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언니 뒷다리를 붙잡고 나왔니?” 우스갯소리로 건네는 얘기들이 어린 마음에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3분도 아니고 30분도 아닌, 단 3초 차이로 나는 쌍둥이 동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는 어린 딸에게 장난삼아 그런 말씀을 하셨겠지만, 같은 나이의 쌍둥이라 하더라도 내가 분명히 언니 뒷다리를 붙잡고 나와 동생이 되었다고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아무 불만 없이,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사실 어머니는 제왕절개로 우릴 낳으셔서 의사선생님의 손길에 따라 바뀔 수도 있었겠지만- ‘동생’이 되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하니 항상 언니가 물을 마신 다음에야 물을 마시게 되었다.
우리는 3초 차이로 태어난 예랑, 사랑 쌍둥이 자매. 현재는 ‘가야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냥 노래만 하는 가수가 아니라 우리의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야금 가수’이다. 이렇게까지 활동하는 데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필요했는데 무엇보다 ‘가족의 힘’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굳건하게 가야금을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가야금 연주인 변영숙)의 절개심이 없었더라면 있을 수 없는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밥 먹고 살기 힘든 그 옛날, 자칫 마음을 달리 가졌다면 가야금 연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도 있었겠지만 어머니는 전주에서 가야금 교습소를 열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벌처럼 일하시며 가야금을 가르치셨다. 어머니는 가끔 “내가 틀린 말이나 하고 쉽게 살려고 했으면 그 어려운 6․25때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데, 결코 웃으면서 들을 수만은 없는 교훈이라고 믿는다. 살다보니 여러모로 흔들릴 때가 많은데 절대 흔들리지 않으셨던 그 곧은 마음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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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또 다른 새로운 가족이 생겨났다. ‘가야랑’을 통해 가야금, 더 나아가 우리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팬들이다. 피를 나눈 우리 가족만큼 ‘가야랑’을 대한의 딸로 여기며 사랑을 아끼지 않는 팬들을 만나 가족의 사랑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내는 것을 체험하며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들이 다음(Daum)팬 카페 등에 모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전해주는 사랑의 힘은 가야랑 활동에 있어서나 앞으로의 삶에 있어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 크나큰 좌표가 되고 있다. 서로가 한데 어우러지며 가족이 될 때, 비로소 가족의 힘은 증배되는 것이며 그 사랑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보다 환하게 빛나는 것 같다. 그 믿음을 가지고 가야랑은 우리도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가족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열심히 따뜻한 마음으로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