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경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침 청소를 마칠 무렵 한 중년부인이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조심하세요. 여긴 진열대예요. 자, 이쪽으로···.” 중년부인은 그 남자가 어디에 부딪치기라도 할까 봐 연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안내를 했다. 선글라스를 낀 그 남자는 앞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중년부인은 마산에서 진주로 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만난 이 분이 여기까지 안내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모른 척할 수 없어 함께 오게 됐노라고 사정 얘기를 하고는 약속 시간에 늦었다며 황급히 나갔다. 그는 보기 흉한 눈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데 얼마 전 다른 안경원에서 산 선글라스가 영 맘에 안 든다며 테가 큰 것으로 좀 보여 달라고 했다. 그의 손을 붙잡고 이곳 안경원까지 와준 중년부인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웠지만 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불편한 몸으로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아 준 그 분의 성의에 감동한 나는 최선을 다해 그 분에게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골라 드렸다. 그는 두 손으로 테의 이곳 저곳을 만져 보더니 만족해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집이 마산이세요?” 마산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기에 갈 일이 걱정되어 내가 여쭈었다. “아니에요. 마산에서 두 시간이나 더 가야 돼요. 마산에 사는 친구집에 직접 농사 지은 양파를 좀 가져다 주고 오는 중이었어요.” 몸도 불편한데 그 먼 곳에 있는 친구까지 챙기는 그 분의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까지 훈훈해졌다. 나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분을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모시고 가서 버스를 태워 드렸다. 그 분이 언제 다시 우리 안경원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리고 그때는 꼭 무료로 가장 멋있는 선글라스를 맞춰 드리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