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잡초 이야기
태민아, 넌 나에게 특별하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태민(가명)입니다. 잘 지내시죠?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참 세월이 너무 빠른 것 같네요. 초등학교 졸업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아직도 초등학교 생활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선생님과의 추억, 친구들과의 추억, 초등학교의 추억.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중학교 3학년 때 여중과 통합이 되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새로운 친구, 새로운 학교,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지만 중학교 생활보다 힘들고 적응하기가 어렵네요.
되돌아보면 후회 남는 것이 많습니다. 내가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하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도 대학교를 갈 수가 없겠죠. 그래서 이 학교를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후회 하는 것은 6학년 때의 소심함 때문에 사랑하는 친구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 표현만 했어도 좀 더 좋은 추억들을 만들 수 있겠죠? 아직도 그 친구를 못 잊습니다. 참 한심하죠. 너무 집착을 하나 봅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교에 갈 수 없어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늘 문득 친구랑 선생님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92회 아차모’ 얘기도 하고 처음 남자에게 과제물로 일기를 여섯 장이나 쓰게 한 얘기도 하고, 또, 강소명, 김윤주, 황태훈, 이기언과 저한테 덕대반점에서 황궁쟁반 자장을 사주신 얘기도 하면서. 선생님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 얘기도 했죠. 6학년 때의 등산 하고, 신씨고가와 영산향교, 화왕산, 영축산, 함박산도 등산하고,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마산 무학산에 등산도 가자고 하시던 말씀, 아직 이루지 못 했네요.
선생님, 우리 6학년 1반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자신의 진로와 목표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른 되어서 만나겠죠. 아직 부곡에 근무 하신다면 한번 뵈었으면 합니다. 어른 되어서 선생님께 술 한 잔 사드리겠습니다. 한번씩 와서 글도 읽어 보고 가겠습니다. 건강 하세요! 올해 더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삼년 전 초등학교를 졸업한 제자 태민이한테서 온 쪽지다. 태민이는 잡초처럼 꿋꿋한 심지를 가진 아이다. 할머니랑 단둘이 살면서도 항상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제 할 일을 야무지게 꾸렸다. 뿐만 아니라 또래들 간에도 어울림이 좋아 신망이 두터웠다. 그만큼 태민이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는 들풀처럼 무던한 아이였다. 때문에 바람도 컸다.
잡초처럼 꿋꿋한 심지를 가진 아이
어디든 풀밭에는 수많은 잡초들이 어우러져 있다. 제비꽃, 괭이밥, 냉이, 민들레, 큰개불알꽃, 쇠비름, 개여뀌, 방동사니, 별꽃, 부들, 갈대, 도꼬마리, 쇠뜨기, 망초, 쑥, 질경이 등은 그야말로 잡초다운 잡초,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너무 흔한 잡초들이다.
그러나 잡초들은 밟히고 짓밟혀도 꿋꿋이 살아간다. 잡초의 대명사 질경이, 어찌나 밟혔는지 자세히 보면 잎사귀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기 일쑤다. 굳이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만 골라 자라는 질경이는 오히려 사람의 발길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만약 질경이가 사람의 발길이 없는 편안한 곳에 자란다면 어떨까? 그런데 질경이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택하면 금방 다른 식물들에게 쫓겨난다. 질경이는 다른 잡초들과의 경쟁 대신 사람의 발길을 당당히 받아들여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질경이는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의 모진 발걸음을 이겨 낼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잡초들의 생존전략에 있다. 잡초들의 생존전략은 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동물에게 먹히거나 밟히는 경우를 받아들여 유리하게 벗어나는 위기관리, 필요 없을 때 쓸데없는 꽃을 피우지 않는 폐쇄화들과 ‘근검을 보이고’, 질경이처럼 밟히는 경우 치명타가 될 줄기를 최대한 줄이는 ‘절약’하며, 개미와 식물들의 아름다운 ‘공생’하는 능력은 경제난국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잡초의 생존전략이다.
잡초들의 생존전략은 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한 것
큰 야망을 품은 잡초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작은 크기로 살기를 꿈꾸는 잡초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하고, 밑바닥을 기면서도 행복한 잡초도 있다. 경쟁이 싫어서 사람의 발에 밟히는 고생을 참아가면서 홀로 사는 잡초도 있다. 잡초의 삶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늘 태민이를 잡초다운 잡초로 기억하고 있다. 삼년이 지난 지금, 결코 그 바람은 헛되지 않았다. 녀석은 어렵고 힘든 생활에도 제 앞가림을 잘 해 준 것이다. 우리 사는 이치도 이와 같다. 살면서 또 다른 삶에 희망을 갖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장애인들이 마땅히 가져야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 비록 몸은 불편해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세상, 자신하며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거다. 태민아, 넌 나에게 특별하단다.
/ 『한빛소리』2009년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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