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유난히 고상하기만을 원하고, 남보다 명예를 더 높이려 아득바득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싶고, 보다 두드러지고 싶은 것이 인간의 그릇된 욕망 중의 하납니다. 제 스스로의 그릇을 곱게 부시지 못하면서 그저 남들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는 것은 하잘것없는 욕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염치를 알고, 그 깊이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랑에 충실해야하는 데도―.
쉬 달궈진 쇠가 빨리 식듯이 제 것만을 바라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장 인간답게 함께 어우러져야 할 세상에 '개밥에 도토리'로, '날 샌 올빼미 신세'로, '끈 떨어진 뒤웅박'이 되어서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자기에게 맡겨진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늘 자기의 부족함을 깨우치고, 자기를 낮추며,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겨야합니다. 이해와 배려의 폭을 넓혀가며 살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함과 같이 남을 존중하고, 남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해 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바로 염치를 아는 사랑입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김현태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록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 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 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냄새가 난답니다
_ 김현태,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책만드는집, 2002
김현태 시인의 시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를 거듭 마음에 담아봅니다. 혼자만의 사랑이 아닌 더불어 하는 사랑, 그 순정한 사랑에 손 모아봅니다. 사랑하면 조그만 것이더라도 함께 나눠야 합니다. 혼자만의 사랑은 상대방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사랑은 두 사람이 상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산이 높고 험준한 곳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그렇듯이 물살이 세고 급한 곳에는 고기가 없습니다. 사람 사는 이치도 마찬가집니다. 가장 인간답게 사는 방법은 큰 것에 있지 않습니다. 얽히고설키는 세상, 늘 부대끼는 사람의 얼굴이 보고 또 보아도 새롭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여 마땅히 염치를 아는 사랑에 충실하다면 성자(聖者)가 아라면 적어도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삶인가를 깨우치는 데 서로에게 전 생애를 저당 잡혀야 합니다. 아무리 제 빛깔 제 모습을 자신해도 함께 나누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비익조 연리지처럼 말에요. 혹 그래도 혼자만의 사랑을 고집하렵니까?
<한빛소식>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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