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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한' 한글을 '품위 있는' 한글로 살려내려면?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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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급한' 한글을 '품위 있는' 한글로 살려내려면?
[주장] 심각한 '한글 오염', 그 처방전은 없는가
08.10.24 20:09 ㅣ최종 업데이트 08.10.24 20:09 박종국 (jongkuk600)

한글은 세계가 인정하는 언어다. 그만큼 한글은 으뜸이요, 과학적이며, 실용적인 언어로서,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1994년 6월호)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언어학)이 세계 각국 언어의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를 차지한 것도 한글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총회에서 183개국 만장일치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됐으며, 1997년에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모두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사실이다.

 

한글은 으뜸이요, 과학적이며, 실용적인 글이다

 

그런데 이처럼 출중한 한글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 제대로 대접을 받기는커녕 이만저만한 홀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채팅어와 줄임말, 외래어 저급한 번역으로 인한 한글 오염은 심각하다.

 

인터넷상에 머물다 보면 당황할 때가 적지 않다. 유다른 채팅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뭥미’(‘뭐임’의 오타, 친구가 거지같은 짓 할 때 쓰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이란 뜻),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안습’(안구에 습기 찬다. 눈물 나오려고 할 때 쓰는 말),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란 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뜻), ‘강티’(강제퇴장 줄임말의 변형어) 등의 줄임말은 게임을 자주 하지 않으면 뜻을 알기 힘들다. 또 ‘ㄹㄷㄹㄷ(레디레디)’ ‘ㄱㄷㄹ(기다려)’ ‘ㅅㅅ(나이스샷)’ ‘ㅈㄷㅇ(즐거운 댄스요)’ 등 자음만 쓰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밖에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욕설과 음란어 사용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미 한글 오염과 파괴 현상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인터넷상에는 맞춤법 띄어쓰기 등이 완전 무시된 국적 불명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다. 기성세대로서는 거의 해독 불능의 이런 언어가 인터넷을 넘어 일상적으로도 굳어지고 있다. 세대 간 대화 단절이 우려될 정도다.

 

인터넷상의 한글오염 심각하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마찬가지다. 블로그나 카페, 개인 홈페이지에 오른 글들을 보면 혼란스럽다. 젊은 세대일수록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있다. 문맥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듬더듬 읽다보면 심각한 대화단절감 마저 느낀다. 다음 문장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붙여 썼다. 근데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그 뜻이 어떻게 달라질까.

 

  터널안굽은길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아기다리고기자리던소풍

 

  터널 안굽은 길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소풍

 

문장의 의미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어느 대학 신입생을 상대로 맞춤법과 띄어쓰기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스물 문항을 평가해 보았더니 낯부끄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비단 그 대학의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국립 현충원 방명록에 '~않겠읍니다' '…평화 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 등 잇단 맞춤법 오류로 인해 입방아에 올랐고, 정동영 후보 역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다 '엎그레이드'라고 써 한글에 대한 사회 지도층의 관심 정도를 무색케 했다. 이는 비단 두 정치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글에 대한 무관심, 그 정도가 지나쳐

 

말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할 수 있다. 그만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그 사람의 인간됨됨이는 물론, 인격과 교양이 묻어나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글 속에는 그 사람의 현재 생활뿐만 아니라 인생관이 담겨 있고, 사상까지도 드러난다. 이렇게 중대한 글쓰기에서 줄임말, 저속어, 음란어, 채팅어가 난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입말 글말은 제쳐두고서라도 인터넷상에서만 해도 우리글이 너무 고통을 받고 있다.

 

근년에 또 다시 대학 입시에서 논술 시험이 강조되면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한글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판에 박힌 주제, 천편일률적인 문장, 고식적인 논법에 길들여진 글쓰기를 지나치게 강요하다보니 오히려 자연스런 글쓰기 습관마저 망가뜨리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온전치 못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글을 크게 살리는 처방전은 없는가

 

글쓰기는 글 읽기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글을 읽는 그 자체보다 우리말을 잘 가려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고운 말을 쓸까? 인터넷 바다에 쓰레기처럼 떠다니는 컴퓨터용어를 탓하기 이전에 어른들이 본보기가 되어야한다. 또한 말을 곱게 가려 쓰는 습성을 들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기에 좋은 책을 읽혀야 한다, 문학성이 뛰어난 글, 쉽고 정확한 문장, 삶을 단순화시키지 않은 책은 우리말을 살려내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쓴다고, 말을 잘한다고 글 버릇이 나아지고, 말 버릇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 올바른 언어로 어법에 맞고, 품위 있는 글말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어떤 언어든 그 원리는 어릴 때부터 부추겨야 한다. 그게 우리말을 오염 구덩이에서 건져내는 일이요, 한글을 크게 살리는 처방전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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