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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정리 : 장윤선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동영상 : 김도균 기자
"월간조선과 반공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다. 그런데도 북한이 곧 쳐내려올 위협이 있다는 둥 시대착오적으로 정신병자들처럼 떠들어내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고 불행이고 슬픔이다. 언론이 거짓말하고, 과장되게 국민을 속이는 것은 민족의 반역이다." 작가 조정래씨의 목젖이 떨렸다. 눈가에는 핏발이 솟았다. 86년 <태백산맥>을 시작으로 <아리랑> <한강>까지 20년간 글쓰기에 전념하며 한반도 역사를 소설로 풀어낸 것은 작가 조정래씨가 이 땅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목소리가 있었던 까닭이다. 조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25를 겪은 기성세대들에게는 일종의 정신병처럼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의식이 박혀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군부독재 30년을 존속시킨 법으로 이미 그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 이미 악법으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그는 "94년 고발당해 지난 10년간 작품을 쓰면서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공안당국들로부터 시달리는) 10년간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고, 늘 감시당하고 고문당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썼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현상은 당연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반공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체계 하에서 반공주의로 60년간 누려온 기득권을 포기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것은 결국 시대적 사명을 망각해버린 몰지각한 언론이 저지른 횡포가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지난 2년간 해온 행태는 그야말로 망국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찻집에서 가진 조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대중 팔아 악법 보호하려는 시도는 용납되지 말아야" -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합니다. 국보법의 완전폐지·부분개정·형법보완 등이 충돌하는 가운데, 국민의 50%가 넘는 여론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는 '국보법 논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국가보안법에 대한 사회적 저항, 보수언론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현상은 당연히 예견됐던 겁니다. 국가보안법의 체계 하에서 반공주의로 우리 사회와 국가가 운영돼온 세월이 60년이에요. 60년의 기득권세력이 있는데, 그들이 그 기득권을 쉽사리 포기할리 없죠. 이 저항은 당연한 것입니다.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50% 정도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국민의 실체가 또 문제입니다. 절대 다수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숭고한 가치지만 때에 따라 엉뚱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것조차도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시대적인 사명을 망각해버리는 몰지각한 언론이 저지른 횡포가 대중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을 그동안 반대해왔거나 거기에 의존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도대체 생활인에게 국보법이 방해되는 게 뭐가 있냐?' 그러나 이 말은 박정희 시절, 김종필씨가 국무총리를 하던 60년대부터 지금까지 쓰는 말입니다. 그 말이 범죄적이고 반사회적인 이유는 어느 시대든 사회모순에 대해 반대하는 성원은 10%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70∼80%의 대중은 그 물결에 따라가거나 묵시적 동의를 하는 세력입니다. 나머지 15%는 보수적 세력이지요. 적극 저항하는 10%가 나라의 변혁과 발전을 주도하는 겁니다. 그 수가 적다고 해서 반사회적이고 반민족적·반인권적인 악법이 존속해야 한다는 이유는 전혀 성립되지 않아요. 대중을 팔아서 악법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더이상 용납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목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지요." - 국가보안법, 과거사청산,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등 4대 개혁법안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합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4대 개혁법안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4대 개혁입법은 시대적으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나라의 큰 과제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4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정책의 선택은 굉장히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걸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불황이 있습니다. 이게 비극이에요. 오늘의 경제불황은 다 아는 것처럼 노무현 정권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김영삼 정권에서 IMF가 왔고, 김대중 정권이 IMF를 빨리 해결하고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카드를 남발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 제2의 IMF사태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은 덤터기를 쓰고 있는 거죠. 