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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악의 '굿모닝! 허도령'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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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해악의 '굿모닝! 허도령'
2008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지정 큰들 마당극
08.10.09 09:58 ㅣ최종 업데이트 08.10.09 09:58 박종국 (jongkuk600)

  
▲ 풍자와 해악의 “굿모닝! 허도령” 2008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지정 큰들의 '굿모닝! 허도령"은 제22회 비사벌문화예술제 초청 마당극이다.
ⓒ 박종국
마당극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탈놀이로 나쁜 액운을 몰아내고 만복수복을 기원했다. 뿐만 아니라 양반들의 부도덕한 행실을 고발하고, 민초를 수탈하는 관리들의 폭압과 폭정을 탈로써 풍자했다. 그래서 탈하나, 북장단, 춤사위만으로도 놀이가 되고, 예술이 되고, 무기가 되고, 어울림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8일 제22회 비사벌문화예술제(한국청소년지도자연협회 창녕군지회 주관주최)에 초청된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마당극 '굿모닝! 허도령'은 수탈, 강탈, 겁탈을 일삼는 모리배 사또와 이방을 마을 사람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다섯 마당에 걸쳐 풍자와 해학으로 그들의 파행을 꼬집었고 현장성과 즉흥성이 도드라져 관객들로 하여금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한 탈춤 한판이었다.

 

  
▲ 극 중 배우는 몸풀기 '굿모님! 허도령'에서 열연할 배우들이 사물 장단에 맞춰 몸을 풀고 있다.
ⓒ 박종국
사물

흥겨운 춤사위로 몸을 푼 단원들은 중구난방으로 목청을 돋운다. 장소가 넓은 배꾸마당이었던 탓에 핀 마이크 음정 조절이다. 자칫 그러한 그들의 몸짓을 이해하지 못한 관객은 음향장치에 버그가 끼었을 거라 여겼을 거다. 그러나 잠시 후 임경희(극작, 연출) 브랜드의 농익은 춤판이 ‘얼쑤! 절쑤!’ 60분 동안 관객을 사로잡는다.   

 

  
▲ 첫째마당을 여는 굿 한판 첫째마당을 여는 마당밟기가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되고 있다.
ⓒ 박종국
마당밟기

첫째마당 “탈 났다”

 

정월대보름, 마을 사람들은 성황당에서 탈을 모셔 와서 마을의 안녕과 만복수복을 빌며 신명난 탈 춤판을 벌인다. 흥청흥청 신명난 판을 깨며 등장하는 마을의 사또와 이방. 뭔가 구린 사또와 이방은 탈 모양을 빌미삼아 오늘부터 탈놀음을 금지시키고, 이를 어길시 삼대를 멸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사또 횡포가 심해지면 하늘에서 용신을 내려 보내 혼을 내 줄 것이라는 사람, 사또가 바뀔 때까지 숨죽이고 살자는 사람, 의견이 분분하다. 손재주가 좋은 마을 청년 허도령은 더 큰 탈 춤판을 벌려 마을의 탈을 막아 보자며 탈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

 

  
▲ 새로운 탈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허도령 손재주가 좋은 마을 청년 허도령은 더 큰 탈 춤판을 벌려 마을의 탈을 막아 보자며 탈을 만들기 위해 떠난다.
ⓒ 박종국
허도령

둘째마당  “탈 막자”

 

마을 처녀 이뿐이는 하루하루 날을 꼽아가며 허도령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 한편 허도령은 살생금지, 육식금지, 연애금지의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열심히 탈을 만들고 이제 마지막 탈만 만들면 마을 사람들과 이뿐이에게 돌아간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그러나 탈 제작 사실을 알게 된 사또는 허도령을 죽이려고 성황당으로 자객을 보내고 허도령은 다행 죽지는 않았지만 벼락을 맞고 바보가 되고 만다.

