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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른손잡이가 많은가

박종국에세이/왼손잡이비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0. 1. 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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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가 늘고 있다

최근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과거 한반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하던 왼손잡이들이 최근에는 학급당 2, 3명 많게는 3, 4명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 왼손잡이들이 부쩍 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또 서울 강남과 신도시 지역의 일부 부모들은 자녀의 예술적 재능을 키운다며 왼손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경향까지 있다.

군대서도 왼손잡이용 소총 보급

그러나 왼손잡이 증가는 그것이 광범위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이상 교사들의 단순 ‘관찰’이나 ‘설’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볼 때 왼손잡이 성향의 아이들이 어느 시기에 일시적으로 많이 태어날 리도 없고, 오른손 중심의 사회에서 오른손잡이를 왼손잡이로 교정하는 일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왼손잡이에게 특히 유리하다 하여 왼손잡이 선수 비율이 높은 야구에서도 왼손잡이가 대폭 늘어났 다는 증거는 없다. 1983년 프로야구 출범 첫해 등록선수 1백43명 중 왼손잡이는 28명으로 19.58%. 그리고 14년이 지난 올해 선수 4백96명 가운데 왼손잡이는 19.95%(우투좌타 2.21% 포함)로 83년도와 큰 변화가 없다.

교사들의 관찰은 그러면 ‘우연’일 뿐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런 ‘선례’도 있다. 20세기 이전만 해도 청교도 문화의 영향으로 왼손잡이에 대한 금기가 강했던 미국에서도 1930년대 이후 왼손잡이들이 증가했다.

이시기 들어 왼손잡이에 대한 속설이 학문적으로 속속 바로잡혀지면서, 왼손잡이에 대한 억압적 교육관행이 점차 완화됐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군대에서 왼손잡이용 소총이 보급되고 있다. 소총을 따로 생산해야 할 만큼 신세대 장병 중 왼손잡이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왼손잡이에 대한 금기가 서구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우리 사회에서 왼손잡이가 증가하고 있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연구가 핵가족으로 인해 아동들의 정서불안이나 정신장애가 사회문제로까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아동심리, 행동발달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학자 중 유일하게 왼손잡이 연구로 학위 를 받은 신경심리학자 강연욱 박사(삼성의료원)는 “손 사용 문제는 현대 신경심리학 분야에서 인간의 인지 지각 정서 발달과 대뇌기능과의 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구나 일본에 비해 이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 연구가 매우 소홀하다”며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 정신과 치료나 뇌기능 연구에서 검사방법이 모두 오른손잡이 위주여서 환자가 왼손잡이 성향일 경우 제대로 된 치료나 연구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왼손잡이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5%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강박사 등 극소수 전문연구자의 조사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광범위한 왼손잡이 분포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5%란 수치도 순전히 추정치일 뿐이다.

이에따라 <한겨레21> 취재팀은 실제로 왼손잡이가 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음으로 왼손잡이 분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왼손잡이’의 범주는‘모든손 활동을 왼손으로 하는 사람은 물론, 글 쓰기와 밥먹기는 오른손으로 하되 나머지 대부분의 손사용을 왼손으로 하는 경우도 왼손잡이’라는 한국 학계의 일반적인 분류기준에 따랐다.

조사는 같은 지역권에 속하는 학교로 서울시 교육청이 임의로 선정해 준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영신고 2학년 남녀 6백39명(1980년도 출생자)과 영신초등학교 1∼3학년 7백89명(1988~90년 출생자)을 표본으로 삼았다. 또 이 조사결과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서울 고려고 2학년 남학생 93 명에 대해 같은 조사를 했다.

조사 내용은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분포와 왼손을 쓰다가 혼나거나 교정교육을 받은 경험 여부, 실제 어떤 일을 할 때 어느 손을 자주 사용하는지 여부, 무의식적인 행동에서 손 사용 여부 등이었다.

조사 결론은 왼손잡이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선 교사들의 ‘관찰’은 실체적 진실에 근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영신고 2학년 남녀 6백39명(남자 3백5명 여자 3백34명) 중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27명으로 전체의 4.22%였다. 이중 남자는 5.90%(18명)이고, 여자는 2.69%(9명)였다.

