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율기(律己) 6조
1. 바른 몸가짐(飭躬)
▶ 일상생활에 절도가 있고, 옷차림은 단정히 하며, 백성들을 대할 때에는 장중하게 하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수령의 도(道)이다. (與居有節 冠帶整飭 莅民以莊 古之道也)
▶ 공무에 여가가 있거든 반드시 정신을 모으고 생각을 안정시켜 백성을 편안히 할 방책을 헤아려 지성으로 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公事有暇 必凝神靜慮 思量安民之策 至誠求善)
▶ 말을 많이 하지도 말고, 갑자기 성내지도 말라. (毋多言 毋暴怒)
▶ 아랫사람을 너그러이 대하면 순종치 않는 백성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윗사람이 되어 너그럽지 아니하고 예(禮)를 차리는 데 공경하지 아니하면, 그에게 볼 것이 무엇 있겠는가” 하였고, 또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을 얻는다” 하였다. (御下以寬 民罔不順 故孔子曰 居上不寬 爲禮不敬 吾何以觀之 又曰 寬則得衆)
▶ 관부(官府)는 엄숙해야 하는 법이니, 수령의 자리 곁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官府體貌 務在嚴肅 坐側 不可有他人)
▶ 군자가 진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으니, 백성의 윗사람 된 사람은 몸가짐이 진중해야 한다. (君子不重則不威 爲民上者 不可不持重)
▶ 술을 끊고 여색(女色)을 멀리하며 가무(笳舞)를 물리쳐서 공손하고 단정하고 위엄있기를 큰 제사 받들듯 할 것이요, 유흥에 빠져 거칠고 방탕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斷酒絶色 屛去聲樂 齊遬端嚴 如承大祭 罔敢游豫 以荒以逸)
▶ 잔치를 베풀어 놀고 즐기는 것이 백성들이 좋아하는 바가 아니니, 단정하게 처신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燕游般樂 匪民攸悅 莫如端居而不動也)
▶ 치적(治績)이 이미 이루어지고 뭇사람들의 마음도 이미 즐거워하거든 풍류(風流)를 꾸며서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선배들의 성사(盛事)였다. (治理旣成 衆心旣樂 風流賁飾 與民皆樂 亦前輩之盛事也)
▶ 따르는 수행원을 줄이고 얼굴빛을 부드러이 하여 직접 다니며 백성들에게 묻고 알아보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簡其騶率 溫其顏色 以詢以訪 則民無不悅矣)
▶ 정당(政堂)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면, 이는 가히 밝은 선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政堂有讀書聲 斯可謂之淸士也)
▶ 시(詩)나 읊조리고 바둑이나 두면서 정사(政事)를 아래 관리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큰 잘못이다. (若夫哦詩賭棋 委政下吏者 大不可也)
▶ 관례를 따라 일을 줄이고 큰 줄기(大體)를 잡아 처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기는 하지만, 오직 시대의 풍속이 맑고 순후하며 자기의 지위가 높고 명망이 두터운 사람이라야 그럴 수가 있는 것이다. (循例省事 務持大體 亦或一道 唯時淸俗淳 位高名重者 乃可爲也)
2. 청렴한 마음(淸心)
▶ 청렴은 지방관(수령)의 본래 직무로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모든 덕(德)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지방관 노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 청렴은 청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廉者 天下之大賈也 故大貪必廉 人之所以不廉者 其智短也)
▶ 예로부터 지혜가 깊은 선비는 청렴을 교훈으로 삼고, 탐욕을 경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故自古以來 智深之士 無不以廉爲訓 以貪爲戒)
▶ 지방관(수령)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그를 도적이라 손가락질하고 그가 마을을 지날 때에 더럽다고 욕하는 소리가 높을 것이니,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牧之不淸 民指爲盜 閭里所過 醜罵以騰 亦足羞也)