기득권에게는 경제불황이 부담일 뿐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가 됩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되지요. 노무현 정권은 대중들에게 이게 이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켰어야 하는데 그걸 실패했습니다. 이 사이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이 경제문제가 노무현 정권의 실책인 것처럼 대중들이 착각하게 함으로써 경제불황을 이용해먹고, 대중들은 여기에 최면이 걸린 겁니다." - 4대 개혁법안에 대한 논란의 책임은 민주화 이후의 정부에게도 있다는 얘긴가요?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투쟁을 했다는 업적 때문입니다. 김영삼씨와 김대중씨가 단계별로 국보법, 과거사문제 등을 해결했다면 다음 정권이 일하기가 쉬운데 그걸 직무유기 했어요. 이들이 했어야 할 일까지도 노무현 정권이 다 해결하려고 하니까 그 저항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아주 어려운 시기입니다." "조·중·동은 2년간 반역사적 태도로 일관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지난 2년간 해온 행태는 그야말로 망국적 행태입니다. 반역사적이고, 민족의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태도죠. 우리 사회의 슬픔과 비극은 그들이 언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비극이지요. 그렇더라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시대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언론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조·중·동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가에 대해 최선을 다해 국민설득을 해야 하고, 대중적으로 선전해야 합니다." - 대중선전이 잘 안 먹히는 것 같아요. 혹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허점을 조중동이 잘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기에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산이 높으면 돌아가라'는 식으로 개혁 후퇴적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부영 의장은 최근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의견청취를 해왔습니다. 문단의 원로 5명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 나도 있었어요.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책과 정책추진의 방향에는 선후 선택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2년이 지나가면서 그 선택을 잘못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과거사규명문제가 중요한데, 중요한 만큼 국민설득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대국민 설득 없이 국회의 힘만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니까 더 안 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문제는 시간을 두고 정권의 중기 이후에 추진하려고 계획을 세우면서 대중 설득의 시간을 가졌어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가장 앞장세워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습니다. 이부영 의장은 내 의견뿐만 아니라 여러 의견을 들어 그런 발언을 한 모양이에요. 힘이 약한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선후를 잘 선택하고, 반드시 개혁과제는 처리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 현재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4대 개혁법안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줄기에서 본다고 해도 중요한 맥을 가진 문제들입니다. 특히 우리 역사속에서 국가보안법은 어떤 법입니까. "국가보안법은 군부독재 30년을 존속시킨 법입니다. 그 30년간 피해를 입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압니까? 그것으로도 이미 악법이라는 것은 입증됐습니다. 나는 피해당사자로서 94년 고발당해 지난 10년간 계속 고통 당하고 있습니다. <아리랑>을 쓰면서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한강>을 쓰면서 검찰조사를 받았어요. 10년간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감시당하고 고문당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이 고통을 그 누구에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나름대로 독자를 가지고 있고 명예라면 명예를 가진 작가가 이렇게 당할진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야 얼마나 쉽게 당할 수 있는 악법이냐 이 말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지 않나 싶습니다. "후훗. 기성세대들에게는 아직도 6·25라는 상처가 엄청나게 남아 있어요. 6·25 때 300만 명 이상이 단 3년간에 죽었어요. 월남전쟁이 18년간 계속됐다고 하는데, 그때 죽은 인원이 150만 명밖에 안됩니다. 지금도 공산주의라면 무서워하는 대중정서가 있지요. 이런 기성세대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 계속 핵으로 힘을 쓰면 간첩 잡아야 할 것 아니냐, 보안 안보의식이 박혀 있는 것이지요. 일종의 정신병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의식이 정신병처럼 박혀 있어요. 이것이 불행입니다." 그들이 부시를 칭송하는 이유
