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벌써 세밑입니다.
근데, ‘벌써’란 말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올 한 해도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일이 많았나 봅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다짐했던 일들이 제대로 엮어지지 않은 까닭입니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았는데도 늘 이맘때면 아쉬운 굶이 커집니다. 그게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이긴 하지만요.
잘 사셨나요? 선뜻 대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몸 건강하게, 환한 낯으로 곁에 둔 사람들에게 그다지 해코지를 않고 살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러나, 그렇지만 조금은 욕심이 나네요. 왜 그때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탈탈거리며 얼굴을 붉혔을까. 왜 좀 더 너그럽지 못하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했을까. 정녕 내 그릇을 잘못 부셨다고 가슴을 턱턱 쳐봅니다.
모두 네 덕이고 내 탓이라 여기면 얼굴 찌푸릴 까닭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순간에 천사백여 안면 근육을 일제히 동원하여 쉽게 화를 냅니다. 웃는 데는 고작 백사십 여 얼굴 근육만 모아도 금방 환한 웃음을 지운다고 하는데, 단지 그것을 모르기 때문일까요. 그게 우리들의 참모습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결같이 자기 몫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칫 남의 일에 사족을 달거나 사단을 만들어 콩 놔라 팥 놓으라고 지청구를 해댑니다. 제 코가 석 자나 빠진 줄 모릅니다. 생긴 모습이 엇비슷해도 모두가 다 다릅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행동하는 것이 다르며, 살아가는 것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때는 살기가 힘 든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힘이 들지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살이가 우리네 삶을 암울지게 합니다. 아무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해도 끝없이 나락으로 치닫는데도 별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가다가 중단하면 아니 가는 것만 못하다고들 하지요. 틀렸습니다. 언제나 간 것만큼 이문이 남습니다. 가다가 지치면 쉬었다 가고, 그래도 지치면 함께 나누며 곧장 가면 됩니다. 세상이 아무리 팍팍하다 해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우리 사는 세상은 미덥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사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자갈 같은 인간도 있고, 보석 같은 인간도 있습니다. 또 개미 같은 인간도 있고, 거미나 꿀벌 같은 인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세상에는 밤하늘의 뭇별들처럼 사람 같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개미 같은 인간이 되어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거미 같은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자기 것만은 총총 엮어내기에 급급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어렵고 힘든 속사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지요. 세상이 어려운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꿀벌 같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나’보다 ‘남’을 먼저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게 사람 된 도리입니다.
어쩌다 꿀단지가 엎질러졌습니다.
그 달디단 꿀이 식탁을 타고 흐르다가 거실바닥에 고였습니다. 그 냄새를 맡고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파리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거실에 고인 꿀을 제 혼자 다 먹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파리는 그 달콤함에 끌려서 먹기 시작했지만, 차츰 그 꿀 자체에 빨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섬세한 날개와 발이 꿀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웬만큼 배를 채운 파리는 자리를 옮겨서 다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을 움직였지만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날개를 파닥여 보았지만 날개 역시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 발과 날개를 잡아당겼지만 헛수고였습니다.
파리는 이제 도망가야겠다고 있는 힘을 다해 날개에 힘을 주었지만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파리는 그 달콤한 꿀 향기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습니다.
한 해를 마감 지우려는 이때, 우리는 미련한 파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파리는 거실바닥 언저리에 떨어진 한 방울의 꿀이면 족했습니다. 분에 맞지 않은 욕심을 냈기 때문에 파리는 그 가련한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난초 향이 가득 찬 방에 오랫동안 앉아있어 보세요. 어떨까요? 어느 새 난초향기에 동화되어 그 향기가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게 됩니다. 사람은 스스로 제 향기를 느끼지 못합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제 몫을 챙기려 드는 파리 같은 인간보다는 나눔에 너그러운 사람이 많아야합니다. 또한 잘 참아내야 합니다. 인내라는 꽃은 어느 뜰에나 함부로 피어나지 않습니다. 잘 견디어 내고, 서로 베푸는 삶을 충실히 살았을 때 그 꽃은 각자의 가슴에 넉넉히 피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야합니다.
사람은 스스로 참 소중한 존재입니다.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나는 어떤 인간일까요?
<한빛소리>, 통권 149호,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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