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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의원의 외로운 사투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1. 3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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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의원의 외로운 사투
[국회 환노위] '비정규직 살리기' 노동계안-정부안 맞불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형숙/김진희(xzone) 기자   
▲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에 대한 제안설명을 한뒤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처리 여부를 놓고 국회 밖 노동계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 대표 의원'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안에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홀로 사투를 벌였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부 비정규직 법안의 대응법안으로 단병호 의원이 제출한 파견근로자 폐지법안과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제출됐다. 또한 공무원과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개정안도 상정됐다.

단병호 의원은 파견근로자 폐지법안 취지에 대해 "굳이 파견제도를 유지하지 않아도 직업안정법 등으로 임시고용이 가능하다"며 파견직종을 현 26개에서 전업종으로 확대하는 정부안을 비판했다.

이에 이인제 자민련 의원은 "단 의원의 제출 법안은 취지는 좋으나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현실론을 펼쳤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도 파견노동은 세계적 추세라며 같은 논리로 맞섰다. 공 의원은 "프랑스나 미국, 영국, 호주는 파견직종에 제한이 없고 세계적으로 파견제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파견제를 이용해 일자리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정규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단 의원이 "유럽은 파견제가 없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이다"라고 답하자, 공 의원은 "유럽은 이미 기존 제도에 실패하고 제3의 길을 선택했으며, 유럽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반복되는 현실론 지적에 단 의원은 관점을 달리해줄 것을 호소했다. 단 의원은 "각국에서 제도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에 비교할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하는 생계수단으로서 바라봐달라"고 말했다.

이에 공 의원은 일본의 일명 '프리터족'과 함께 골프장 캐디를 예로 들며 "그저께 골프장에 갔는데 경기보조원에게 물어보니 한달 봉사료가 350만원이나 된다고 하더라"라며 노동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단 의원은 "'NO골프 선언' 하셨는데 언제 가셨나"라고 대꾸해 장내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공 의원도 질세라 "나는 선언 안했다"며 단 의원이 NO골프 선언한 사실을 두고 "골프 못치는 사람, 단병호 의원이 NO골프 선언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목희 "신자유주의를 막을 헤라클레스는 없다"

▲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명문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5조를 지적하며 "현실불가능한 '선언'만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단 의원은 "같은 조건,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한다면 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가볍게 응수했다.

환노위 열린우리당측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려 등 종합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며 "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만, 이 세상에 신자유주의를 막을 헤라클레스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단 의원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것과 사회적 비용을 조절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비정규직을 없애 실업이 온다면 78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는 현재 청년실업은 왜 늘어나냐"고 맞받아 쳤다.

끝으로 이 의원은 "한국 경제와 기업이 감당할 범위 내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축소해야 한다"며 "좋은 안이 있더라도 이걸 뛰어넘는 걸 정치인이 할 순 없다"고 '비관론'으로 흘렀다.

서울지하철 노조 초대 위원장 출신인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도 다르지 않았다. 배 의원은 '사회주의'를 들이대며 노동운동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배 의원은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며 "사회주의는 비정규직이 없지만 모두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실패한 모델"이라고 이념공세를 펼쳤다. 이어 배 의원은 "1977년 노동조합 노직율이 25.4%에 달했지만 꾸준히 줄어 현재 10%에 불과하다"며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보호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노동운동을 비판했다.

이에 단 의원은 "노동운동으로 인해 조직율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단 의원이 제출한 비정규직 등 법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다. 세계적 추세라는 현실론과 함께 이념공세, 노동운동의 도덕성 등에 근거한 비판이었다. 단 의원은 조목조목 대응하면서도 "앞으로 많이 도와달라"며 동료의원들을 향해 여유 있는 자세 보였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법안에 대해서도 대체토론을 벌인 뒤, 정부안과 단병호 의원안을 병합심의해 법안심사 소위로 바로 넘길지 공청회를 거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노동계, 국회 밖에서 단병호 의원 힘 실어주기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무원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정부측의 비정규직법안을 비판하며 여야를 상대하고 있는 동안, 국회 밖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비정규직법안이 상정되자 노동계는 강행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회 밖에서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의 전국단위노조 대표자와 수도권 간부 400여명은 낮 12시부터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혹시라도 정치권이 '신중 처리' 입장을 바꿔 강행 처리할 경우를 대비해 상임위가 종료될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태세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도 집회를 갖고 '파견법, 공무원노조법, 퇴직연금제 국회처리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민주노총과 목소리를 함께 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경재 환경노동위원장, 제종길 열린우리당 환경노동위 간사, 배일도 한나라당 간사와 만나 노동관련 법안의 일방 처리를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지난 26일 국회도서관 인근 주차장 건립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일째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국회경비대 소속의 경찰 20여명이 농성장 입구를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측에서 반입한 물, 음식, 담요만이 전달되었을 뿐이다. / 김덕련 기자

2004/11/29 오후 7:3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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