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지난 24일 오후 2시경부터 노사교섭을 진행하고 다음교섭을 기약하며 교섭을 마무리했음에도 저녁 7시께 공사측이 기습적으로 단협해지 통보를 팩스로 보내와 불가피하게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총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단협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온 60여년의 소중한 결과물이다”며 “단협을 없애겠다는 것은 노조의 파업을 부추기는 것이다”고 파업의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통해 새롭게 요구하는 사항은 없다. 단지 공사측의 임·단협 개악안을 저지하고 기존의 임·답협안을 유지하려는 것이 요구사항이라면 요구안이다.
철도공사는 171개 단협 조항 중 120개 조항을 개악하거나 삭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노조측은 “사실상 단협을 부정하는 것이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26일 철도노조 영남지역 조합원 파업출정식에서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그렇다면 철도공사가 노조측에 제시한 ‘임단협 개악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먼저 철도노조는 공사측이 ‘성과성 연봉제’와 ‘정년연장없는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성 연봉제’는 개별근로계약로서 회사와 직원 개개인간에 개별 임금협상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노조 등을 통해 집단적으로 임금협상을 벌이는 방식과 대조적이다. 노조의 주된 업무인 임금협상을 조합원 개개인이 떠맡게 되면서 사실상 조합원들은 노조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결국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노조는 무력화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연봉제는 회사와 개개인의 힘의 역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조합원들은 회사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정당한 요구를 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보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한 조합원들간의 경쟁심을 부추기게 되면서 노동자들간의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임금피크제의 원래 의미는 정년 퇴직금을 받은 뒤 다른 직책으로 바꾸어 임금을 점차적으로 줄이면서 일정연한을 더 근무하는 제도이다. 잘 활용하면 고령층의 실업문제 해소와 기업측의 인건비 부담 완화,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철도공사가 시행하려는 ‘정년연장없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정년퇴임을 앞두고 임금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감으로서 퇴직금 인하 등 실질적인 임금삭감안이다.
현재 철도공사의 정년은 58세이다. 공사측은 56세부터 정년때까지 3년동안 점차적으로 최대 3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연장없는 임금피크제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들은 퇴직연금을 감안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55세에 퇴직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조는 정년연장을 전제로 하기 전에는 수용할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철도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영남지역 파업출정식에서 한 조합원이 '노사합의 이행하라'는 손피켓을 흔들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또한 철도노조는 비연고지 전출 허용, 정원유지를 위한 협의권 삭제, 1인 근무를 허용하는 근무체계 변경 등 과도한 단협 개악안도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비연고지 전출제는 철도공사에 민주노조가 들어서면서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7년동안 사라진 제도이다. 철도노조는 민주노조가 들어서기 전인 2001년까지만 해도 공사측에 밉보이거나 퇴직시키려는 노동자들에 대한 비연고지 전출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한 비연고지 전출제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은 공사측의 ‘노조 길들이기’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지는 전라도에서 강원도로 전출을 보내버리면 노조 간부들은 활동 공간을 잃어버리게 되고, 조합원들도 온 가족이 생활 터전을 옮기든가 퇴직을 하든가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
정원유지를 위한 협의권 삭제도 노조에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단협 조항 중의 하나다. 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철도의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원부족으로 인해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1인 근무를 허용하는 근무체계 변경은 당연히 2명이 근무할 때보다 안전사고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자연스럽게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철도노조는 공사측이 지난 3월 허준영 사장이 취임하면서 5115명의 정원을 감축하면서 신규사업 증가에 따른 정원 증원과 채용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채용은 불가하며 기존 인원을 전환배치해 해결하겠다고 스스로 한 약속도 번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철도공사는 노조측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임단협 개악안’을 ‘임단협 개선안’이라며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철도노조 조합원들로 가득찬 부산역 광장ⓒ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철도공사는 교섭이 진행되는 도중에 단협해지를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통보하면서 결국 노사간의 기본적인 신뢰관계마저 무너뜨렸다.
뿐만아니라 철도공사는 적반하장 격으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 것은 공기업 선진화 저지 및 해고자 복직 등이 주목적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공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노사관계는 상호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신뢰를 저버렸다”고 성토했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25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철도공사측이 임·단협과 관련한 120개 개악안을 철회한다면 내일 총파업을 이 자리에서라도 당장 철회시키겠다”고 말했다.
총파업 돌입의 명분이 공기업 선진화 저지가 아닌 공사측의 일방적인 단협해지를 철회시켜 현재의 임단협을 보존하는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철도노조는 또 “노조측이 각종 불법행위 등에 따른 50명의 해고자를 무조건 원직복직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공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고자들을 무조건 복직시키라고 한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측은 "지난해 12월11일 '해고자 문제는 실무협의체를 구성, 올 상반기까지 조치방안을 논의한다'고 약속한 노사간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단협해지 철회와 임·단협 개악 중단 등 현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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