▶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겠지만, 한밤중에 한 일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
▶ 선물로 보내온 물건은 아무리 작아도 은혜로운 정(情)이 맺어지면 이미 사사로운 정이 행해진 것이다. (饋遺之物 雖若微小 恩情旣結 私已行矣)
▶ 청렴한 관리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그가 지나는 곳은 산림천석(山林泉石)이 모두 맑은 빛을 입기 때문이다. (所貴乎廉吏者 其所過山林泉石 悉被淸光)
▶ 무릇 진기한 물품으로서 본읍(本邑)에서 생산되는 것은 반드시 고을에 폐가 될 것이니, 하나도 가지고 돌아가지 않아야만 청렴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凡珍物 產本邑者 必爲邑弊 不以一杖歸 斯可曰廉者也)
▶ 상도에 어긋난 과격한 행동과 각박한 다스림은 인정에 맞지 않아 군자(君子)가 물리칠 바이며 취할 바 아니다. (若夫矯激之行 刻迫之政 不近人情 君子所黜 非所取也)
▶ 청렴하면서 치밀하지 못하거나 재물을 쓰면서 실효가 없으면, 이는 일컬을 것이 못된다. (淸而不密 損而無實 亦不足稱也)
▶ 무릇 민간의 물건을 사들일 때 관가가 정한 가격기준이 너무 헐하면 마땅히 싯가대로 사들여야 한다. (凡買民物 其官式太輕者 宜以時直取之)
▶ 내려오는 잘못된 관례는 고치도록 결심하고, 혹 고치기 어려운 것이 있으면 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凡謬例之沿襲者 刻意矯革 或其難革者 我則勿犯)
▶ 무릇 포목과 비단을 사들이는 것은 마땅히 인첩(印帖)이 있어야 한다. (凡布帛貿入者 宜有印帖)
▶ 무릇 날마다 쓰는 장부는 꼭 눈여겨 볼 것은 없고 결재를 수월히 해 준다. (凡日用之簿 不宜注目 署尾如流)
▶ 수령의 생일에 여러 아전과 군교들이 성찬을 바치더라도 받아서는 안 된다. (牧之生朝 吏校諸廳 或進殷饌 不可受也)
▶ 무릇 자기가 베푼 것은 입밖에 내지 말고 덕을 주었다는 기색도 내지 말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도 하지 말라. 또한 전임자의 허물도 말하지 말라. (凡有所捨 毋聲言 毋德色 毋以語人 毋說前人過失)
▶ 청렴한 자는 은혜를 베푸는 일이 적어서 남들이 이것을 병통으로 여긴다. 스스로 자신을 책망하는 데 무겁게 하고, 남을 책망하는 데 가볍게 하는 것이 옳다. 청탁이 없으면 청렴하다 말할 수 있다. (廉者寡恩 人則病之 躬自厚而薄責於人 斯可矣 干囑不行焉 可謂廉矣)
▶ 청렴한 소리가 사방에 퍼져서 좋은 소문이 날로 드러나면, 이는 인생의 지극한 영광인 것이다. (淸聲四達 令聞日彰 亦人世之至榮也)
3. 집안을 다스림(齊家)
▶ 수신(자기 수양)한 후에 집을 다스리고, 집을 다스린 후에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천하의 공통된 원리이다. 고을을 다스리려는 자는 먼저 제 집을 잘 다스려야 한다. (修身而後齊家 齊家而後治國 天下之通義也 欲治其邑者 先齊其家)
▶ 국법에 모친을 모시고 가서 봉양하면 관에서 비용을 지급하고, 부친의 경우에는 그 비용을 회계해 주지 않는다 하였으니, 까닭이 있는 것이다. (國法 母之就養則有公賜 父之就養 不會其費 意有在也)
▶ 청렴한 선비가 고을살이를 나갈 때에 가루(家累)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하였으니, ‘가루’는 처자를 두고 이른 말이다. (淸士赴官 不以家累自隨 妻子之謂也)
▶ 형제간에 서로 그리우면 때로 내왕할 것이로되 오래 머무는 것은 안 된다. (昆弟相憶 以時往來 不可以久居也)
▶ 따라오려는 빈객들이 많더라도 다정한 말로 작별하고 떠날 것이요, 노복들이 많더라도 양순한 자만 뽑을 것이니,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賓從雖多 溫言留別 臧獲雖多 良順是選 不可以牽纏也)
▶ 의복의 사치는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바이요 귀신이 미워하는 바이니 복을 깎는 일이다. (衣服之奢 衆之所忌 鬼之所嫉 折福之道也)
▶ 음식의 사치는 재화를 소비하고 물건을 없애는 것이라 재앙을 부르는 길이다. (飮食之 財之所糜 物之所殄 招災之術也)
▶ 청탁이 행해지지 않고 뇌물이 들어오지 못한다면, 집안을 바로잡았다 할 수 있다. (干謁不行 苞苴不入 斯可謂正家矣)
▶ 집안에 애첩을 두게 되면 부인이 질투하기 마련이고 행동이 한번 잘못되면 소문이 사방으로 나간다. 일찍이 사욕(邪慾)을 끊어 후회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房之有嬖 閨則嫉之 擧措一誤 聲聞四達 早絶邪慾 毋俾有悔)
▶ 모친이 가르침이 있고 처자들이 계율을 지키면 이러한 집안을 법도가 있는 집이라 할 것이요, 백성들이 그를 본받을 것이다. (慈母有敎 妻子守戒 斯之謂法家而民法之矣)