"나는 <조선> <동아>에 대해 단 한번도 인터뷰하거나 글을 쓴 일이 없습니다. (긴 한숨 끝에) 1994년 내가 고발당할 때 월간조선이 '조정래의 역사왜곡', '그는 빨갱이'라며 특집을 꾸몄어요. 그들은 반공을 내세웠으므로 정당하고 조정래는 나쁜 놈이 됐지요. 그들은 그런 승리를 계속 향유하려고 합니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권에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더 발악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월간조선과 반공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흔히 말하는 체제경쟁, 완전히 끝났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먹고사는 문제에 급급해 정신 못차리고 있어요. 고급당원들조차 남쪽이 보낸 쌀 다 받아먹고 있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해요. 자존심을 내세우는 그들이 그렇게 말할 정도입니다. 그런 상대를 놓고 공산주의가 쳐내려올 위협이 있다는 둥 시대착오적으로 정신병자들처럼 떠들어내는 것이 우리사회의 비극이고 불행이고 슬픔입니다. 이런 현상을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해줘야 언론이지, 그걸 거짓말하고 과장되게 속이는 것은 민족의 반역입니다." - 우파들이 극렬히 반북적 태도를 취하는 동시에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서는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부시가 핵 문제를 놓고 북한을 선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무조건적으로 미국을 추종하고, 의지하고, 편드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는 언론의 작태입니다. 부시가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말입니다. 남북은 이미 6·25 전쟁 때에 비해 병력은 10배 늘었고, 군인들도 20배나 늘었습니다. 화력은 6·25 때보다 100배 늘어났어요. 부시의 말대로 전쟁이 나면, 7000만 민족 가운데 몇명이 죽을 지 모르는 겁니다. 그게 부시의 발언입니다.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미국에 의존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그들도 부시에 의해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다 죽을 거예요. 그래도 미국에 의존할 겁니까?" - 북한이 '제2의 이라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북한을 '제2의 이라크'로 보는 미국의 시각이 존재할 지 모르나, 그건 완전히 잘못 본 거예요. 부시가 한달만에 승전을 선언했지만 그 후에 죽어간 사람이 더 많아요. 후세인과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는 저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도 미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라크는 월남전 이후 미국이 빠진 또 하나의 수렁입니다." "우리 역사의 비극은 친일파부터 시작됐다"
"과거사는 두가지로 구분해야 합니다. 하나는 친일파 청산의 문제고, 또 하나는 박정희 정권 이후 벌어진 국가적 범죄입니다. 친일파 문제는 국민적 저항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박정희 정권 이후에 벌어진 국가폭력의 문제지요.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모델도 좋지만, 용서는 잘못한 자들이 진심으로 반성할 때 주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용서를 빌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해줄 수 있겠습니까. 친일파들이 그걸 안했어요. 친일한 사람 중 단 한명도 민족 앞에 무릎 끓고 잘못했다고 한 사람이 없습니다. 두번째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의해 야기됐던 문제들인데, 저는 진실을 진실대로 밝혀서 자기 잘못을 완전히 국민 앞에 드러낸 남아공처럼 할 수 있을까, 그게 의문이에요. 우리 사회 풍토로 봐서 그것은 아마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십니까. "지나간 일 적당히 덮어라, 죽은 사람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라, 그따위 돼먹지 못한 유교적인 무책임의 논리에 젖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풍토 속에서 누가 과연 나와서 자기잘못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 이와 같은 우리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보십니까. "해방이후 친일파부터 시작됐다고 봐요. 그 시간만 넘기면 되고, 적당히 권력과 야합해서 지나가면 되고, 그런 식으로 60년을 살아왔잖아요. 친일파들이 '솔직히 말한 놈만 바보' 되는 풍토를 만들어놓은 것이지요. 내가 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썼겠습니까. <한강>을 쓰면서 나는 백낙준, 김활란 등 실명을 거론했어요.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각오로 쓴 거죠. 왜 그랬겠습니까. 친일파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가치·윤리·도덕의 문제입니다. 한탕주의, 적당히 이런 걸로는 질서가 설 수 없고, 사회가 제대로 설 수 없고, 역사인식이 제대로 될 리 없기 대문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지요. 그래도 이런 문제를 공론으로 세운 것만 해도 얼마나 발전한 것인가를 인식해야 합니다. 그전 정권은 그런 것도 안했어요. 이야기 좀 합시다! 김대중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노태우·전두환을 청와대에 불러들입니까. 그렇게 엄정성이 없는 거예요. 사회적으로 처단해야 할 자들을 불러들여서 면죄부를 줘? 그러니까 나라의 질서가 안서는 거예요. 나는 노무현 정권에서 아무 것도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공론화해서 이만큼 떠든 것도 역사의 발전에 도모한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 제기는 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는 누가 하더라도 또 할 거예요." -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YS, DJ, 이 사람들이 반만 했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낫지요. 지금 저는 그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나라처럼 모순과 갈등이 많은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혼자 다 못하니까 자기 임기 안에 조금씩 짐을 나눠져야 하는데, 민주화로 당선된 두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고, 아들만 감옥에 보내도록 부패와 부정, 비리를 저질렀으니 역사의 짐이 더 무거운 것 아닌가, 그 얘기를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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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9 오후 4:23 ⓒ 200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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