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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소설 ‘다산’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9. 2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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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승원 소설, 영검하고 웅대한 ‘다산의 삶’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08-06-23 15:00     조회 : 1025    
한승원 소설, 영검하고 웅대한 ‘다산의 삶’
한승원 소설 ‘다산’ 
 


천주교를 믿었던 ‘정약용’
실학사상 집대성한 ‘다산’
자료와 논증을 통해 ‘삶’ 해부
 

2005년 6월, 지금부터 딱 3년 전에 평양의 고려호텔에서 나와 함세웅 신부는 룸메이트로 함께 몇 밤을 지냈다. 6·15 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대표단이 기념축제를 벌이느라 방북했던 때의 일이다.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으나, 우연스럽게 다산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를 깊숙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함세웅 신부가 오랫동안 지녔던 다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소상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함 신부 왈, “혹자는 다산이 천주교 신자였다고 하지만, 그는 배교자여서 얄팍한 지식인으로서의 배신자라는 느낌이 들어 싫다”는 것이었다.

 

40년 가까이 다산만을 마음에 두고 그분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섭섭한 생각이 들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천주교 쪽 인사들은 아직도 다산은 천주교 신자였다면서, 그는 한때 배교했던 것처럼 처신했으나 오래지 않아 다시 신앙인으로 돌아와 종부성사를 받고 선종한 진짜 신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성직자로서는 세상에 큰 이름이 있는 함 신부가 그렇게는 생각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나와 함 신부는 함께 일하면서 접촉이 잦아 많은 대화를 나누다가 다산이 살아가던 당시의 역사적 현실과 다산이 처한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산은 배교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 배교함으로 해서 생명을 건져, 끝내는 위대한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최고 수준의 학자가 되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함 신부는 다산의 학문과 철학의 휼륭함을 인정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작가 한승원(사진)의 소설 <다산>은 그런 의미에서 다산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큰 문제 하나를 해결해 주었다. 온갖 자료와 논증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다산의 신자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소설이라는 문학작품을 통해 한승원은 쉽게 이해할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영감을 통해 순교자 정약종과 서양학문까지 흡수하여 ‘다산학’을 이룩한 아우 정약용의 서로 다른 형제의 길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천주학에서 천주교 신앙으로 승화해 천주님의 실체로 몰입해 순교자라는 위대한 신앙인이 된 형 정약종과는 다르게 다산의 입장이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주자학이나 천주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그 주자학이나 천주학과 전혀 다른 나의 독자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 스스로가 주자학의 실체나 천주학의 실체가 되어버린다면 나의 존재는 죽어야 합니다”(<다산>1, 283쪽)라고 형 정약종에게 말하는 다산이 천주학의 실체에 자신을 넣어버린 형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기술해 준 책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설 <다산>은 픽션이지만,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 근래의 텔레비전 사극 <이산>과도 다르게 지명, 인명, 연도에 사실과 차이가 없으면서도 쉽고 편안하게 다산의 삶과 불타는 애국심과 인민애를 이해하도록 해 준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논문이나 학술서적과는 다르게 처한 시대, 신산한 유배생활, 절대고독 속의 참담한 역경을 이기고 사상과 학문의 대업을 이룩하는 그의 인간적 면모 등을 알게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작가는 다산을 ‘영검하고 웅대한 산’이라고 했다. 그 산에 잘못 들어가면 길을 잃고 조난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거대하고 웅대하여 영검하고 감지하기 어려운 산인 다산을 그래도 제대로 파악해 길을 잃지 않고 산속을 빠져나온 사람이 작가 한승원이다. 연구자나 학자들이 아니고는 아무도 모르는 다산, 소설가를 통해 다산을 대중화하는 길이 열리고 있으니 기쁘다.

 

박석무/한국고전번역원장

[한겨레 2008년 6월 22일]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9-06-08 17:26:17 연구소스크랩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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