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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희망을 쏘아 올리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 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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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유년, 희망을 쏘아 올리다
'2005 아차산 해맞이 축제'에 다녀와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유영수(grajiyou) 기자   
▲ 불끈 솟아오른 해를 뒤로 한 채, 광진구립 여성합창단원들의 아름다운 멜로臍?울려 퍼지고 있다.
ⓒ2005 유영수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명소에서 을유년 새해 첫 날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탓인지, 2004년의 세밑 서울시내 도로사정은 최악의 상황이다. 평소 20분이면 족한 거리를 1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을 정도다.

가족들끼리 집에서 송년모임을 가지기로 한 터라 남들처럼 멀리까지 여행을 가서 해맞이를 하며 새해소망을 빌 수는 없었다. 그러나 평소 '해'만 생각해도 양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질 정도로 해맞이와 해넘이를 좋아하는 내가 새해 첫 날의 일출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데서 새해 해돋이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여러 매체의 기사를 참고 삼아, 을유년 첫 해돋이를 아차산에서 맞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 해돋이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혼자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 주차장에서 해맞이 광장까지 이르는 길을 머릿속에 찬찬히 기억해 놓았다.

▲ 아차산 토요한마당 상설무대에 설치된, 높이 2.5m 폭 1m의 “알을 품고 있는 닭” 초대형 얼음조각상. 등산객들이 달걀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덕담과 자신의 소망을 적은 후, 이를 초대형 닭 얼음조각 아래 둥지에 넣어 주면 행사 후 관내 어려운 이웃 및 시설등에 전달하는 퍼포먼스
ⓒ2005 유영수
하지만 그런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주차장은 광진구청에서 마련한 '2005 아차산 해맞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아차산을 찾은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등산로 또한 때 아닌 정체현상으로 걸음조차 온전히 떼기 힘들 정도였다. 일출 예정시각을 미리 알고 훨씬 여유있게 출발했던 터라, 천천히 등산로 곳곳에 마련된 여러 행사들을 둘러보며 올라가기로 했다.

아차산 등산로의 진입로에는 아치 모양의 희망의 문을 만들어 놓고, 아치 기둥 사이에 건강, 승진, 합격, 결혼, 내 집 마련 등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새해 소망을 담은 소망의 다리를 놓아 원하는 소망 칸을 골라 밟으며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할 수 있게 했다.

등산객들은 수많은 인파에 밀려 힘들어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소망 칸을 밟고 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최악의 실업난을 반영이라도 하듯 취업 칸을 밟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았다.

▲ 12간지의 동물을 형상화한 얼음조각상 중 올해의 주인공인 닭의 모습 - 옆에는 띠별 운세를 적어놓은 현수막이 보인다
ⓒ2005 유영수
사람들에 떠밀려 조금 더 올라가자 12지신의 동물 모양을 본뜬 얼음조각상과 함께 새해 띠별 운세를 현수막에 적어 놓아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이 나타났다. 등산객들은 각자의 띠를 형상화한 얼음조각상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추억을 만드느라 들뜬 표정들이다.

으레 그래왔던 공연 위주의 축제가 아닌,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다각도로 고심한 주최 측의 배려가 눈에 띈 행사였다. 등산객들은 여기저기서 '이번에 참 신경 많이 써서 준비했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모를 통해 당선된 이벤트 업체가 연출과 진행을 맡은 이번 행사에는 이 외에도 구청장 신년 메시지 직후 내외 귀빈들과 주민들이 광진구의 신년 소망이 담긴 대형 희망의 천을 하늘로 날리는 군중 퍼포먼스를 비롯, 토정비결과 가훈을 무료로 써 주는 등 다채로운 것들이 많았다.

▲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암벽 위에 올라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2005 유영수
원래 주차장에서 해맞이 광장까지는 도보로 20분 내지 30분이면 충분하지만, 등산로를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에 시간은 계속 지체되었다. 시나브로 시간은 흘러 일출 시각을 30여 분밖에 남겨 놓고 있지 않았다.

광장 쪽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를 시민들의 함성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등산로를 오르는 이들은 벌써 해가 떠 오른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기도 했다. 해맞이 광장에 거의 다다르자 빼어난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남산에서부터 올림픽대교를 지나 한강 너머 굽이굽이 병풍처럼 펼쳐진 심산유곡까지.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많이 끼어 해돋이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무척 맑았고 그래서 더욱 일출에 대한 기대는 부풀어 올랐다.

마음이 점점 급해진 나는 등산로를 벗어나 암벽들 위로 거의 뜀박질을 하다시피하며 올라갔다. 아무리 낮은 산(해발 287m)이라지만 그래도 급히 올라가기에 쉽지는 않은지, 산 중턱에 앉아 해돋이를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앞서 가는 사람들을 따라 계속 잰 걸음으로 오르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오전 7시 20분경, 드디어 해맞이 광장보다 더 높고 전망이 탁월해 보이는 가파른 암벽 위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편 후 사진을 찍을 준비를 마쳤다.

▲ 한강 너머 산 위로 붉은 기운이 점점 퍼지고 있는 모습
ⓒ2005 유영수
어느새 강 건너 산 위로 붉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자연의 오묘함에 흥겨워했다.

을유년은 닭의 해가 아닌가. 닭띠인 나는 새벽을 깨우는 닭처럼 부지런히 그리고 변함없이 나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붉은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다.

가족 단위 혹은 산악회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해돋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서로의 새해 소망을 물어 보기도 하고, 멋진 한강의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해맞이 광장에서는 새해 소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로 띄우는지, 함성소리와 함께 조그맣게 보이는 풍선들이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풍선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상당히 높게 올라 사람들의 부푼 희망을 대신 하늘에 전해 주는 듯 보였다.

▲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웅장한 해돋이를 갈구하는 시민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한 해의 모습은 이렇게 자그맣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5 유영수
점점 하늘의 붉은 기운이 그 세력을 확장하여 검붉은 색을 띠더니 동쪽 산의 정상 위로 해가 방긋 웃음 지으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된 일출 시각이 지나도 해가 보이지 않자 '벌써 해가 떴는데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일순 조용해지며 2005년을 여는 첫 해돋이의 장관에 빠져 들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움 그 자체인 해돋이를 새해 첫날에 보는 감흥은 여느 때와 달리 감격적이었다. 다만 바닷가에서 일출을 여러 번 목도한 나로서는, 일출의 장관은 역시 산 위로 떠오르는 그것보다는 수평선 위로 불끈 솟구쳐 오르는 것이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 완전히 산 정상 위로 떠오른 해가 한강에 그 불그스레한 기운을 비추고 있다.
ⓒ2005 유영수

ⓒ2005 유영수
장엄한 해돋이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새해 소망을 담아 산 정상 위로 힘차게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은 하나둘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고 몇몇 사람들은 준비해 온 음식과 술을 나누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갈망하게 만들었던 새해 첫 날의 해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추운 날씨를 녹여 주는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햇살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성가신 그것일 뿐이었다.

▲ 시민들이 새해소망을 빈 후 큰북을 타고(打鼓)하면, 옆에서 사진작가들이 즉석사진을 뽑아 증정하는 순서 - 북을 치려 준비하는 시민의 모습이 홈런을 치기 전 타자의 모습처럼 힘차 보인다.
ⓒ2005 유영수

▲ 아차산 해맞이 광장에서 바라본 전망
ⓒ2005 유영수

2005/01/02 오전 7:04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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