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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농업고 간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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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농업고 간다!
대학 진학의 조건이 아니라 희망과 꿈을 선택해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전희식(nongju) 기자   
중 3짜리 아들을 둔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그 친구가 "니 딸내미는 고등학교 어디로 보내노?"하고 물어왔다. 내 딸이 중 3인 걸 아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최근뿐 아니다. 딸이 대안중학교인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로 갔을 때부터 "그럼, 고등학교는 어쩌려고?"하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인가도 안 난 중학교를 보내서 고등학교를 어떡할 건지 걱정 어린 질문들이다.

덕분에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딸아이의 고등학교 진학문제를 아이가 중학교 입학하자마자부터 생각해 봐야 했고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고등학교 보내기 위해 중학교 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학교 보내기 위해 고등학교 보내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고등학교를 가야 대학입학 전형에서 유리한지가 고교진학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군 단위 시골학교를 가면 내신이나 특별전형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친구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시골의 농업고등학교를 간다고 했더니 대뜸 그 친구가 설명해 준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선택 기준이 상급학교 진학에 있다면 대학 선택의 기준은 좋은 직장을 구하거나 사회 진출에 유리한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뭔가? 그런 선택을 통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의 선택은 늘 현재에 있다고 본다. 행복한 미래는 현재의 행복에서 비롯된다는 게 내 신념이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의 씨앗이지만 과거나 미래로 현재가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중학교도 그랬지만 고등학교 역시 아이가 참으로 행복하게 지낸다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내가 바라는 아이의 행복한 고등학교 생활은 이렇다.

고등학교 3년 동안에 좋은 벗을 만들고 관계를 돈독히 하기를 바란다. 자기 인생의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면 좋겠다. 몸이 건강하게 잘 성숙되기도 바란다. 마지막으로 삶의 스승을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전화를 한 그 친구는 말은 안 해도 나를 자식 장래를 망칠 아버지쯤으로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버지의 주관이 지나쳐서 농업고를 택한 것으로 보는 눈치였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중 3쯤 된 자식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면 오해다.

멀리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또는 풀무학교)에 아이가 가기로 한 것은 사전에 방문하고 면담을 통해 아이가 결정한 것이었다.

풀무학교는 대안적인 농업고등학교다. 이 점이 선택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아이가 행복하게 3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여기서는 '졸업'이라는 말 대신 '창업'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이제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러는 듯싶다. 대학진학을 하는 학생들도 '창업'한다고 말한다.

요즘 농고가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마땅한 진로대책이 없고 신입생 모집도 어렵다보니 '정보화 학교'니 '디지털 학교'니 아니면 '문화전통학교'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특히 연말에 고등학교 진학이나 대학진학 문제로 고심하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자기의 꿈과 희망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아이처럼 생명의 농사를 짓기 위해 농업대와 농업고 가는 학생이 늘기를 바란다.
전희식 기자는 10년 전 전라북도 완주군으로 귀농하여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홈페이지 '농주의 귀농일기'(nongju.net)를 운영하면서 일과 놀이와 휴식이 하나된 삶을 추구한다. 생명의 농사 뿐 아니라 대안교육과 대체의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영성수련과 시민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 귀농 10년을 결산하는 <아궁이불에 감자를 구워먹다>라는 책을 냈다.

2004/12/20 오전 11:25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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