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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한다'는 정운찬…'용산참사' 중대기로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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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면 한다'는 정운찬…'용산참사' 중대기로
鄭 "약속 반드시 지킨다", 유족·범대위 "추석전 오라"…요구 수용 여부 관건
 
이석주

"야속하게도 추석이 돌아왔습니다. 설날 직전 남편들이 무참히 살해 당한 남일당에서 상복을 입고 추석을 맞아야 하다니 끔찍합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사실상 매주 진행된 크고 작은 집회, 경찰에 저지당한 '청와대 삼보일배', 검찰청 항의방문, 실패로 끝난 시신운구 계획까지. 올 1월 20일 용산참사 발생 이후, 유족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해 '몸'을 던졌으나 8개월 간 진척된 것은 전무했다.

오히려 사법부에 의해 참사 '가해자'로 낙인 찍히는가 하면, 300일이 다 돼가는 기간 동안 장례 조차 치르지 못한 채 검은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결정적 단서로 보고있는 '3천 페이지 수사기록' 공개를 촉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답 없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8개 월 간 모진 시간을 보낸 유족들이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정운찬 국무총리의 '한 마디'는 사태해결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결의지' 보이며 눈물 흘린 정운찬 총리님, 추석 전 용산에 오십시오"

"정운찬 총리님,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눈물마저 그렁거리셨습니다. 너무 늦은 만큼 진심이기를 바랍니다. 고고한 학자이셨던 만큼 비리를 덮으려고 유가족을 이용하는 그런 분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 용산참사 유가족과 범대위 회원들이 추석 연휴를 앞둔 30일 오전 용산참사 현장에서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가족과 범대위는 이날 회견을 통해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용산으로 오라! 민생총리로서 새출발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 CBS노컷뉴스


용산참사의 해결을 촉구하며 30일 오전 남일당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유족들과 '용산 범대위'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사태해결의 의지를 조금이나 보여준 정 총리에 대해 '추석 전 현장 방문'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운찬 총리는) 용산에 오십시오. 저희는 국민통합이니 서민경제니 하는 어려운 말들은 잘 모른다"며 "하지만 용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인다 해도 모조리 거짓말이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운찬 총리님, 조문 오시면 저희 유가족이 따뜻이 맞이하겠다"며 "정부의 책임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고인을 추모해 주십시오. 고인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상한 아버지, 선량한 국민이었다는 한 말씀을 남겨달라"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용산 방문할 정총리, 어떠한 해결책 내놓을지가 관건…범대위 요구안 발표

앞서 정 총리는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용산 참사와 관련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질의에 "총리가 되면 가장 먼저 유족과 만나서 현실을 파악하도록 하겠다"며 총리 임명 이후 제1의 해결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정 총리는 "이유야 어찌됐건, 돌아가신 분들이 8개월 동안 장례도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며 "(총리로) 임명되면 전향적 태세를 취하겠다"고도 밝혔다.

총리로 임명된 이후, 29일 가진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나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한번 한다면 한다"라고 자신의 발언이 '허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다만 그 시기를 놓고선, 유족들 요구와 같이 추석 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 정 총리는 이와 관련, "적절한 날짜를 놓고 고민 중에 있다"고 밝혔다. 범대위 측에서도 정부로 부터 어떠한 입장을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정 총리의 방문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시기'의 문제와 달리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할 정 총리가 어떠한 해결 방안을 내놓을 지가 중요한 대목.

그간 정부가 "용산참사는 해당 조합과 세입자들이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모르쇠로 일관해 온 점을 감안한다면, 정 총리의 '해결책'이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와 세입자 보상 대책, 임대상가 마련 등 유족들의 요구안과 거리가 멀 수 도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범대위는 이날 정 총리를 향한 요구사항을 발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철거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용산4구역 철거민들에 대한 임시시장과 임대상가 보장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을 공개하고 살인진압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거할 때"라며 "총리로서의 첫걸음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과 범대위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다섯 가족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묵묵부답인 참 지독한 정부,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이러고도 한 나라를 책임지는 위정자냐, 이러고도 국민들을 보살피는 나라님이냐"고 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정운찬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해결의지를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CBS노컷뉴스


시민사회, "MB를 직접 법정으로"…정치권, 유족 위로방문-거리 선전전

한편 불공정 재판을 대신해 각계 인사를 중심으로 지난 14일 구성된 '용산 철거민 국민법정 준비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석기 전 서울지방 경찰청장 등 20여 명을 '피고인'으로 규정한 뒤 이들에게 보내는 기소장을 발표했다.

오는 18일 예정된 '용산참사 국민 법정'에 앞서, 유족들과 시민사회진영이 규정한 참사 책임자들에 대해 심판의 의지를 밝힌 것이며, 국민법정 재판부에는 언론인 홍세화 씨, 박연철 변호사,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승환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을 '살인 및 상해에 대한 교사' 혐의로, 김 전 청장에 대해선 '공무원의 폭행·가혹행위죄' 등의 혐의를 밝힌 뒤,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국민법정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용산 참사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처럼 각계 인사가 참여한 '국민 법정'의 재판부는 노동, 여성, 시민사회 등에서 9명으로 구성됐으며, 50여명으로 구성될 배심원의 경우, 다음달 11일 까지 신청을 받은 뒤 국민 법정이 열리기 닷 새 전인 10월 13일 최종 선발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추석 연휴를 전후해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정치권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으며, 진보신당도 해결 촉구 거리 선전전 등을 계획 중에 있다.

정 대표는 이자리에서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 큰 명절을 두 번째 맞는다. 정운찬 총리가 잘 정리해보겠다는 발언을 했다. 저희가 잘 챙겨보겠다. 잘 버티고 힘내자"라고 위로했다고 민주당 허동준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공동대표 등 진보신당 대표단도 추석 연휴 하루 전인 1일 서울역 광장에서 귀향 인사를 갖고, △용산참사 국민법정 기소인 모집 등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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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2009/09/30 [18:5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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