통방송을 들어보니, 서울로 올라가는 모든 고속도로와 국도가 많이 막혔습니다. 단풍구경하고 귀경하는 차량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우선 잠을 좀 자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온몸은 욱신욱신하고 특히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 등허리 등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습니다. 너무 무리를 한 탓이었습니다. 뒤척이며 '아야'를 연발하다 날이 새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 천근만근한 몸을 일으킨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른쪽 어깨와 팔이 꿈쩍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었습니다. 짚더미를 들어 올릴 때 밑에서 너무 무리하게 힘을 준 탓이었습니다. 세간 후면 출근을 해야 하는데 큰일 났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어머니는, 이것저것 가져갈 것을 챙겨주셨습니다. 더 주무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이젠 잠 다 깼다 하시며 피곤해서 어떻게 운전할 거냐며 걱정을 하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쌀을 씻어 비닐봉투에 넣어주시며 "씻어놨으니까 성남 가서 밥 안쳐서 먹고 출근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더군요.
이런 아버지를 생각하면 제 마음도 덩달아 기뻐집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기쁜 마음으로 그 몸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쩌다가 한번 농사일을 돕는 제가 이정도인데 매일같이 힘겨운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몸은 어떨는지,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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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1 오후 11:05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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