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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 어느날, 유정숙(45)씨는 새벽부터 음식 준비하랴, 전화하랴 분주했다. 바닷가 마을인 전남 장흥 회진면의 여자축구부 회장인 유씨. 이날 축구 경기를 위해 며칠 전부터 회원들과 준비했는데, 막상 대회일이 되자 여기저기서 회원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다가 갑자기 어제부터 날씨가 예년의 기온으로 뚝 떨어지면서 바닷가 사람들이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회진면은 겨울이면 바다에서 김과 미역 다시마 등 해산물을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여름보다 추운겨울에 돈 되는 일들이 더 많다. 금년 겨울은 날씨가 따뜻하여 날씨가 추워야 잘 자라는 김이 녹아내렸기 때문에 그동안 별 재미를 보지 못했었는데 어제부터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면서 바닷가 아줌마들의 손길이 갑자기 바빠졌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향 때문인지 바닷가 마을 회진에도 축구바람이 불었다. 아줌마들은 남자들만 축구하라는 법 있냐며 하나둘 모여 ‘회진 여자축구부’를 결성했다. 그후 회원 21명으로 일주일에 한두번씩 운동장에 모여 축구연습을 해왔다. 아줌마들, 축구팀을 결성하다 지난 12월 5일 장흥 공설운동장에서는 장흥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13개 클럽 조기 축구 연합회(회장 임형기) 회원들간에 ‘연합회장 배 축구경기’가 열렸다. 13개 클럽 중 여성축구부는 장흥읍에서 활동하는 파랑새 팀과 회진 여자축구 2개 팀이 있다. 이날 축구경기의 꽃은 단연 여자 축구팀의 축구경기였다. 숱한 헛발질과 엉뚱한 곳으로 공 차기 등 축구공을 따라 벌떼처럼 운동장을 휘몰아치는 여자들의 축구실력은 어설프긴 했지만 열정적이었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배를 붙잡고 웃었고, 6mm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나는 웃음소리가 카메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뛰어다니기만 했지 공 한번 제대로 차보지 못한 말 많은 김재임(45) 아줌마가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다. “쫒아만 다니지 말고 패스를 하랑께. 그라고 패스를 잘하라고 한께 패스가 안 되구마. 워라? 또 넘어져 블면 어쩐당가. 워메 공을 손으로 잡아불면 핸드링이제. 애라 그라다 꼴 들어 가것다. 오늘 지기만 해보라, 집에 못 간다!” 전반전에 뛰지 않고 운동장 밖에서 응원을 하는 유정숙 회장이 회원들을 향해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치고 있다.
“꼴인! 꼴인! 우리가 이겼다. 역시 서미영이여. 한 살이라도 젊은께 나이값을 하구마. 왓따 주장은 주장이여. 한골을 딱 넣어 불구만.”
여자축구는 전반전 15분과 후반전 15분으로 진행됐고, 서미영 주장이 골을 넣은 게 전반 12분께였다. 운동장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공을 차도 공이 다시 되돌아오거나 다시 날아갔다. 바람은 전반전에는 회진팀에 유리하게, 후반전에는 파랑새팀에 유리하게 불고 있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이어지면서 바람의 도움을 받은 파랑새팀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금세 밀리더니 다시 한 번 회진팀에게 한 골을 먹었다. 후반전 종료 3분 전, 회진팀이 넣은 쐐기골로 2대1로 경기는 마감됐다.
바닷가 아줌마들이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남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엔 정말 엉망이었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공을 찬다는 아줌마들도 있었고, 공이 앞으로 가기보다 뒤로만 가는 사람도 많았죠. 그러나 연습을 자꾸 하니까 조금씩 좋아졌어요. 적어도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됐죠. 장흥 파랑새 팀과 1년에 3~4번씩 경기를 하는데 대부분 회진팀이 이겨요. 바닷가 생활에서 얻은 억척스러움이 축구까지 강하게 만든 것 같아요.” 회진 여자축구팀 창단이후부터 현재까지 축구지도를 해주고 있는 이재열(39) 코치는 아줌마들의 실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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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9 오후 12:52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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