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상 사는 이야기 속으로

박종국교육이야기/논술강의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3. 16:58

본문

□ 창녕청소년문화의집 논술강의 □


강의 주제 : 세상 사는 이야기 속으로


2009년 6월 4일 목요일

강 의 자 : 박 종 국


[동시 한 편 맛보기]

 어머니의 등


                                     하 청 호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 ‘어머니의 등’은 엄마와 아기의 어떤 모습을 노래하고 있나요?


  ○

  ○

  ○


[읽어보고 따져보고 생각하기]

나의 아버지


내 아버지는 마장동에서 일을 하십니다. 소를 잡고, 고기를 썰고, 배달도 하는 전천후 일꾼이시죠.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버지한테서 나는 냄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냄새죠.

아버지, 그 분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제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저를 아는 체 하실 때면 정말 창피해서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제 친구들 근처에 오셨다가 친구들이 저한테 '너네 아빠한테 이상한 냄새나' 이런 말을 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버지 퇴근길을 피해서 다니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요즘엔 학원에 안 가니? 아빠 퇴근할 때 가끔 우리 딸 얼굴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즘엔 통 안 보이네."

  "아니에요, 학원에 가요 좀 늦게 가는 거예요."

  "학원에 늦으면 안 되지. 비싼 돈 내고 다니는 건데. 항상 차 조심하고…."

전 속으로 '아빠 피해서 다니는 거예요, 아빠나 차 조심 하세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혹시 제 속마음을 들었을까 잠시 걱정도 했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에 엄마가 아빠 입원하셨으니 얼른 같이 가자고 학교로 찾아오셨습니다.

같이 간 병원에서 아버지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누워계셨습니다. 계속 '아프다'는 말만하시는 아버지는 이전보다 더 초라해 보였습니다.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습니다. 그냥 친구 분들과 술드시고 무단 횡단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라고 했지만 왠지 그때 제가 마음속으로 '아빠나 조심하세요.'라고 비아냥 거렸던 게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는 다시 일하러 가실 수 있었습니다. 전보다 기력도 약해지고 걸음 걷는 것도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징'하고 울려서 갑자기 눈물이 흐르곤 하는 겁니다.

이제는 길에서 아버지를 만나면 친구들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아빠한테 달려가서 팔짱을 낍니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소냄새를 맡으면 그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고요, 저도 아빠한테 부끄러운 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 자료출처 : 네이버 지식iN


얘야, 착한 게 잘못은 아니다

박동규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육이오 전쟁이 났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집 지키고 있어."

하시고는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셨다.

그 당시 내 여동생은 다섯 살이었고 남동생은 젖먹이였다.

인민군 치하에서 한 달이 넘게 고생하며 살아도 국군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서 아버지를 따라 남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우리 삼 형제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남쪽으로 향해 길을 떠났다.

일주일 걸려 겨우 걸어서 닿은 곳이 평택 옆 어느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인심이 사나워서 헛간에도 재워주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집 흙담 옆 골목길에 가마니 두 장을 주워 펴놓고 잤다.

어머니는 밤이면 가마니 위에 누운 우리들 얼굴에 이슬이 내릴까봐 보자기로 씌워 주셨다.

먹을 것이 없었던 우리는 개천에 가서 작은 새우를 잡아 담장에 넝쿨을 뻗은 호박잎을 따서 죽처럼 끓여서 먹었다.

삼일 째 되는 날 담장 안집 여주인이 나와서 우리가 호박잎을 너무 따서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고 다른데 가서 자라고 하였다.

그날 밤 어머니는 우리를 껴안고 슬피 우시더니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기다리자고 하셨다.

다음날 새벽 어머니는 우리들이 신주처럼 소중하게 아끼던 재봉틀을 들고 나가서 쌀로 바꾸어 오셨다.

쌀자루에는 끈을 매어서 나에게 지우시고, 어머니는 어린 동생과 보따리를 들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평택에서 수원으로 오는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내 곁에 붙으면서

  "무겁지. 내가 좀 져 줄게."

하였다.

나는 고마워서

  "아저씨, 감사해요."

하고 쌀자루를 맡겼다.

쌀자루를 짊어진 청년의 발길이 빨랐다.

뒤에 따라 오는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으나 외길이라서 그냥 그를 따라갔다.

한참을 가다가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나는 어머니를 놓칠까봐

  "아저씨, 여기 내려주세요. 어머니를 기다려야 해요."

하였다.

그러나 청년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냥 따라와."

하고는 가 버렸다.

나는 갈라지는 길목에 서서 망설였다.

청년을 따라 가면 어머니를 잃을 것 같고 그냥 앉아 있으면 쌀을 잃을 것 같았다.

당황해서 큰소리로 몇 번이나

  "아저씨!"

하고 불렀지만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어머니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즈음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오셨다.

길가에 울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첫마디가

  "쌀자루는 어디 갔니?"

하고 물으셨다.

나는 청년이 져 준다면서 쌀자루를 지고 저 길로 갔는데, 어머니를 놓칠까봐 그냥 앉아 있었다고 했다.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 밤 우리는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농가 마루에서 자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디에 가셔서 새끼손가락만 한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시면서 우셨다.

그 위기에 생명줄 같았던 쌀을 바보같이 다 잃고 누워 있는 나를 영리하고 똑똑한 아들이라고 칭찬해 주시다니. 그 후 어머니에게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욕망이기 토양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는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바보처럼 보이는 나를 똑똑한 아이로 인정해 주시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 자료 출처 : 박동규님의 에세이집


♣ 사람 사는 모습이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 때문입니까?


 ○

 ○


[내 생각-얼거리 정하기]


♣ 아, 그런데, 내 생각은 이래요


 

 

창녕청소년 문화의집 방과후아카데미 "한아름"교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