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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언제 저런 면이 있었나 싶게 점잖고 무게 있는 유세를 하는가 하면, 가능하면 자기 반 친구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선거운동을 자처하는 친구들의 봉사가 어른들의 선거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혹 아이들의 선거에 부모들이 개입하여 자장면을 사주네 햄버거를 사주네 하는 보도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럴 시간과 여력이 있는 일부 동네의 이야기일 것이고 적어도 제가 근무하는 이 곳 지방 소도시의 선거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소도시에서의 회장 선거는 학생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이런 저런 친인척으로 다들 알고 지내는 사이인 데다가 얼굴만 보아도 대부분 뉘 집 아들, 딸인지 아는 처지라 누가 회장으로 선출될지 관심이 제법 큰 편입니다.
아이들 선거라지만 어른들의 선거처럼 절차와 형식이 똑같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 등록을 받고 선거운동을 하고 유세를 한 다음 투표를 하는 절차. 투표가 끝나면 개표를 하고 즉시 선거 결과를 발표하면 환성을 지르는 아이도 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도 있지요. 후보로 출마한 아이는 종이를 길게 잘라 만든 어깨띠를 하고 아침마다 교문 앞에, 또는 점심시간 급식소 앞에서, 쉬는 시간 계단마다 서서, 혹은 교내 청소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애씁니다. 얼굴이 발갛도록 서서 선거 운동을 해야 하지만, 누가 이런 일을 시킨다고 하겠습니까? 유권자들(4-6학년)에게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들의 표정이 전에 없이 진지하고 간절해 보입니다. 선거가 이렇게 진행되고 회장이 되고 싶은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은 절차와 책임감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지 않을까요?
저학년 동생들에게 무조건 운동장을 양보하겠다는 포부부터 어릴 때부터 회장 되는 것이 소원이었으니 한 번만 뽑아 달라는 읍소형까지. 유권자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또한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후보로 나가고 싶다는 꿈을 키워주기도 하는 어린이 선거. 전에는 공부 잘하는 어린이들만 후보로 나온 적도 있지만 요즘은 성적 제한이 없어서 개성 있고 재미 있는 어린들이 회장으로 선출되는 경향입니다.
진지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줄반장이라도 맡게 되면, 아이들은 걷는 폼부터 의젓해집니다.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이 회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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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7 오후 4:29 ⓒ 2005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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