반면 영신초등학교 1∼3학년생 7백89명(남자 4백19명, 여자 3백70명) 중 왼손잡이는 55명으로 전체의 6.97%. 영신고 오빠 언니들보다 2.75%포인트나 높다. 이중 남자 어린이는 6.92%(29명), 여자 어린이는 7.02%(26명)로 나타나 영신고 2학년 보다 1%포인트에서 4.33%포인트가 높았다.

특히 여자 어린이의 왼손잡이 분포가 무려 4%포인트 이상 높은 것은, 다소 과장 된 응답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강했던 왼손잡이 금기의식이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렸을 때 왼손을 주로 쓰다 놀림을 받거나 가족, 교사 로부터 혼난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영신고 학생들의 5.32%가 응답한 반면 , 영신초등학교는 4.94%로 줄어 역시 왼손잡이에 대한 금기의식이 약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서울 고려고 2학년 2학급 남자 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왼손잡이 분포가 전체의 6.45%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나이 또래인 영신고 남학생과 0.55%포인트의 편차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어린이, 청소년 중 왼손잡이는 1980년 출생자의 약 4%전후에서 1990년대에는 약 7%로 증가했다. 한국에서 왼손잡이를 전체 인구의 5% 전후로 볼 때 대단히 급속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교육관·가치관 반영하는 세태

이에 앞서 강연욱 박사가 지난 93년 1970년 전후에 태어난 대학생 8백53 명(평균연령 20.9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3.7%였다.

결국 1970년 전후 출생자 중 3.7%이던 왼손잡이가 1980년에 4.22%로, 다시 1990년 전후 출생자에서는 6.97%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증가치는 성장하면서 점차 오른손잡이화하는 경향이 강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왼손잡이 성향의 한국인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한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우선 새로운 교육관의 형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1990년대 들어 자녀교육에서 특히 개성과 창의력이 강조되고 그 잠재력 계발에 대한 관심이 학부모 교사 사이에 증폭되면서 왼손잡이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창의력 연구소 이기우 소장은 “왼손잡이가 대체로 인간의 창조성에 큰 영향을 주는 우뇌의 관장을 받고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학부모 교사들이 왼손잡이에 대한 억압을 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고등교육을 받은 신세대 학부모들의 자유주의적 교육관이 왼손잡이 증가의 요인이 되고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왼손잡이 증가는 또 일정부분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획일성이나 전체성에서 다양성과 개성화로, 점차 한국인의 가치관의 등장이 수천년간 금기시 되어 온 ‘왼손의 가치’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돼온 한국사회의 서구화가 이제 ‘체화’단계로 들어서기 시작한 하나의 단초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조사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번조사에서 보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왼손잡이 증가 추세는, 문화적 사회적 영향보다는 아직 손사용이 확정되지 않은데 따른 ‘혼란기’ 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어렸을때 는 왼손성향이 높았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이나 도구가 거의 모두 오른손잡이 중심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성장하면서 점차 오른손성향으로 전화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0세이전 아동과 성인간의 단순비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를 밝힌 전문가들도 최근 한국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추세에 미루어 왼손잡이 증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었다. 

사실 이번 조사결과가 한국사회에서 왼손잡이 증가 현상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왼손잡이 증가 경향 ’은 앞으로 심리학, 교육학, 인류학 등 각 분야 학자들의 심도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왜 오른손이 많은가?


10 대 1. 남녀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5 대 5를 중심으로 유지되듯 인류는 10명 중 1명이 왼손잡이다. 이 비율은 유사 이래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 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이 10 대 1이란 비율을 인류사의 작은 수수께끼라고 말한다.

맹수와 싸울때 유리했다?

어쨌든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인 인류는 오른손잡이 중심의 사회를 만들었다. 왼손잡이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취임 선서는 오른손으로 했다. 왼손으로 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오른손잡이 사회의 전통이자 ‘법’이다.

역사적으로 늘 소수파인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 사회로부터 늘 ‘재수없는 존재’로 기피되고, 심지어 집단에서 배척되거나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왼손잡이를 기피하는 터부(금기)는 전세계가 공통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예외없이 가진 공통의 금기를 들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왼손잡이 기피증일 것이다.