 

  
▲ 극에 달한 사또의 횡포 탈 제작 사실을 알게 된 사또는 허도령을 죽이려고 성황당으로 자객을 보내고 허도령은 다행 죽지는 않았지만 벼락을 맞고 바보가 되고 만다.
ⓒ 박종국
횡포

셋째마당  “허도령의 탈”

 

바보가 된 허도령은 매일 성황당에서 혼자서 탈놀이를 하고 놀고, 이를 지켜보는 이쁜이는 자기 때문에 허도령이 이렇게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 허도령과 이쁜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마을 노인 바보가 된 허도령은 매일 성황당에서 혼자서 탈놀이를 하고 놀고, 이를 지켜보는 이쁜이는 마치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 박종국
탈놀이

넷째마당  “수탈, 강탈, 겁탈”

 

가는 곳 마다 암행어사가 출두하여 변방까지 쫓겨 온 사또와 이방은 하루 빨리 도시로 나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높은 분들에게 바칠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더 쪽쪽 쫙쫙 세금을 걷어 들일 수 있을지 그것이 제일 큰 고민이다(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동병상련으로 절로 극중 화자가 된다). 매일 먹던 동네 우물에 물세를 붙이는가 하면, 돈 대신 이쁜이를 데려 가겠다는 둥 사또의 횡포는 날로 심해져 간다. 또한 자신과 이방의 횡포와 음모를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허도령을 죽여 문제의 싹을 없애려 한다.

 

  
▲ 사또의 황포 매일 먹던 동네 우물에 물세를 붙이는가 하면, 돈 대신 이쁜이를 데려 가겠다는 둥 사또의 횡포는 날로 심해져 간다.
ⓒ 박종국
횡포

다섯째마당 “용탈”

 

허도령이 바보가 된 것도 사또와 이방의 음모란 것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탈을 쓰고 허도령을 구하려 하지만, 사또는 허도령이 도망가 있는 성황당에 불을 지른다. 활활 타 오르는 성황당 속에서 허도령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용탈을 쓰고 나오고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합심하여 사또와 이방을 휘감아 혼내 준다.

 

  
▲ 민초들의 저항 허도령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용탈을 쓰고 나오고 마을 사람들 모두와 합심하여 사또와 이방을 휘감아 혼내 준다.
ⓒ 박종국
용탈

  
▲ 사또의 굴욕 사또의 극악한 횡포에 애면글면하던 관객들이 극적의 카타라시스를 맛본다.
ⓒ 박종국
굴욕

  
▲ 용탈-용맞이 활활 타 오르는 성황당 속에서 허도령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용탈을 쓰고 나온다.
ⓒ 박종국
성황당

사또의 극악한 횡포에 애면글면하던 관객들이 극적의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부합되는 이야기, 그 답답함을 배우들의 물씬한 땀내로 대리만족하였던 것이다. 모두의 얼굴이 환했다. 오랜만에 해묵은 응어리들이 다 풀렸다. 우레와 같은 환호성, 기립 박수였다.

 

  
▲ 환호하는 민초들 사또의 극악한 횡포에 애면글면하던 관객들이 극적의 카타라시스를 맛본다.
ⓒ 박종국
민초

 

배우들의 물씬한 땀내로 해묵은 응어리들이 다 풀려

 

창녕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아직은 변방이다. 크게 마음 다지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마당극, 그런 허기짐의 갈구를 2008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지정 큰들 마당극 ‘굿모닝! 허도령’을 통해서 해갈시켜주었다. 작품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가 맛깔스러우면 그만큼 만족이 큰 법이다. 3천여 관객들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이 자리에 창녕 군민은 물론, 창녕청소년문화의집 방과 후 논술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중학생들도 동참했다. 논술아카데미는 필자가 강의를 맡고 있다. 오늘 강의는 마당극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조망해 보는 시간이었다. 뜻 깊었다. 열연을 해 준 연출가 배우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 관객들의 카타라시스 배우들의 물씬한 땀내, 오랜만에 해묵은 응어리들이 다 풀렸다.
ⓒ 박종국
응어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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