4. 청탁을 물리침(屛客)
▶ 관아에 책객(冊客)을 두어서는 안 된다. 오직 서기 한 사람을 두어 겸하여 안채의 일도 살피도록 해야 한다. (凡官府不宜有客 唯書記一人 兼察內事)
▶ 무릇 수령은 자기 고을 사람과 이웃 고을 사람을 관아에 끌어들여 만나서는 안 된다. 관부(官府)안은 마땅히 엄숙하고 맑아야 한다. (凡邑人及鄰邑之人 不可引接 大凡官府之中 宜肅肅淸淸)
▶ 친척이나 친구가 관내에 많이 살면 거듭 단단히 단속하여, 의심하고 비방하는 일이 없게 함으로써 서로 좋은 정을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 (親戚故舊 多居部內 宜申嚴約束 以絶疑謗 以保情好)
▶ 무릇 중앙조정의 고위공직자가 사사로이 편지하여 청탁하는 것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凡朝貴私書 以關節相託者 不可聽施)
▶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즉시 영접하여 후하게 대접해 보내는 게 마땅하다. (貪交窮族 自遠方來者 宜卽延接 厚遇以遣之)
▶ 관청에 잡인의 출입을 엄하게 금해야 한다. (閽禁 不得不嚴)
5. 씀씀이를 절약함(節用)
▶ 지방관(수령) 노릇을 잘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지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지방관(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善爲牧者必慈 欲慈者必廉 欲廉者必約 節用者 牧之首務也)
▶ 절약한다는 것은 한계를 두어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계를 두어 억제하는 데에는 반드시 법식(法式)이 있어야 한다. 법식은 씀씀이를 아끼는 근본이다. (節者 限制也 限以制之 必有式焉 式也者 節用之本也)
▶ 의복과 음식은 검소한 것을 법식으로 삼아야 한다. 조금만 법식을 넘어도 씀씀이에 절도가 없어져버린다. (衣服飮食 以儉爲式 輕踰其式 斯用無節矣)
▶ 제사와 손님맞이는 비록 사사로운 일에 속하지만, 마땅히 일정한 법식이 있어야 한다. 쇠잔한 작은 고을은 법식에 견주어 줄여야 한다. (祭祀賓客 雖係私事 宜有恒式 殘小之邑 視式宜減)
▶ 무릇 내사(內舍)에 쓰이는 물건은 모두 그 법식을 정하고 한 달 동안에 쓰이는 것은 모두 초하루에 들일 것이다. (凡內饋之物 咸定厥式 一月之用 咸以朔納)
▶ 공적인 빈객(賓客)에 대한 대접도 또한 먼저 그 법식(法式)을 정하고 기일에 앞서 물건을 마련하여 예리(禮吏)에게 주되 비록 나머지가 생기더라도 도로 돌려받지 말 것이다. (公賓之餼 亦先定厥式 先期辦物 以授禮吏 雖有贏餘 勿還追也)
▶ 무릇 아전과 종이 바치는 물건으로 그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은 마땅히 더욱 절약해야 한다. (凡吏奴所供 其無會計者 尤宜節用)
▶ 개인적인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보통사람도 능히 할 수 있지만, 공적인 물건과 돈을 절약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적인 물건을 자기 물건처럼 아껴야 어진 지방관(수령)이다. (私用之節 夫人能之 公庫之節 民鮮能之 視公如私 斯賢牧也)
▶ 교체되어 돌아가는 날에는 반드시 기부(記付)가 있어야 한다. 기부의 수는 마땅히 미리 준비해야 한다. (遞歸之日 必有記付 記付之數 宜豫備也)
6. 기꺼이 베풀기(樂施)
▶ 절약만 하고 쓰지 않으면 친척이 멀어진다. 기꺼이 베푸는 것은 덕을 심는 근본이다. (節而不散 親戚畔之 樂施者 樹德之本也)
▶ 가난한 친구와 궁한 친척은 힘닿는 대로 돌봐줘야 한다. (貧交窮族 量力以周之)
▶ 내 녹봉에 여유가 있어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지, 공용의 재물을 빼내어 사사로이 남을 돕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我廩有餘 方可施人 竊公貨以賙私人 非禮也)
▶ 자기의 녹봉을 절약하여 그 지방 백성들에게 돌아가게 하고, 자기의 농토에서 거둔 수확을 풀어 친척들을 도와준다면 원망이 없을 것이다.(節其官俸 以還土民 散其家穡 以贍親戚 則無怨矣)
▶ 귀양살이하는 사람의 객지생활이 곤궁하면 동정하고 도와주는 것이 어진 사람이 힘쓸 일이다. (謫徒之人 旅瑣困窮 憐而贍之 亦仁人之務也)
▶ 전란(戰亂)을 당하여 몹시 어수선할 때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구제하고 보호하는 것이 의로운 사람이 할 일이다. (干戈搶攘 流離寄寓 撫而存之 斯義人之行也)
▶ 권문세가를 후하게 섬겨서는 안 된다. (權門勢家 不可以厚事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