인류가 언제부터 오른손 중심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인류 최고의 문명 중 하나인 고대 이집트 사회는 오른손잡이 사회였다. 전설적인 파라오 람세스2세는 왼손잡이였다고 전해지지만, 이집트 전체 사회와 문화는 왼손을 터부했다. 시저도 왼손잡이였지만 황제가 된 뒤에는 로마시민들에게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그 이전으로 거슬로올라가면 인류가 오른손 중심의 사회였다는 확정적 증거는 없다. 그러나 캐나다의 심리 학자 스탠리 코렌은 석기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약 1만개의 예술품을 조사한 결과 왼손잡이 비율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가계의 50대에 걸친 왼손잡이 분포를 조사한 결과도 여전히 10 대 1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나 원숭이는 거의 양손잡이에 가깝다. 그런데 역시 좌우대칭의 존재인 인류가 유독 손 사용에서만은 대다수가 오른손잡이라는 것은 결국 진화의 결과인가?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진화의 일정 단계에서 오른손을 지배적인 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로부터 점차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왼손 금기가 생겼을 것으로 추론한다. 왼손잡이였던 토머스 카알라일은 이런 상상을 했다. 원시인들이 도구를 사용해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적이나 맹수와 싸울 때 오른손에 창을 들 경우 적의 왼쪽 심장과 창이 최단거리에 놓여 공격하기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방패를 발명 했을 때 왼손으로 방패를 드는 것이 자기 심장을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는 적을 공격하는 창을 드는 행위가 수만년 또는 수십만년 계속되면서 오른손의 지배적 사용 경향은 인류의 유전자에 깊이 각인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모성애에서 오른손잡이 우세의 근거를 찾기도 한다. 즉 갓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처럼 어머니 심장의 박동을 들어야 편안하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아이를 왼손으로 안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열매를 따거나 노동을 했다. 당연히 오른손의 활동이 더욱 발달하게 되었고, 먹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어머니의 자식들의 생존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오른손잡이는 이런 모성애를 통해 우세한 유전적 경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영어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sinister의 어원은 ‘불길한’, ‘사악한’ 따위의 의미로 쓰였다. 왼쪽을 뜻하는 left는 약하고 힘없는 등의 어원에서 출발했고, 그냥 쓰지말고 내버려두라는 뜻도 담고 있다. 중국어에서도 좌족은 서자혈통을 가리키는 등 나쁜뜻에 주로 사용됐다. 이렇게 왼손을 천시하는 어원은 거의 모든 언어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우리 말에서도 오른손은 올바른 손이란 뜻이고 왼손은 그 반대다. 더 나아가 오른손을 아예 바른손이라고 하기까지 했다.

왼손잡이 기피증이 강화된데는 사실 기독교가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 구약성서에서 요셉의 아들 므낫세는 오른손으로 축복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적자가 되지 못했다. 더욱이 신약성경이 ‘예수가 하나님 오른쪽에 앉아 계시다가 심판하러 올 것’‘심판의 날에는 구원받을 양은 오른쪽에, 심판받을 염소는 왼쪽에 있을 것’이라는 등의 기록을 남긴 이래 왼손은 불길한 존재가 되었고, 근본주의자들에게는 ‘악마성’의 상징으로까지 공격받기도 했다.

동양에서는 음양사상이 기독교와 같은 구실을 했다. 해와 달이 양과 음으로 나뉘고 남자와 여자가 양과 음이듯, 음양설 은 오른쪽을 양으로 왼쪽을 음으로 삼았다. 여기서 남존여비사상이 나왔다. 힌두교에서도 왼쪽은 부정한 것이다. 오른손은 먹는손이고 왼손은 뒤를 닦는손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도 음양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소학> 은 밥먹고 글쓰는 일과 어른에게 물건을 올릴 때 오른손을 써야 한다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른손을 높이긴 해도 왼손을 천시하거나 비하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성균관제례위원회 이승관(65) 위원장은 “오른손을 높인 것은 사실이나 왼손을 천시하라는 기록도 없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왼쪽이 중요할 때도 있었다. 제사때 왼쪽이 상위인 것과 벼슬 에서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게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손억압’은 일제교육의 영향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도 왼손금기는 상당히 강한 편이다. 왼손으로 밥먹다가 손등을 맞거나, 아예 왼손을 묶어놓는 경험을 한 한국인들이 많다. 한 전문가는 이를 일제교육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일제때 우리보다 왼손터부가 강한 일본식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강화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어쨌든 금기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최근 교육적 필요성에 의해 다시 왼손 능력이 주목되는 것이 그런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수천년 아니 수만년을 유지해온 금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금기가 어떤 이유로 인해 생성되고 해소돼가는지, 그 한 단면을 ‘왼손잡이’는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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