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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다운 삶을 바란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4. 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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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다운 삶을 바란다


어디든 풀밭에는 수많은 잡초들이 어우러져 있다. 제비꽃, 괭이밥, 냉이, 민들레, 큰개불알꽃, 쇠비름, 개여뀌, 방동사니, 별꽃, 부들, 갈대, 도꼬마리, 쇠뜨기, 망초, 쑥, 질경이 등은 그야말로 잡초다운 잡초다.


잡초들은 밟히고 짓밟혀도 꿋꿋이 살아간다. 어디 좋은 자리 궂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잡초의 대명사 단연 질경이다. 어찌나 밟혔는지 자세히 보면 잎사귀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기 일쑤다. 그런데도 질경이는 굳이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만 골라 자란다. 질경이는 오히려 사람의 발길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만약 질경이가 사람의 발길이 없는 편안한 곳에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데 질경이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을 택하면 금방 다른 식물들에게 쫓겨난다. 질경이는 다른 잡초들과의 경쟁 대신 사람의 발길을 당당히 받아들여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너무 흔한 잡초들


그렇다면 대체 질경이는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의 모진 발걸음을 이겨 낼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은 바로 잡초들의 생존전략에 있다. 잡초들의 생존전략은 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잡초는 어느 것 하나 그냥 허두로 살지 않는다.


동물에게 먹히거나 밟히는 경우를 받아들여 유리하게 벗어나는 위기관리, 필요 없을 때 쓸데없는 꽃을 피우지 않는 폐쇄화들로 ‘근검’을 보이고, 질경이처럼 밟히는 경우 치명타가 될 줄기를 최대한 줄이는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 개미와 식물들의 아름다운 ‘공생’하는 능력은 경제난국으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또 큰 야망을 품은 잡초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작은 크기로 살기를 꿈꾸는 잡초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생존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하고, 밑바닥을 기면서도 행복한 잡초도 있다. 경쟁이 싫어서 사람의 발에 밟히는 고생을 참아가면서 홀로 사는 잡초도 있다.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모두 남의 탓이라고 우겨대고, 그저 남이 나에게 잘못 대했기 때문이라고 푸념만 해대는 것은 잡초만도 못한 삶이다. 단지 제 그릇이 비었을 뿐인데, 자기 그릇을 애틋하게 부시지 않은 탓을 상대에게 짐 지운다는 것은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니다.


잡초의 삶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늘 아픈 가슴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방의 조그만 언행 하나에도 크게 마음을 다친다. 근데도 우리는 무시로 그러한 사람들을 못살 게 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때문에 산다는 것 자체가 허무해지고, 고독해져서 결국엔 비련의 영화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시금 잡초의 생존전략을 유념해 보자. 보잘것없는 잡초 하나가 갖은 불행한 조건을 마다하고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켜내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 단 하루를 사는 데도 수많은 일들로 골머리를 싸매게 되는 경우가 많다. 힘이 든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네 탓이요 네 덕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면 어디 낯짝을 붉힐 일 있겠는가.


그렇기에 항시 내 것을 더 챙기려고 아득바득대고, 더 좋은 것을 가지려고 욕심 부리지 않아야겠다. 빈한하게 살아도 마음을 곱게 가지면 그게 아름다운 삶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다. 그렇지만 덜어내고 털어 낼수록 마음이 가벼워지듯 아름답게 사는 비결은 마음을 비우는 데 있다. 여럿이 부대낄수록 마음을 비워야 한다. 더불어 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케 다독여야 참삶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게 잡초다운 삶이 아닐까?


/<한빛소리> 2009년 5월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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